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의 신호탄이 쏘아지다
대학구조개혁의 신호탄이 쏘아지다
  • 주은성 기자
  • 승인 2015.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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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과 교육의 질적 개선을 목표로 교육부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대학구조개혁의 1막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우리 대학교는 5개 등급 중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으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았다. 하지만 상위등급을 받았다고 마냥 기뻐할 필요도, 하위등급을 받았다고 마냥 슬퍼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대학구조개혁’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한 ‘대학구조개혁’의 첫발을 뗀 교육부와 우리 대학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대학 구조개혁 경과
▲ A등급을 받은 대학들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발표=지난달 31일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종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평가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에 거쳐 총 298개교를 대상으로 정량, 정성지표를 활용해 종합적으로 진행됐다. 일반대의 경우 163개교 대학 중 A등급을 받은 대학이 34개교, B등급 56개교 , C등급 36개교, D등급 26개교 , E등급 6개교이며 5개교 대학이 별도조치, 29개교 대학은 평가에서 제외됐다. 전국의 대학들은 이 평가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정부재정지원 사업참여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제한이 적용된다.

 5등급 체계였던 평가방식은 이번 평가 후 사실상 6등급 체계로 변경됐다. 예비 하위 그룹으로 2단계 평가를 받았던 4년제 대학 37개교 중 상위 대학은 C등급으로 상향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가집계 결과 점수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단 한곳도 C등급으로 조정되지 않았다. 대신 D등급에서 차등을 둬 80점 이상을 받은 대학은 D+로 내년 신규 사업과 국가 장학금 2유형은 제한받지만 신·편입생의 학자금 대출은 가능하다. 80점미만의 점수를 받은 D-대학의 경우 추가적으로 일반 장학금 대출이 50% 제한된다. 교육부에서는 이번 평가로 5,534명이 추가 감축 될 것이며 총 4만7,000명이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방대 죽이기?=이번 평가결과가 나오자 우려했던 ‘지방대 죽이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평가결과 A를 받은 34개교 중 14개 대학만이 지방소재 대학인 것으로 밝혀졌고, 소위 ‘인서울’ 상위권 대학의 경우 거의 A등급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중 역사와 인지도가 높아 소위 ‘지방4학’으로 불리는 동아대, 영남대, 원광대, 조선대 중에서는 영남대와 원광대만 A등급을 받았다.

 하위 그룹도 마찬가지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의 65.6%(21개교)는 지방대학이다. 반면 수도권 대학은 15.6%(5개교)에 불과하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이전의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평가’에서도 하위대학으로 평가됐던 19교(지정유예대학 10교 포함) 가운데 지방대학 비율은 57.9%(11교)였다. 즉,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평가’와 비교하더라도 하위그룹에 지방대학 포함 비율은 더 늘어난 셈이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이와 같은 평가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지방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좋은 성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또한 총 9개 대학 중 3곳(전남대, 전북대, 충북대)만이 A등급에 포함됐다. 경북대학교는 C, 강원대학교는 D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지방 국립대학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해 ‘나라에서 관리하는 국립대학들이 나라에서 시행하는 정책에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모순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불복’ 선언, 귀추가 주목되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강원대학교의 경우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는 물론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주대학교 또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대학교가 불복을 선언한 이유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강원대의 경우 ‘정성평가 시 현장방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이며 학생 절반 이상이 듣는 수업이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교육부 측에 건의된 사안이 아니므로 공식적인 건의가 있을 시에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향방은?=이 같은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직 법정에서 계류 중인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학구조개혁법)’이다. 대학구조개혁법은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법안으로, 대학평가위원회 및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부실 사립대에 대해서 정원감축,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 구조개혁 조치를 취하고 대학 폐쇄 및 법인 해산 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 법이다. 쉽게 말해 현재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구조개혁을 ‘법제화’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돼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현재 대학구조개혁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제한 등으로 진행할 뿐 강제성은 없다.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교육부가 어떤 대처방안을 내 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2017년이면 대학구조개혁 1주기가 끝이 난다. 2018년부터는 다시 2주기 대학구조개혁이 진행될 것이다.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나온 여러 논란들에 대해 교육부는 어떤 노력을 할까. 앞으로 어떤 정책으로 대학사회를 이끌까. 교육부가 밝힌 구조개혁의 취지 중 하나인 교육의 질적 제고는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까. 급변하는 대학사회, 교육부의 발 빠른 수용과 소통에 기반한 정책실행을 기대한다.

