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로 보는 동아시아 영토문제
독도’로 보는 동아시아 영토문제
  • 송휘영 연구교수(영남대 독도연구소)
  • 승인 2015.10.12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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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에 걸친 아베정권의 우경화로 한일관계는 좀처럼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의 강화와 역사인식 등이 맞물려 동아시아는 지금 덫에 걸린 듯 딜레마에 빠져있는 듯하다. 일본 국내에서는 재일한국인 및 조선인에 대한 헤이트·스피치와 혐한류를 부추기는 우익단체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위안부, 침략전쟁 등에 대한 역사인식, 독도 등은 한일관계에서 슬기롭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지만, 일본 아베정권은 거침없는 일방적 통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조각된 제3차 아베내각에서는 우익성향의 정치인들이 대거 각 성청의 장관으로 포진되었다. 

 우선 교과서 문제 등으로 과거사 인식 갈등의 핵심 부처로 꼽히는 문부과학성 대신에 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해온 하세 히로시 중의원이 기용됐다. 하세 신임 장관은 지난 2009년 6월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미화하는 지유샤(自由社) 역사교과서에 대해 “(애국심을 강조한) 개정 교육기본법의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죽도(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일본 교과서에 더 많이 적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한 수정 의도를 강하게 피력해 왔다. 올해 초 “고노 담화의 역할은 끝났다”며 고노 담화 검증 움직임을 주도했던 아베 총리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가 관방 부장관으로 중용된 것이나, 지난 2013년 일본 시마네현이 주최한「죽도의 날」행사에 내각 대표로 처음 참석했던 시마지리 아이코 정무관이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 장관으로 임명된 것도 3차 내각의 성향을 짐작케 한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재점화는 2005년 3월 15일 소위「죽도(독도)의 날」제정을 시마네현 의회가 현조례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6월 시마네현 총무부 총무과에「죽도문제연구회」(좌장 시모죠 마사오 다쿠쇼쿠대 교수)를 설치하면서부터이다.「죽도문제연구회」는 우선 독도에 관련되는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여 “예로부터 죽도(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였다”는「고유영토론」을 내세우기 위해『조선왕조실록』등 관찬 기록까지 부정했다. 이어「독도=일본 고유영토론」을 내세우는『죽도문제에 관한 조사연구 최종보고서』를 2007년 3월에 간행하여 외무성에 보고하였다.

 이처럼 왜곡된 독도「고유영토론」은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일본 외무성에 받아들여져, 2008년 3월 8일 외무성은 공식홈페이지에「죽도-죽도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의 포인트」(이하, ‘10포인트’)를 게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독도「고유영토론」을 내세우고 나선 것이다. 이때부터 일본의 공세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은 본격 궤도에 오른다. 같은 해 12월 일본 외무성은 당초 한국어, 영어, 일본어의 3개 국어로 작성된「10포인트」의 팸플릿을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10개 국어로 확대하여 게시했다. 한편, 교과서 집필 및 교육의 지침서가 되는『학습지도요령』을 개정(초중학교는 2008년, 고등학교는 2009년)하여 독도 영유권 주장을 초중고 사회과 교과서에서 적극적으로 명기하도록 하였다. 

 이『학습지도요령』의 개정 때만 해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 죽도(독도)를 둘러싼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여 북방영토(남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토·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다. 개정된『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일본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령으로 하는 국경선을 명시하기 시작하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경우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기술한 사회과 교과서가 절반 이상으로 그 비중을 증가시켰다. 즉 “죽도(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현재 한국이 불법점거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죽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여 해결하자고 한국 측에 제안하고 있으나 한국이 거절하고 있다.”는 기술을 담은 교과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독도에 대한 권원이 일본에 있다는「고유영토론」과 국제법적으로도 독도의 권원이 일본에 있다는「무주지선점」의 논리를 함께 주장하는 일본 외무성의 논리가 그대로 교과서에 게재되어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17세기 중반부터 일본 영토라는 「고유영토론」과 1905년 2월 22일에 동해바다에서 주인이 없는 새로운 섬을 발견하여 일본 시마네현의 부속섬으로 편입하였다는「무주지선점론」의 논리는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 양립될 수 없다. 이 모순된 논리를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논리로 내세우게 된 것은 시마네현의 보고서를 너무 섣부르게 받아들였다는 점과, ‘강한 일본’을 내세우는 아베정부의 바다영토에 대한 강한 집착이 배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시마네현「죽도문제연구회」의『제2기 죽도문제에 관한 조사연구 최종보고서』(2012.6)가 간행되었고, 지난 8월에는『제3기 죽도문제에 관한 조사연구 최종보고서』(2015.8)가 발표되었다. 이 두 보고서에서는 독도에 대한 국제법적 측면과 근대 이후의 실효지배의 흔적을 부각시키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이미 17세기 중반에 일본의 고유영토로 영유권을 확립한 독도에 국제법적 측면에서 실효적 지배의 실적을 쌓아왔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그런데 2014년 1월 27일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지침이 되는『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죽도(독도)가 한국에 불법 점거됐다’는 내용을 명기하라는 것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10년 간격으로 개정하던 기존의 틀을 깨고 5~6년 만에 개정을 감행한 것이다.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근거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가 작년에 검정을 통과하였고, 2015년에는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더욱 공세적인 독도기술을 담았다. 이번에는 지리·역사·공민 등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15종에서 “죽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다. 현재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 이로써 일본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현재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영토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동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일본의 어린 세대들에게 너무 가혹한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아시아의 영토문제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과거 패전국가인 일본의 접경국과 일본 사이에 제기되는 영토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남중국해의 둥사, 시사(파라셀군도), 난사(스프레틀리군도) 등을 둘러싼 도서분쟁이 그것이다. 일본의 경우 남쿠릴열도(북방영토)의 4개 섬을 둘러싼 북방영토 문제, 동중국해의 도서 센카쿠제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과는 독도를 두고 영유권 주장을 공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원래 일본이 주장하는 고유영토론의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남쿠릴열도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독도와 센카쿠제도에 대해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본격화 하고 있다. 

