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문학] 뇌와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
[융합인문학] 뇌와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
  • 하지은 준기자
  • 승인 2015.10.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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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상경관 208호에서 김대식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지민선 준기자

 지난 6일 ‘융합인문학’ 수업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김대식 교수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그는 KBS 1TV에서 과학 정보 토크쇼 《장영실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문ㆍ과학ㆍ예술을 토대로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리더 양성 프로그램 ‘건명원’의 과학 분야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김대식의 빅퀘스천』이 있다. 그에게 뇌 과학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대해 들어봤다.

 인공지능의 가까운 미래에 관해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전에 먼저 뇌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왜냐하면 현대 뇌 과학과 인공지능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탁구 치는 로봇을 열심히 개발한 적이 있다. 1년 가까이 개발했지만 작동시키고 30초 후에 겨우 공을 한번 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때 ‘공을 받아치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로봇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한테 터무니없이 쉬운 것이 기계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계에게 쉬운 것은 인간에게 어렵다. ‘8825×7840’, 이 계산이 인간에게는 어렵겠지만 기계한테는 너무나도 쉽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만들기 전에 자연지능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뇌 과학으로 전향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뇌 과학과 현실=우리 뇌는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5kg짜리 고깃덩어리다. 이 고깃덩어리 안에 뭐가 있길래 뇌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실질적으로 뇌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뇌 안에는 영상도, 감정도, 자아도 존재하지 않고 단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만 존재한다. 이것들은 다른 세포들과 연결돼 있으므로 우리는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만 발견할 수 있다. 이 연결성을 보고 어떻게 뇌가 제 역할을 해내는지 밝혀내는 것이 현대 뇌 연구의 가장 큰 숙제다.

 뇌를 연구하다 보면 가장 신기한 것은 뇌가 머리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철학적 의미가 있다. 우리의 뇌는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 갇혀 평생 죄인처럼 사는 1.5kg짜리 고깃덩어리다. 뇌에 팔다리가 달려서 직접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오감이 전해주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눈, 코, 귀가 전해주는 감각에는 세상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많다. 그래서 뇌는 완벽하지 않은 정보들을 항상 걸러서 받아들여야 한다.

 오감 중 ‘눈’에 대해서만 설명하자면 눈은 인간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영장류이며 영장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각 기능이다. 원래는 망막 안에 있는 혈관의 그림자가 우리 시야에 보여야 한다. 하지만 망막이 전달해주는 대상의 정보가 뇌에 전해지는 순간 뇌가 깔끔하게 혈관그림자를 지워준다. 뇌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혈관그림자의 정보를 깨끗하게 지워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1초에 사진이 100장씩 인식된다면 모두 처리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1초 안에 인식되는 100장의 사진이 거의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100번 입력하는 것은 낭비다. 이를 압축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여러 장의 사진이 들어오면 각 사진의 차이 값을 보내주는 것이다. 따라서 뇌는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의 미분 값, 즉 차이 값을 계산한다. 차이 값이 있으면 존재,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뛰어다니는 호랑이는 움직임이 있으므로 항상 차이 값이 존재한다. 그러나 눈에 있는 망막의 혈관 그림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혈관에서 혈관을 빼면 차이 값이 0이 되는 것이다. 뇌가 가지고 있는 강한 알고리즘 중 하나는 정보의 차이 값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뇌와 착시=우리 오감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오감이 전해주는 정보를 뇌가 해석해야 한다. 문제는 뇌가 너무 많은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밝기가 같은 A 사각형과 B 사각형이 있는데 B 사각형이 그림자에 드리워져 있어 더 어둡게 보이는 것은 뇌가 잘못된 해석을 한 것이다. 뇌는 눈을 믿지 않고 해석을 한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알면 알수록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하지만, 뇌 과학에서는 세상을 아무리 봐도 대상은 똑같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것이 칸트가 얘기했던 ‘아프리오리 인식’이다. 뇌 과학자로서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은 B 사각형이 아무리 더 어둡게 보여도 그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100%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거의 100% 뇌의 잘못된 판단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있는 확률분포 구조를 봤을 때, 그 어떤 것도 100%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판단에 대한 확신은 뇌의 착시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착시 드레스 사진이 있다. 확률적으로 60%는 금색-흰색으로 보고, 나머지는 검은색-파란색으로 본다. 같은 물체를 왜 다르게 볼까. 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색깔 형태의 입체감은 뇌가 만들어낸 착시현상이다. 현대 뇌 과학에서 인간의 생각, 느낌의 80~90%는 착시 현상이라고 본다. 여기서 착시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오감이 전달한 오리지널 데이터에 플러스 알파로 뇌의 해석이 포함된 것이다. 우리는 그 해석 없이 세상을 인식할 수 없다. 세상은 존재하겠지만, 그 세상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뇌가 다르면 다른 계산이 일어나고, 다른 계산이 일어나면 다른 해석을 할 것이고, 다른 해석을 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다르게 보기 때문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아주 대표적인 착시현상 중 하나이다.

 언어와 인식의 해상도 차이=사과가 빨갛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완벽한 빨강일까. 사실 사과는 노란색, 흰색 등의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다. 내 눈이 인식하고 있는 사과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참된 언어 표현 체계는 없다. 그렇다 보니 가장 가까운 빨강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 세상을 넓은 범위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지만 이것을 1대 1로 배합해서 표현할 수 있는 기호는 없다. 이 때문에 현대 뇌 과학에서는 우리가 머리 안에 가진 지식의 10~20%만 언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언어와 해상도의 차이를 기억하면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편해진다.

