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대학평의원회를 찾습니다
사라진 대학평의원회를 찾습니다
  • 주은성 기자
  • 승인 2015.11.16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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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평의원회가 사라졌다.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이 사라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시작은 좋았다. 교수, 학생, 직원 대학 3주체가 참여하면서 대학의 전반적인 사안을 다루는 기구로는 유일했다. 하지만 이내 유명무실해지더니, 요즘 들어서는 ‘학내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기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라진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을 추적해보자.

대학평의원회 신상정보

 대학평의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 기구고, 왜 생겼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여기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질의응답을 준비했다.

 대학평의원회는 언제 생겼는가?
 대학평의원회는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의해 사립학교에 필수로 설치하게 됐다.

 구성원은 누구인가?
 대학평의원회의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교수, 직원, 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 및 동법시행령이 평의원회 위원구성비율과 위원선출방법, 추천권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우리 학교의 경우 총장이 위촉하는 14명의 평의원으로 구성하며, 각 구성단위별 정원은 다음과 같다
 1. 교원 평의원 6명
 2. 직원 평의원 3명
 3. 학생 평의원 3명
 4.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이하 “외부 평의원”이라 한다) 2명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개정 2007.4.10.>

 선출 및 위촉 과정은?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제4조에 따르면 평의원은 다음 각 호에 의한 선출과 추천에 의하여 총장이 위촉한다.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개정 2007.4.10.>
 1. 교원 평의원은 교수회 총회를 열어 결정한 방법에 따라 교수회에서 선출하여 추천한 자를 총장이 위촉한다.
 2. 직원 평의원은 전체 직원회의에서 선출하여 추천한 자를 총장이 위촉한다.
 3. 학생 평의원은 영남대학교 총학생회와 영남대학교 대학원 학생회가 협의하여 추천한 자를 총장이 위촉한다.
 4. 외부 평의원은 동문 또는 각계의 전문가 및 지역의 덕망이 있는 인사 중에서 총장이 위촉한다.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립학교법 제26조 2항에 따르면 대학교육기관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둔다. 다만, 제3호 및 제4호는 자문사항으로 한다.
 1. 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2.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3.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4.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5. 추천위원회의 위원의 추천에 관한 사항
 6.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

 무엇을 심의하고, 자문하는가?
 심의에 있어서는 위의 법령에 따라 학칙에 대한 심의를 주로 한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대학교의 학칙뿐만 아니라 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칙까지 모두 대학평의원회에서 심의한다. 우리 대학교 2015년 제 2차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을 잠시 살펴보자. 첫 번째 심의안건인 ‘영남대학교 학칙개정안’에 대한 심의 사안에서 학칙 2조 1항 제3호의 내용 중 ‘대학원은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으로 구분하고, 일반대학원으로는 대학원, 전문대학원으로는 의학전문 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있다’는 구절이 있다. 이 중 ‘일반 대학원으로는 대학원’ 이라는 부분이 같은 의미로 혼재하므로 그 구절을 삭제하기로 결정한다. 이와 같이 학칙의 문법적·논리적인 오류나 문법적인 부분까지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문에 있어서는 대개 예산안에 대한 사안을 자문한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교비회계, 영남대학교 부속병원 회계 등을 자문사안으로 둔다.

 대학평의원회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대학평의원회가 가지는 가장 큰 의의는 교수, 학생, 직원 즉 대학의 3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기구라는 점이다. 물론 등록금심의위원회도 3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기구이지만, 학생들이 참여하면서도 지엽적인 내용이 아닌 대학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기구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하다. 이창언 교수회의장은 “본부 보직자들이 아닌 교수, 직원, 학생으로 구성된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이기에 꼭 존재해야 하는 기구라 할 수 있다”고 대학평의원회의 의의를 밝혔다.