 남쿠릴열도는 근대기 제정러시아의 동방진출과 메이지 일본의 에조(홋카이도)개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곳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쿠나시리(国後島), 에토로후(択捉島), 시코탄(色丹島), 하보마이(歯舞群島) 등 4개의 섬을 지칭한다. 과거 러시아의 옐친 집권 당시에 2도의 반환 협상이 진척되었다. 하지만 ‘4도 일괄반환’을 시도하던 일본의 강공책으로 인하여 2도조차도 반환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센카쿠제도의 동경도 관할로의 이동과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고유영토론」을 통해 강화되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 모두와 영토를 둘러싼 영유권문제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아이러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독도와 댜오위다오(센카쿠) 두 섬의 공통점은 근대기 일본제국주의의 팽창과정에서 만국공법(국제법) 즉「무주지선점」의 논리를 적용하여 영토로 편입한 섬들이라는 것이다. 편입 이전 두 섬은 대한제국과 청국의 영역이었다. 다행히 독도는 한국의 영토로 돌아왔으나,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패전과 미군정의 관리를 거쳐 미국이 오키나와와 함께 일본에 반환함으로써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 이 2개의 섬을 두고 현재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논리는 전혀 반대인 2개의 잣대이다. 자신들이 현재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에 관해서는 중국과 타이완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센카쿠제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므로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여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한편 독도에 대해서는 “죽도(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현재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므로,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여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적 권원에 관한 사료가 많은 센카쿠에 대해서는「ICJ불가론」으로 대응하면서도, 한국의 실효지배 하에 있는 독도에 대해서는「ICJ해결론」을 전방위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해양영토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일본은 역사인식과 전쟁책임을 동서남북으로 바다영토를 확장하고자 무척 의욕적이다. 이는 ‘강한 일본’, ‘주장하는 일본’을 표방하는 아베정권의 우경화 노선과 맞물려 미래 동아시아의 화합과 평화구축이라는 희망을 흔들고 있다. 

 이번 제3차 내각에서 아베 총리가 이처럼 강경 우파 인사들을 새 내각에 대거 포진시킨 것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이후 개헌을 추진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역할론을 내세우기 위한 로드맵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이미 안보법의 제·개정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전환한 아베 총리는 개헌을 통해「평화헌법 9조」를 확실히 바꾸어 놓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헌법의 개헌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초강수를 보면 향후 한일 간 과거사와 위안부, 독도를 둘러싼 갈등 해결의 접점을 찾기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신군국주의적 개헌과 역사 수정주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함으로써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유독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근대기에 ‘대동아주의’, ‘동아동문론’ 등을 내세워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자행했던 역사 속 일본의 모습이 지금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보통국가론’에 자꾸만 오버랩 된다.

 독도에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일본 국내의 역사학적 연구에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고유영토론」이 이미 부정되고 있는 지금,「고유영토론」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정부의 공식적 대응논리로 삼는 과오를 아베정권은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조선 숙종조에 있었던「울릉도쟁계」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에 부속하지 않는다’고 에도 막부가 확인했다. 메이지 정부에서도 과거의 역사적 사료들을 모두 검토한 다음 당시 최고의 정치결정기관인 태정관이「태정관지령」을 통해 ‘울릉도·독도의 두 섬은 일본의 판도(=영역)가 아니다’고 천명하였다.『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의 사료들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그릇된 역사교육과  영토교육을 강요하는 일본 아베정권의 교육 우경화 정책은 동아시아의 미래에 먹구름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120년 전 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우리 정부는 엄중하고 단호한 태도로 대응하면서도 객관적인 증거와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영토주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측 역사적 사료들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이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일본의 「고유영토론」과 「무주지선점론」이 허구라는 사실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학생들에게는 명쾌한 논리로 일본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거창한 논리보다도 ①독도는 울릉도와 가시거리에 있어 예로부터 울릉도주민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보인다’는 사실), ②1454년『세종실록』「지리지」에서 나타나듯이 우리의 독도 인지가 역사적으로 명확히 앞서 있다는 사실(=역사적 인지), ③일본 메이지정부의 공식문서인「태정관지령(太政官指令)」(1877.3.29.)을 비롯한 일본의 고문서에서 독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님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다는 사실(=일본의 관찬기록) 정도만이라도 쉽게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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