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끝나지 않은 이야기
최저임금,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장보민 기자, 장수희 기자
  • 승인 2015.09.30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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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런 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엔 제대로 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임금체불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대학생이 많다. 이들은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을까? 이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A 씨(철학2)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A 씨의 이야기=용돈을 스스로 벌기 위해 수능을 마치고 카페에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1년 미만의 계약에서는 수습 기간을 둘 수 없지만, 최저임금의 85%정도를 받으며 2~3달 정도의 수습 기간을 거쳤어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손님이 적은 날에는 일찍 퇴근시키거나 출근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렇게 빠지는 시간은 또 월급에서 깎였고, 결국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현재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 4,700원을 받으며 PC방에서 일하고 있어요. PC방과 편의점은 제대로 된 시급을 챙겨주는 곳이 거의 없어요.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장님은 제게 “이런 아르바이트는 소위 말하는 ‘꿀알바’니깐 최저임금을 맞춰주지는 않는다”고 했어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지만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PC방과 같이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죠. 그래서 부당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참고 일할 수밖에 없어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신고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통장으로 월급을 입금해주면 그것을 증거로 신고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임금을 돌려받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요즘은 많은 가게에서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임금을 현금으로 줘요. 그렇다보니 증거가 없어 신고를 하지도 못해요. 실제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인터뷰를 하고, 이를 문제로 삼는 기사가 나간다 해도 앞으로 이런 임금 문제가 개선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2016년 최저임금, 그 시작과 끝

 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작년(5,580원) 대비 8.1%(450원)가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모든 근로자와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2016년 최저임금의 협상 과정에 대해, 또 이를 두고 펼쳐진 노사 간의 팽팽한 입장에 대해 알아봤다.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됐나=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최저임금은 위원회 과반수가 참석한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지난 4월 9일(목)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총 12차례의 치열한 공방을 통해 2016년 최저임금은 6,030원으로 결정됐다.

 2016년 최저임금의 최초금액으로 노동자 위원 측은 1만 원을, 사용자 위원 측은 동결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는 총 3차례의 수정안을 내놨고 최종금액으로 노동자 위원 측은 8,100원을, 사용자 위원 측은 5,715원을 제시했다. 결국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 위원은 5,940원~6,120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했다. 이에 노동자 위원 측은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며 협상 장소를 이탈하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으로 열린 12차 회의에서는 노동자 위원 모두가 불참한 가운데 최저임금 의결이 이뤄졌다.

 양근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문위원은 “공익 위원이 제시한 금액도 높다는 것이 경영계의 기본입장이며, 노동계에서 턱없이 높은 금액을 제시해 협상 과정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편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계가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맥락도 있고, 경영계의 입장에서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크다 보니 협상이 어려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용자 위원, 최저임금 동결해야=2016년 최저임금을 두고 사용자 위원 측은 “2015년 최저임금액 대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최저임금 사용자 위원안을 통해 최저임금 동결에 대한 사용자 측의 입장을 살펴봤다.

 사용자 위원이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한 이유 중 첫 번째는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기업의 부담이 가중됐으며, 노동생산성 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상황이라 밝혔다.

 두 번째는 ‘유사근로자 임금수준, 생계비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1인당 GNI(국민총소득)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OECD가입 26개국 중 11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유사한 소득수준인 하위 25% 계층의 생계비보다 현 최저임금이 훨씬 높은 수준이라 밝혔다. 이어 생계비 측면을 고려해도 현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제의 근본 취지를 이미 달성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양근원 전문위원은 “최저임금과 유사한 임금을 받는 1인 가구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보면 약 월 89만 원의 생계비를 사용하는데, 최저임금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으로 중·소·영세 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는 최저임금 목적을 벗어나 고용에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도 인상되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무인경비기계를 도입하고 감시·감독 근로자를 대량 해고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양근원 전문위원은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빈곤가구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학계의 입장으로, 임금을 안정시켜 고용안정 등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은 ‘과도하게 상승한 최저임금 미만율 및 영향률 고려’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2001년 4.3%에서 2014년 12.1%로 증가했으며, 이는 최저임금이 기업의 임금 지급능력 등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영향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안정화를 위해서 최저임금의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이는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방증적 효과로 최저임금 동결을 해서라도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위원, 시급 1만 원을 요구한다=2016년 최저임금을 두고 노동자 위원은 “2016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 원, 월 209만 원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최저임금 노동자 위원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동자 측의 입장을 알아봤다.

 노동자 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을 제시한 이유 중 첫 번째는 ‘경제성장에 미달하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다. 최저임금제 시행 후 지금까지 국내총생산은 10.15배 늘어났으나 최저임금은 9.55배 인상되는 데 그쳤으며, 현재까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과 거의 같아 경제 성장에 겨우 맞추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경제 성장과 비교한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 가난의 불평등 문제 심화 등은 통계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의 70%에 불과하며, 다수의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가 1인 소득원에 2~3인 이상의 부양가족이 있어 생계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구교현 위원장은 “현재 최저생계비는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계측방식이 아니다”며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높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근거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세 번째는 ‘열악한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다. 법정 최저임금이 ‘5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원이 받는 시간당 지급액’ 평균의 41.1%에 불과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불평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은 ‘최저임금이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하위권이다’는 것이다. 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은 노동자 임금 평균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29개 OECD 회원국 중 20위이며, 임금 중윗값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28개국 중 21위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민수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소상공인 등을 포함한 걱정과 갈등이 있지만 여러 과정을 통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과 관련한 과정에서 내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이렇게 받자

 현재 대학가에는 제대로 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학생이 많다. 이런 부당한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강종현 노무사를 통해 그 해결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아르바이트하며 최저임금과 관련해 생기는 부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용주와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 행정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용주가 연장자이거나, 자신이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장 소재지 담당 노동지청을 통해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신고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경우 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 사업장 소재지 담당의 고용노동부 지청을 방문해 신고(진정 및 고소)할 수 있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고용주가 최저임금액을 근로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금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해 발생하는 체납금액에 대해서는 ‘임금 체납 진정 및 고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임금체납 진정은 일을 그만둔 후 14일 이후에 사업장 소재지 담당 고용노동부 지청을 통해 임금체납 진정서를 제출해야 가능하며 조사 기간은 대략 25~50일이다.

 최저임금 보장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더라도 자세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 근로자가 자신의 시급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가 있더라도 이것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사용자에 대한 지도와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었어도 최저임금 미달 지급은 무효이며, 적어도 최저임금만큼의 임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최저임금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가 적발되면 징벌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당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일하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불편하다’ 또는 ‘갈등을 회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개선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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