 인공지능과 딥 러닝=아직 전 세계 최고의 팀이 모여 만든 로봇들은 계단을 오르다 넘어지고 문을 열기 위해 한참 고민하는 수준이다. 어린아이, 강아지도 잘 뛰어다니는데 왜 전 세계 최고의 로봇들은 불가능할까.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뇌의 해상도와 연관이 있다. 오랜 기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서는 무조건 우리 머리 안의 지식을 기계한테 가르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대부분 정보는 하나의 특징이 아니라 보편성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라는 것은 하나의 집합이다. 문제는 집합의 구성원 수가 무한이라는 것이다. 무한의 변화는 해상도가 낮은 언어로 표현이 안 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강아지가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정의를 내려준 적이 없다. 현실이라는 빅 데이터 안에서 경험을 통해 학습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에게도 세상을 가르쳐주려 하지 말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경험하게 해야 한다. 이 분야를 기계학습이라고 하며, 다양한 방법 중 요즘 가장 유명한 방법이 딥 러닝(Deep Learning)* 이다. 이 방법은 기계에 빅 데이터를 집어넣어 주면 기계가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그 안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딥 러닝을 통한 기술 혁신 사례=딥 러닝을 통해 2~3년 전부터 인공지능 개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작년 2014년 7월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강아지를 인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표준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인식을 못 했지만 학습 데이터를 통해 물체의 보편성을 인식한 것이다. 내가 2014년 12월에 카이스트에서 만든 기계는 실시간으로 천 가지 물체를 알아볼 수 있다. 물체를 움직이거나 색을 바꿔도 인식할 수 있었다. 구글에서 2014년 8월에 소개한 인공지능은 상황을 인식한다. 비디오를 틀어주면 처음 보는 것이라도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이제는 기업에서 딥 러닝 기술을 사용해 실질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페이스북의 딥 페이스라는 시스템은 예전에 실종된 사람의 얼굴을 가상 그래픽으로 예상해 페이스북에 올린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등록된 사진 중에서 비슷한 얼굴을 탐색한다. 기계가 사진을 알아보고 설명하는 시스템도 구글이 개발했다. 앞으로는 페이스북에 사진만 올리면 글도 적어주는 시스템이 도래할 것이다. 앞으로 10~20년만 더 기술이 발전되면 신문, 방송의 현장 취재는 기계가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위험 지역에는 무인자동차가 가서 촬영하고 상황 설명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주는 다양한 메시지=이런 식으로 기계가 발전되면 “세상은 안전하겠구나”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우리 세상에 있는 모든 CCTV에 딥 러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범죄가 생기면 증거를 찾기 위해 CCTV가 사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CCTV가 인간의 행동과 의도를 이해해서 수상한 장면을 감식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미래 세상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어진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모두가 모두의 행동을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 도시에는 자동차가 사라질 것이다. 딥 러닝이 바로 사용될 부분 중 하나는 무인자동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딥 러닝 알고리즘을 하드웨어로 구현해서 차종을 구별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 시스템은 당장 내년부터 아우디에 장착될 것이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큰 메시지를 준다. 무인 자동차가 통용되면 교통수단을 효율성 있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도 10%만 있으면 되고 매연가스도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대부분 망한다는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90%의 자동차가 필요 없게 되고 자동차 회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 산업이 수출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구글이 6천억을 주고 인수한 딥 마인드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CEO가 얼마 전에 보편성을 학습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발견했다. 기계가 전문가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습해 전문가도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천재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 비법을 책으로는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투자 전문가들의 투자 실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보다 기계가 훨씬 더 투자를 잘할 것이다.

 어쩌면 미래는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딥 러닝을 사용한 기계들이 나오고 있다. jibo, Facebookm, amazon echo, apple Siri 등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틀어주고 대화까지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하면서 상대방한테 미안해 할 필요도 없는 대상이 생긴 것이다. 영화 <her>에도 이와 같은 것이 나온다. 과학적 허구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대화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인공지능 파트너가 그냥 표정을 인식하고 일상생활 얘기만 해도 상당히 좋을 것이다. 우리가 기계와 대화하고 파트너쉽을 가지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그렇다면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기계를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하고 자유정신이 있는 기계는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터미네이터는 자유의지로 세상을 망하게 하려고 했으니 강한 인공지능이다. 자유의지와 자아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기 때문에 강한 인공지능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약한 인공지능만 하더라도 예전엔 백 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딥 러닝이라는 알고리즘이 등장하며 십 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들이 가능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긴다. OECD 국가 사람들의 70~80%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다. 세상을 인식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서비스다.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할 수 있게 되면 사람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계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무궁무진하게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도저가 생긴 이상 인간은 불도저를 이길 수 없다. 결국, 사회 대부분 수요를 기계가 제공할 수 있게 되고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수요가 없다면, 수요와 공급 간의 부조화가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기계가 사람보다 일을 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얘기할 때 좀 더 현실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미래 예측은 어렵겠지만 과학자로서 정직하게 말해보자면, 앞으로는 명문대를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기계와 경쟁해서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며 사회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공부할 내부적 동기가 필요하다.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는 한계의 극복이 반복되는 사회일 것이다.

 *딥 러닝: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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