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책을 꿈꾸는 책으로!
잠자는 책을 꿈꾸는 책으로!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5.10.12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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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10월입니다. 선선한 날씨에 책 읽기 좋은 계절이죠. 그래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바쁜 생활에 책보다는 휴식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죠. 그래도 잠깐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출판부 40주년을 기념하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 출판부의 도서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대학 출판부에 우수한 도서가 많은데, 출판 홍보대사 서평팀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개해줄 만한 책을 추천받아 봤습니다.

출판부 홍보대사 서평팀이 추천하는 출판부 도서

 >현대중국의 이해(최환, 남민수, 박운석)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성장속도와 장대한 역사는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방대한 양과 잘못 인식된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책도 쉽게 손에 쥐기 어렵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이 성립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종합적으로 잘 보여준다. 문자, 문화, 생활기질, 정치, 경제, 역사 그리고 주요 인문 등을 과거에서 현재까지 시간 순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며, 현대의 중국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대중국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현대중국에 대해 총체적으로 간략하고 빠르게 탐구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선후기 중인교육(이동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태껏 한국교육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은 중인에 대한 교육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비단 중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교육사의 연구 지평을 넓히려는 의도를 지니고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은 중인과 중인교육에 대한 정의로 시작해, 중인교육에 대한 서술, 중인사회세력의 형성을 다루고 있다. 해당교육에 대한 통시적인 흐름을 되짚어주는 것과 함께 과거 합격을 중심으로 한 선발제도, 교육과정, 입격자의 수를 분석해주고 있다. 완전한 전문서적이라기 보다 훌륭한 기초 소개서로 생각하면 좋다.

 >사랑학개론(허창덕, 김창희)
 우리 대학교 인기 교양과목 중 하나가 사랑학개론이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랑의 근원,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이론들, 그리고 포괄적인 의미의 여러 관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어 지레짐작으로만 알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좀 더 이성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근거 있는 주장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듯 이론을 알고 본 사랑은 좀 더 분명한 감정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대구 중구 근대골목 투어(남정섭)
 이 책은 대구 중구청에서 대구의 근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 유적들과 명소들을 조사하고 편찬한 책이다. 깔끔한 책 목차와, 추천 여행일정, 지하철 노선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

 대구는 현재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발달시키고 있는 곳이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힐링은 이제 낯설거나 더 이상 생소한 것이 아니다. 대구에서의 이러한 여행, 우리나라의 역사까지 갖춘 골목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흥미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한 번 쯤 이 책을 읽고 근대골목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눠 볼 만하다.

 >세상을 바꾸는 표준(정병기)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새로운 왕조가 세워질 때마다 통치제도를 정비하고 행정구역을 개편하며 율령을 반포하고 공복을 제정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진시황의 업적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도량형 통일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을 알고 보면 ‘표준’을 정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곧 권력 또는 권위를 의미했다.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지키고 따라야 할 일종의 규범이요 의무가 된 것이다. 이것을 거부하거나 지키기 않으면 적게는 일상생활에서 사사로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으며, 크게는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표준’으로 해서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부주제를 파고 들어가 표준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어떤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독서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길에서 길을 묻다(김영현)
 길에서 길을 묻다
 김영현 작가가 저술한 『길에서 길을 묻다 - 나의 해파랑길 걷기』에서 말하는 ‘걷는다는 것’의 의미는 당신이 걷고 있는 이 길에서, 혹은 이 길을 통해 다다른 어떤 장소에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영혼들이 숨 쉬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온몸의 감각을 시퍼렇게 일깨우고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의 정기(精氣)를 마음으로 느끼고자 할 때면, 내가 늘 걷던 길도, 늘 가던 장소도 그 순간만큼은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은 ‘걷기’를 빌미로 독자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그 무엇을 찬찬히 일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길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돌덩이도 다 그 자리에 있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하물며 우리가 밟고 서있는 이 땅 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숨쉬고 있을까. 작가의 발자취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걷기’를 해봄이 어떨까?