‘A등급’ 영남대학교

 영남대학교, A등급을 받다=A등급을 받은 34개 대학 중에 우리 대학교가 포함됐다. 전국의 지방대 중 14개만 A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우리 대학교는 이번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7점 이상으로 최상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석균 총장은 “2년간 모든 대학들이 신경쓰고 경쟁한 평가에서 A를 받았기에 기쁘다. 또한 규모가 큰 종합대학일수록 같은 비율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줄여야 하기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A등급을 받은 34개 학교 중 우리 대학교와 같은 대형 종합대학은 별로 없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며 자율감축이니 만큼  앞으로 대학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  을 것으로 본다”는 소감을 전했다.

 A등급을 받은 대학은 2주기 대학평가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 감축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이창언 교수회 의장(문화인류학과)은 “축하한다. 평가와 관련해 고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다만 일방적으로 교육부 지침에 맞추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회의감은 든다”고 전했다. 이 의장은 또한 이번 구조개혁 평가에 대해 다양한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회적 수요에만 맞춰 진행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다면 A등급을 받기 위해 우리 대학은 어떤 준비를 했을까? 작년 10월, ‘대학구조개혁평가 1차 공청회 및 의견수렴’을 통해 방향을 잡았다. 12월에는 ‘정량지표 사전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점수를 가늠했다. 올해 1월에는 계획을 수립하고 ‘자체평가연구위원회(교원 5명 및 직원 15명)를 구성’했으며 2~3월에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4월에 ‘보고서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이 때 증빙자료는 24권으로 전국 최다라고 한다. 4월 27일에는 ‘인터뷰 평가 준비 및 사전 리허설’을 3회 실시하고, 5월 4일 ‘정량평가용 2차 자료’를 제시했다. 이 과정동안 기획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표를 관리하고 대본 리딩 등의 일을 했다. 교무처에서는 교무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기에 전임교원 확보율을 올리기 위해 신임 교수 채용 시 우수한 교원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일을 했다.

 물론 취약했던 부분도 있었다. 교원 확보율의 경우 노 총장이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3년간 10% 이상을 끌어올렸다. 노 총장은 “학교의 자산은 우수한 학생들과 교수님, 그리고 교수님들의 논문이다. 이것을 위해선 전임교원을 더 많이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장학금 수혜비율을 14%에서 22%로 상승시키고 전임교원의 수업시수를 늘리는 등 취약한 수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노 총장은 “수업시수와 같은 부분은 교수님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든 정책들은 학생들의 더 좋은 혜택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아달라”고 했다. 또한 노 총장은 “정량적인 지표는 취약한 부분이 많아서 많이 채워넣으려 노력했다. 정량적인 부분 이외에 제도와 같은 부분은 이미 잘 되어 있어서 걱정되지 않았다. 교내 구성원들의 단합심도 좋았다”고 했다.

 논란의 중심, PRIME사업=구조개혁 평가가 끝이 나자 상위권 대학들은 산업연계교육 활성화(PRIME)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사업은 앞으로 시행하게 될 사업으로 산업수요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조정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연간 50억에서 300억을 지원해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상위등급을 받은 대학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 총장 역시 “당연히 해야 한다”며 “A등급을 받은 대학에는 10%, B등급의 경우 5%의 가산점을 받는다. 유리한 위치에 있기에 당연히 시도해 볼만한 사업”이라는 뜻을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발표된 내용으로만 보면 이공계 위주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평이 많다. 편중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언 교수회 의장은 이에 대해 “다양한 학문에 관한 논의 속에서 진행돼야 할 것들이 사회적 수요라는 잣대에만 얽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회적 수요라는 부분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 같다. 현재의 사회적 수요가 높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렇다는 법은 없다”고 했다. 노 총장은 “사회적 수요와 교육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 또한 입시성적에 맞춰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업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노 총장은 이 사업이 진행된다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거나 몇 개 학문을 융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PRIME사업은 9월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인문대학 역량강화(CORE)사업 또한 그 시기에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결국, 소통=노 총장과 이 의장에게 각각 같은 질문을 했다. ‘이번 구조개혁평가 중에 소통이 원활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대답은 달랐다. 노 총장은 “통합 과정에서도 소통이 이뤄졌고, 많은 구성원들이 구조개혁에 대한 공감을 했다”고 했지만 이 의장은 “본부 측의 다소 일방적인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청회 등을 통해 그런 불만들을 얘기했고, 학과별로 이와 관련해 진통을 겪어왔다”는 입장이다. 본부 측과 교수회 측의 갈등은 항상 있어왔다. 대학구조개혁은 끝이 난 것이 아니고, 아직 우리 대학교의 정원감축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이야말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노 총장은 “학생들과 많이 만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도 교육부 측에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노 총장은 “학교 또한 학생을 주인공으로 학생을 위한 운영을 할테니 학생들도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끝이 났지만 대학구조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대학을 바꾸는 것은 교육부도, 본부도 아닌 바로 학생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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