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천마문화상 현상공모 수상작] 대상-목선이 만드는 것
[제46회 천마문화상 현상공모 수상작] 대상-목선이 만드는 것
  • 박신우(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2)
  • 승인 2015.11.1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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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선이 만드는 것 - 박신우(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2)

배를 만드는 일은 나이테를 훔쳐오는 일
대패로 나무를 밀 때마다 아버지의 얼굴에 파도가 새겨진다
목선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망치로
뱃머리를 두드려보는 것은 아버지의 작업이 끝났다는 것

나무가 자신을 버리고 일탈하는 일을
첫 항해라고 부른다, 떠나는 목선의 뱃머리는
결코 고개 돌리는 법이 없다

배를 떠나보낸 날은 귀가가 늦는다, 그런 날 어머니는
수평선 너머 바다처럼 돌아누워 뒤척인다
어머니는 아예 가벼워지기로 작정한 듯하지만
삶이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물결무늬의 주름이 무릎을 감싸기 시작한다는 것을

옹이 밑, 응어리가 삭는 소리 들린다
세차게 꽃물을 끌어올리던 여린 나뭇가지가
생장을 멈추고 어머니의 살 속으로 파고든,
다른 어떤 가지로도 접목할 수 없는 흉터를
아버지는 보고 있을까 

배가 바다로 나가는 것은 뿌리를 버리는 일
굴곡을 잘라내어 옹이 아래 깊은 그늘을 놓아버리는 것
물살은 언제나 떠나온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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