아파도 청춘, 포기하지마
아파도 청춘, 포기하지마
  • 박민정 준기자, 장수희 준기자
  • 승인 2015.11.30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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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학교 학생도 N포세대의 청년이다=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N포세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교 학생 1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2~30대가 N포세대라는 것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74.1%(123명)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학생은 24.7%(41명)에 그쳤다.

 ‘무언가를 포기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47%(78명)의 학생이 ‘있다’라고 답했으며, 51.8%(86명)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에 ‘무언가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 78명을 대상으로 포기한 항목을 조사한 결과 ‘취미’가 30.77%(24명)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그 다음으로는 꿈(16.67%, 13명), 연애(14.1%, 11명), 건강과 인간관계(각 10.25%, 8명)순이었다. 포기한 이유로는 ‘기타’에 응답한 사람이 46.15%(36명)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의 이유에는 시간부족, 현실과의 타협, 취업준비 등이 있었다. 기타 다음으로 포기한 이유로는 학업(26.92%, 21명), 돈(16.67%, 13명), 꿈(7.69%, 6명) 등이 뒤를 이었다. ‘N포세대가 가지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전체 학생 166명 중 62.7%(104명)가 ‘사회제도의 변화’를 선택했으며, ‘개인의 노력’이 16.9%(28명)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N포세대와 관련해 ‘힘내라는 말보다 힘을 낼 수 있는 사회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포기가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의 노력과 사회제도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에 응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N포세대’라는 말에 동의하며, 이를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우리를 N포세대라 하나요=한편 우리 대학교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N포세대라는 말이 포기하지도 않았고 포기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N포라는 신조어 자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단어가 포기를 유도시키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나타난 후, N포세대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 포기하는 세대라고 하느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백승대 교수는 “용어 자체가 청년세대들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실보다는 과장된 부분이 있어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정지은 평론가는 “본인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세상이 이미 ‘너는 힘들고 불행하고 포기하는 세대야’라는 식으로 규정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년들만의 책임일까=N가지를 포기하는 2~30대를 의미하는, N포세대. 이 세대가 보여주는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은 과연 청년들에게만 있을까? 이에 백승대 교수는 “기성세대 역시 다른 세대들이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성세대도 고생을 많이 했기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N포세대를 ‘우리도 어렵게 살았는데, 너희는 왜 포기하느냐’고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의 경우는 모든 세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N포세대가 가지는 문제 해결에 대해 정지은 평론가는 “기성세대의 영향은 당연히 받겠지만, 세상의 잣대 아래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던 삶의 기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성취와 만족이 쉽지 않기에, 그런 부분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N포세대라 할 수 있는 2~30대 청년들에게 “사회적 상황은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기성세대가 젊은 시절 겪었던 고통은 현재 N포세대가 겪는 고통과는 또 다른 것”이라며 “어느 세대든지 청년 시절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으니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석태 차량관리소장

 포기하는 것이 많은 2~30대를 바라보며, 포기할 것조차 없었던 기성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대학교에서 30여 년간 근무하고 있는 정석태 차량관리소장을 만나 ‘N포세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정 소장은 N포세대에 대해 “사회 구조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며 “장기적인 청년실업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고, 이에 젊은 층이 취업에 어려움을 느껴 포기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청년층 역시 노력을 게을리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정 소장은 “당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취직할 일자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80년대는 지금 시대와 달리 취직만 하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또 주거환경을 마련한 후 결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취업난이 심하기 때문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취업난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정부에서 장기적인 실업대책을 만들지 않는 것’과 ‘청년들이 직장을 보는 눈이 높아진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에 그는 “정부에서는 결혼을 하면 장려금을 주는 등 청년층의 어려운 환경 개선에 대한 방침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고, 청년 역시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노무직 등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정 소장은 사회적으로는 장기적인 맞춤형 직업훈련 등의 대책을 마련해, 훈련 이수기간 후 바로 취직할 수 있도록 기업, 정부, 청년이 삼위일체가 돼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젊은 층의 부모세대인 5~60대와 이야기해 보면 자녀를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운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젊은 층이 책임감이 부족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정 소장은 청년들에게 “N포세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온실을 벗어나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할 줄 알아야 하며, 직장을 보는 눈높이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시대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좋은 일을 만들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했다.

>>N포세대에서 0포세대로 나아가다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

 N포세대라 불리는 2~30대들에게 “우리는 0포세대”라며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이가 있다. ‘60초 모바일뉴스’의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26)를 만나 N포세대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어봤다.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60초 모바일뉴스를 맡기 전 50번 이상 언론 고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에 그녀는 “나와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나와 맞는 곳을 찾는다는 마음을 가졌기에 지치지 않고 지속해서 노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중, QBS에서 실시한 ‘1인 미디어 사업자 모집’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어 60초 모바일뉴스에서 활동하게 된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는 현재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청년 일자리와 관련한 뉴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같은 20대로서 또래 청년들의 이야기를 대신해 전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마음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녀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2~30대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은 계속 일을 하고 있고, 포기한 사람은 겉돌기만 한다”며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내게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50번의 실패를 겪은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인 셈이다. 또한 N포세대가 0포세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그저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그치지 않고 삶에 있어 발전 요소가 되도록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박영주 뉴스크리에이터는 N포세대의 청년들에게 “지금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현재 손에 잡히는 것이 없더라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 번에 잡아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분명 우리는 무언가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스크린 속의 N포세대

 최근 N포세대 청년들의 힘든 삶을 조명한 영화,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안국진作)=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수남(이정현)’은 14개의 자격증을 가진 ‘능력자’다. 그러나 남편이 사고로 장애를 얻고, 자살 시도를 한 끝에 식물인간이 되며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수남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주택구매용 대출과 병원비에 빚만 늘어간다. 우연하게도 산동네 재개발로 빚을 한 번에 청산할 기회가 찾아오고, 이를 위해 주민들의 찬성 서명을 받아내던 수남은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그녀를 저지하는 퇴역군인, 세탁소 주인 등에게 복수를 한다.

 개미지옥 같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남의 노력에 관한, 노력에 지친 5포세대를 위한 통쾌한 잔혹동화이다.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이재훈作)=1점이 모자라 노량진에 다시 주저앉게 된 ‘모희준(봉태규)’은 남들처럼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흔한 공시생이다. 쳇바퀴 같은 희준의 일상에 ‘장유하(하승리)’가 끼어든다. 오랜 시험공부에 지친 희준에게 전직 리듬체조선수인 유하는 활발하고 당돌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삶을 헤집어놓는다. 희준의 공시생표 생활리듬이 깨지며 그의 일상은 유하와 함께 변하기 시작한다. 변화가 싫지 않은 희준이지만 4년째 시험 준비 중인 그에게는 현실의 무게라는 무거운 짐이 있다.

 다시 노량진으로 향하는 희준은 일말의 낭만조차 모른척 해야 하는 이 시대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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