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힙’하면 ‘합’하는 시대
이제는 ‘힙’하면 ‘합’하는 시대
  • 현승엽 기자, 하지은 준기자
  • 승인 2015.10.1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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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오래전부터 힙합은 신선함과 재미를 더해주는 음악 장르였다. 특히 최근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힙합 방송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힙합은 떠오르는 대세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이번 기획을 통해 현재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힙합의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힙합에 빠진 우리=힙합이라는 장르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90년대 초에는 소수의 마니아 중심의 음악이었다. 점차 힙합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crew’와 같은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거리공연, 클럽공연, 힙합 앨범제작 등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힙합 장르가 국내에 처음 들어오던 시기 음악평론가들은 힙합을 불량스럽고 저급한 문화로 취급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임재훈 교수(힙합학부)는 “힙합 가수들의 외적인 모습이나 가사의 욕설 때문에 힙합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장르로서 이를 신선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겨났다”고 답했다.

 국내 최초의 힙합 라이브 클럽인 마스터플랜은 정기 공연을 통해 힙합이 국내에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곳에서 데프콘, 가리온, 주석과 같은 래퍼들을 배출했다. 또한 당시 ‘hip hop the vibe' 힙합 경연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지금의 ‘쇼미더머니’ 프로그램처럼 랩 배틀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 출연했던 많은 래퍼 중 개코, 최자, mc메타, 스컬 등이 한국 힙합의 1세대였으며 블락비 지코, 위너의 송민호, 아이콘의 바비 등이 지금의 한국 힙합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주류 음악이 아니었던 힙합은 최근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힙합 가수 ‘거리의 시인’ 멤버이자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김남욱 교수(힙합학부)는 “힙합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랩을 흥얼대고, 힙합패션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힙합 개인지도 요청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방송이 힙합에 미친 영향을 실감한다”고 답했다.
   
 패션에 힙합을 더하다=사람들이 힙합에 많은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힙합은 패션, 광고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을 탔을 때 그다지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방송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SNS 등을 통해 점차 범위를 넓혀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마침내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힙합 문화를 받아들이고 힙합패션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우리 대학교 김정숙 교수(의류패션학과)는 “요즘 많은 학생이 후드티나 스냅백 같은 힙합 패션을 즐긴다”며, “이러한 모습들로 미루어봤을 때 지금 한국은 힙합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고 밝혔다.
 

▲ 힙합 패션을 입고있는 우리 대학 학생들을 교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힙합이 패션과 처음 만난 것은 90년대였다. 당시에는 2배, 3배 큰 치수의 옷을 입어 편하고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다소 과격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힙합 패션은 과감했던 이전 스타일로부터 벗어나고 순화되어 대중성을 갖는 패션으로 변화했다. 몇 년 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스냅백’이 유행하고 그 외에도 ‘후드티’나 ‘농구복’,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 교수는 “2~3년 사이 힙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힙합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단순히 힙합을 즐기는 정도이다”고 답했다.

 우리가 즐기는 힙합의 양면성=힙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힙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최근 ‘쇼미더머니’ 방송 출연자들의 노래 가사가 여성 비하 논란과 욕설 논란에 휘말려 대중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강일권 음악평론가는 “힙합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가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힙합의 인기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 아닌 얼마나 예술적으로 잘 표현됐는가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힙합에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디스(Diss)’라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디스전’을 통해 가수 간에 욕설과 비방이 오가는 것은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반면 욕설의 도가 지나쳐 대중들에게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박혜원 씨(21세)는 “디스전은 힙합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문화다. 우리나라는 디스전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답했다. 한편 국내 디스전에 대해 강 음악평론가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너무 뻔한 내용의 가사로 상대방을 디스하는 경향이 있어 대중들의 흥미를 잃게 한다”고 답했다.

 ‘거리의 시인들’ 그룹 가수로 활동 중인 김남욱 교수는 같은 팀 멤버를 겨냥한 디스곡을 들어본 적 있으며, 디스곡을 직접 발표했던 적도 있다. 이에 김남욱 교수는 “힙합이 다른 장르에 비해 더 솔직하게 표현하는 특징 때문에 선정성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단순히 유명해지기 위해 전달하는 메시지도 없이 욕으로만 곡을 만드는 등의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 이상윤 회장, 김동헌 공연 기획 담당, 김남언 부회장

 교내 중앙동아리인 힙합컴퍼니는 랩 뿐만 아니라 춤, DJ, 그래피티 등 힙합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아리다. 그들을 만나 힙합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힙합의 어떤 점이 본인을 사로잡았는가?
 이상윤 회장(환경공3):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여과 없이 써낼 수 있어서 좋다. 힙합을 통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다 말할 수 있다. 힙합은 악기 없이 오로지 목소리만 있어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다.

 김남언 부회장(철학4): Nas라는 외국의 유명한 가수의 랩을 들어보고 나도 그 사람처럼 멋지게 랩을 해보고 싶었다.

 김동헌 공연 기획 담당(정치외교1): 힙합을 하기 전에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내성적이었다. 하지만 랩을 통해 솔직하게 내 얘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 있게 들어줬고 자존감이 생겼다.

 랩 가사를 직접 쓰는가? 쓴다면 가사의 내용은 주로 어떤 것인가?
 이상윤: 우리 동아리원들은 대부분이 직접 가사를 쓰고 녹음한다. 동아리에서 몇 명만 모이면 즉석에서 비트를 골라서 랩 가사를 쓰고 녹음한다. 주로 내가 처한 현실, 상황에 대한 가사를 쓴다.

 김남언: 평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가사로 쓴다. 한국 래퍼들은 가사에 거짓말을 섞어서 쓰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등 본토에서 힙합을 하는 사람들은 진실된 가사를 쓴다. 나도 가사에 내 인생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김동헌: 래퍼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그에 대한 고민을 가사로 쓸 때 제일 잘 써진다. 가수 개코는 영어가 아닌 한글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 사람처럼 한글로 진실성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  

 힙합 하는 사람이 꼭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상윤:
힙합이라는 분야에는 랩뿐만 아니라 패션, 생활방식 등 많은 것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힙합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김남언: 힙합을 쉽게 접할 수는 있지만 막상 해보면 어려운 장르다. 관심과 흥미도 필요하지만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김동헌: 힙합은 다른 장르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므로 그에 휩쓸리지 않는 뚜렷한 주관이 있어야 한다.

 힙합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는가?
 이상윤: 좋은 곡을 쓰지 못할 때 가장 힘들다. 내가 곡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예전에 쓴 곡보다 좋지 못하는 등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김남언: 힙합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은 똑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게 과연 돈이 될까?” 힙합이 좋고 업으로 삼고 싶은데, 경제적인 것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힘이 들기도 하다.

 김동헌: 얼마 전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탈락했다. 내가 힙합을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런데 올해 구미에서 열린 힙합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시고 지금은 나의 힙합에 대한 열정을 인정해주신다.

▲ 힙합컴퍼니의 공연을 즐기고 있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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