 그 외에 하는 일은?
 그 외에 대학평의원회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및 추천을 맡고 있다. 개방이사란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학교법인 이사 중 일부를 구성하는 외부인사를 말한다. 구성 및 추천 조항은 다음과 같다.
 ①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는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에 둔다.
 ② 추천위원회 위원 정수는 5인으로 하고 그 구성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 하는 자 2인
 2. 영남이공대학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자 1인
 3. 법인에서 추천하는 자 2인
 -<영남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 개정 2008.3.11>

대학평의원회 논란들

 그렇다면 왜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대학평의원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학내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대학평의원회에 관한 논란을 짚어보자.

 학생 없는 학생참여기구=2012년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학생평의원 참여 비율이 10% 미만인 대학이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의 비율이 39.1%, 교직원이 23.4%를 차지하고, 동문 및 기타 구성단위가 24.3%를 차지하는 것을 유념할 때 학생단위의 비율은 분명 초라하다. 그 외에도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유보되거나, 구성원간에 참여비율이 합의되지 않아 구성논의가 답보 상태인 경우도 많았다. 이는 개정 사립학교법 및 동법시행령이 평의원회 의원구성비율과 의원선출방법, 추천권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개정안이 나온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아직까지 개정된 부분은 없다. 최용하 교육부 학교법인운영지원 사무관은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라며,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회가 최고 의결권을 가지는데 구체적인 비율을 강제하게 되면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14명의 평의원 중 3명이 학생의원으로 구성돼 있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적은 학생의원 비율뿐만 아니라 학생의원의 ‘저조한 출석률’, ‘안건에 대한 이해도 부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올해 7번의 회의 중 3번의 회의에서 학생의원이 전원 불참하는 등 출석률이 좋지 않았다. 학생의원으로 있는 김예빈 총여학생회장(교육4)은 “대학평의원회 회의 시간과 총여학생회장으로서 참여하는 다른 회의시간이 겹치거나, 행사가 있거나, 수업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수와 교직원분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수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최문창 총동아리연합회장(기계공4)도 “모두의 일정을 공평히 생각해 주시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다수가 가능한 날에 맞춰야하고, 수업시간이 겹칠 때가 많다보니 참석을 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의기구인가 자문기구인가=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심의기구 이기에 의결권은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심의한 내용들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문만 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기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아대의 경우에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학교 측이 제시한 원안을 그대로 가결했다. 그 결과, 현재 문예창작과가 폐지되는 등 구조조정이 단행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학평의원회가 심의한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운영으로 인해 비판이 일기도 했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위치로는 높지만 실제로 심의하는 내용 자체도 애매하고, 구속력도 약하다”며, “유명무실해진 대학평의원회의를 살리기 위해선 기능과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창언 교수회 의장(문화인류학과)은 “학칙개정에 있어서는 심의내용이 거의 받아들여지는 편이고, 교수회 총회보다도 막강한 기구”라며, “바람직하지 않게 운영되는 그런 대학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평의회를 최고 의결기구로?=6월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대학평의원회를 지금과 같은 심의·자문기구가 아니라 의사결정기구로 만들자는 대학평의원회 확대 설치와 구성 및 위상 재정립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청년녹색당, 예술대학 학생회 네트워크, 좋은학생회만들기모임,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등이 참여해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강화를 촉구했다. 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김우빈 녹색당 청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학평의원회가 학내최고의결기구가 돼야하는 이유에 대해 “학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며, “현재 사립대학들이 최고 책임자인 총장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원은 “대학평의원회를 최고의결기구로 만드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대학평의원회의 권한이 강화돼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대학평의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과 강제성이 없어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학생들의 발언부족에 대해서 “물론 이해도 부족 같은 부분은 학생의원의 잘못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드물기에 말을 해봤자 ···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며, 학생들의 발언을 중요시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라며, “학생들의 의결권 보장을 넘어 학내의 노동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김예빈 총여학생회장은 “학교 내에는 수많은 기구들이 존재하지만, 학생들은 잘 모르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는 와이유키키나 SNS를 통해 홍보에 힘쓰고, 학우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주시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학생의 학교에 대한 관심은 귀찮은 것이 아니라 ‘권리’라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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