출판부 수상도서

 2015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 문화연구와 나(주형일)
 자기민속지학 연구는 사실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나에게 성찰을 강요하면서 현재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계속 환기시켜줌으로써 내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불안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하는 스트레스를 피하지 않고 되돌려 외파시키듯이 불안을 삶의 동력으로 삼을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문화연구에서 논문을 쓰는 것은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며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이다. 연구자는 언어를 통제하고 글쓰기를 지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 자체가 이미 다른 텍스트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온전하고 완성된 변하지 않는 생각의 소유자로서의 자신이 죽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논문쓰기를 통해 고정된 생각의 소유자로서의 연구자는 죽지만 또 다른 연구자가 생각의 실천자로 태어난다, 문화연구자의 글쓰기는 아마도 이 죽음과 탄생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 유학, 연속성의 세계와 철학(정병석)
 유가가 인간과 자연만물을 동일한 하나의 생명으로, 일체적인 존재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단순히 원시적 사유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됨을 분석하였다. 비록 인간과 자연의 일체라는 원시 존재론의 잔영이 천인합일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가들은 우주 속의 모든 존재들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만물유령론이나 인간과 자연이 혈연적인 친족관계라는 등의 원시적 사유의 관점들을 이미 철학적인 우주론과 도덕적 심성론의 차원으로 끌어 올려 논의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연속, 도덕과 정치의 연속이나 옛날과 지금의 연속이라는 측면이 가지는 유가철학의 특성은 여전히 보편적 철학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두 가지 항목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긴장과 분리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 도덕과 정치, 옛날과 지금 사이의 조화와 종속적 연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대등한 조화와 분리를 전제로 하는 기능적(functional) 연속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 요동왕국과 동아시아(권오중)
 동이지역의 여러 나라들은 요동왕국이 존속한 반세기의 기간 동안 중원왕조가 아닌 요동왕국에 조공하였을 것이다. 황제 중심의 기록을 작성할 수밖에 없는 궁정사가(宮廷史家)들로선 이러한 사실에 대해 침묵하였다. 그렇지만 이들도 공손씨가 ‘해외’에서 벌인 활동에 대해선 “웅장해동(雄張海東)”이니 “위행해외(威行海外)”니 하여 최고의 수사를 구사하였다. 그 정도로 요동왕국이 해외에서 수행한 역할이 적극적이면서도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현도와 낙랑 그리고 대방군은 요동왕국의 하부 기구로서 작동하였다. 요동 그리고 그 하부 군현의 역할에 힘입어 군현과 동이 그리고 동이제국 사이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활발한 교류가 전개되었다. 『삼국지』동이전이나 『위략』에는 앞 시대의 사서에서 볼 수 없던 동이제국의 습관이나 풍속 생활 등에 관한 새로운 자료들이 보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요동왕국의 선도 아래 이루어진 활발한 교류의 결과일 것이다. 종주국인 요동왕국의 영향 아래 중국의 문자와 제도 문물 등 고대의 중국문화가 한반도 남부 및 일본열도에까지 한층 활발하게 보급될 수 있었다. 낙랑군 설치에 뒤이어 요동왕국 시기를 ‘고대 동아시아세계’가 형성되는 데 중요한 계기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종도서 학술부문 수상, 주형일 교수를 만나다

 간단하게 본인의 소개와 이때까지 쓴 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이며 주로 영상이나 문화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전공이 영상과 문화 쪽이기 때문에 책도 영상과 관련된 분야를 많이 썼다. 주로 영상매체와 사회, 이미지와 관련된 책과 영상 부호를 분석하는 책들이다. 또 미디어 전반에 대해 쓴 것도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랑셰르라는 프랑스 철학가의 사상을 소개한 책도 썼다. 프랑스 관련 작가들의 책도 번역을 하는데 랑셰르, 지젝, 브루디 등의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책도 번역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문화연구와 나』라는 책은 내가 연구생활을 하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문제들을 정리한 책이다. 나는 사회과학을 연구하는데,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의 영향을 받아서 연구자가 연구대상과 거리두기를 강조한다.

 과학을 생각하면 객관성을 주로 생각하게 되는데 객관적이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따라서 연구자와 연구대상자의 거리두기 주장을 많이 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사람을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자와 연구대상자의 거리 두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나도 같은 사람이고 내가 바라보고 관찰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연구를 할 때 주로 사람과 직접 만나 얘기하는 질적 연구를 한다. 그래서 만약 연구자와 연구대상자의 거리를 없애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을 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을 ‘문화연구와 나’라고 지은 이유는 내가 주로 하는 연구들을 문화연구라고 통칭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사람이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문화연구였다면 다른 사람의 문화가 아니라 나의 문화 즉 내가 속한 집단의 문화를 연구하는 것에 대한 문제들을 생각하기 위해 집필했다.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것을 얻기를 원하나?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계속 주장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 결국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것은 결국 사회적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요소들을 사회적인 것과 연결시켜 버리는 것들을 표현했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고, 단지 자기반성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것에서 어떻게 사회적인 것이 연결돼 있는지를 이제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속한 사회를 보다 폭넓고 깊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나?
 
가능하면 재밌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다. 너무 학술적인 책은 독자가 한정적이다. 우리가 사회과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를 잘 이해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목적으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데, 그것을 아무도 안 읽는다면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가능하면 이제 그런 식의 연구나 생각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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