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
  • 강신애 기자, 백홍 준기자
  • 승인 2015.09.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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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혼밥현상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빈 강의실, 창가 등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사진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이기도 하다. 가족, 친구가 모여 매끼 밥을 먹었던 식탁의 분위기는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되고 있다.

 혼밥족이 증가하는 사회=통계청에 따르면 90년대에 전체 인구 중 9%를 차지했던 1인 가구 수가 2013년 기준 25%까지 증가했다. 2014년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6.5%으로 2035년에는 이 비율이 34.3%로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1인 가구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이제 전체 인구의 1/4이 1인 가구에 해당한다. 또한 해마다 느는 1인 가구 중 특히 20·30대 1인 가구 증가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이에 1인 손님을 위한 가게, 상품도 늘고 있다. 이제 ‘혼밥’의 경험은 특정 개인이 아닌 다수가 겪는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혼밥족의 급격한 증가 현상에 대해 ‘개인화’가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광동 교수(사회학)는 “이미 개인화는 선택이 아닌 시대의 운명이다”며 “개인과 사회가 상호이해의 관점에서 연계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공동체 중심의 생활을 강조했던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가 결합되는 사회로 변화한 것이다.

 김지원 씨(교육3)는 “5년 전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혼자 밥 먹는 학생이 많지 않았다”며 “복학하고 나니 학생식당만 가도 혼자 먹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이제 혼자 밥을 먹는 일은 대학가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과거엔 혼자 밥을 먹는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으나 이젠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학생상담센터 황지영 연구원은 학생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첫 번째는 서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어렵고 학업, 동아리 등 개인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자발적 혼자’를 자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요즘 대학 내에는 스펙, 학업 준비 등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발적 ‘혼밥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타인과 시간을 맞추고 메뉴를 정하는 등 한 끼 식사를 위해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밥족의 대부분은 식사를 할 때  상대방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일종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혼자 식사를 하는 동안 정보를 찾고 SNS로 사람들과 대화도 한다. 작년 9월 29일에 혼밥과 관련해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에서 한 교수는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식성을 맞추는 것은 싫지만 혼자 밥 먹는 것은 외로워한다. 따라서 맺어야 하는 많은 관계는 SNS로 충족하고 현실에서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혼밥족’의 영양 섭취 불균형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 ‘밥심’이란 일상생활에서 힘의 원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밥은 영양보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혼자 식사할 경우 대부분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균형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이 혼밥족의 단골메뉴다. 하지만 이것들은 혼밥족의 영양을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황 연구원은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끝내기 위해 찾는 음식들로는 대부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혼밥을 해보다

 여러분은 어떻게 식사하십니까?=영대신문이 우리 대학교 남녀 355명을 대상으로 ‘혼밥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55명 중 62.7%(210명)가 혼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주 1~2일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은 34.9%(117명)에 달했다. 혼밥을 하는 이유로 41.9%(88명)의 응답자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30.5%(64명)가 ‘편하고 익숙해서’를 꼽았다. 이처럼 대학 내 혼밥 현상은 우리 대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51.9%(109명)가 주로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응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학교식당에 가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모습이 아니다.

 혼밥족을 만나보다=설문조사 중 여러 학생이 자신이 겪은 혼밥 경험을 소개했다. 혼자 고기뷔페에 가거나 피자 가게를 가는 등 학생들은 다양하게 혼밥을 하고 있었다. 본지의 기자도 직접 혼밥을 자주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기자가 만나본 이들은 혼밥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해야하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편하다고 답했다.

 김 씨는 “1학년 때부터 혼밥을 했다.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으러 갈 경우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친구들과 밥을 먹게 되면 밥 외에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등 소요되는 시간이 많았다. 또 수업을 빠지기도 하며 이는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혼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씨는 “평소 밥을 먹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완료한 후에야 밥을 먹기 때문에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또 밥을 먹는 속도가 느려서 친구들과 모여서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라 혼자 먹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혼밥, 이런 점이 고충이다=혼밥족이 말한 혼밥을 할 때 불편한 점은 피자, 보쌈 등 배달음식의 경우 2인분 이상 주문조건이 많기 때문에 메뉴 선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REALMETER 조사기관의 설문 결과 역시 응답자의 32.5%가 2인분 이상 판매 제약조건을 혼밥의 불편함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식당과 달리 일반 음식점은 1인분을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1인분 음식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메뉴의 1인 식당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아 혼밥족이 이용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개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혼밥족이 늘어났지만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여전히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고 “왜 혼자 먹지”, “외로워 보인다” 등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이 남아있다. 설문조사 중 한 학생은 “혼자 먹는다고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외국의 선진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이광동 교수(사회학)는 “혼밥족은 외롭다는 편견을  없애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대학문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혼자가 모여 '함께'

 혼밥족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소셜 다이닝을 아는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란 고대 그리스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것으로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한 끼를 해결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관심사를 공유하며 뭉치게된 것이다. ‘소셜 다이닝’은 생겨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인기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셜 다이닝 ‘집밥’=소셜 다이닝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소셜 다이닝 플랫폼은 ‘집밥(www.zipbob.net)’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개설된 소셜 다이닝 플랫폼이다. 소셜 다이닝 ‘집밥’을 통해 2012년부터 주 1-2회씩 진행되었던 모임은 현재 10만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주 300여 개의 모임으로 확대됐다.

 소셜 다이닝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사회에서 불리는 역할, 직함 등을 잊고, 자신 모습 그대로 대화를 할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모임이 시작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모임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현재 ‘집밥’은 식사 뿐만 아니라 취미, 예술 공유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개최 중이다. 또한 소셜 다이닝 ‘집밥’이 성공을 거두자 현재는 ‘톡파티’, ‘번개’ 등 다양한 소셜 다이닝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공동체 의식=소셜 다이닝은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소통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는 혼자 생활하는 것이 낯설진 않지만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타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느낌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홀로 식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DVD 속 인물들이 밥을 먹으며 말을 걸어주는 프로그램인 '나랑 같이 밥 먹어요, 이팅(eating)' DVD가 출시됐다. 황지영 연구원은 “혼밥이 늘어남에 따라 소셜 다이닝 또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결국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외롭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도 원하지만 여전히 관계의 소통을 원하는 양가감정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교에서도 자유게시판, 게시물 등을 통해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광동 교수(사회학)는 “소셜 다이닝의 증가는 개인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사회관계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혼밥족’은 함께하기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낳은 현상은 아닐까

체험후기

 김지원(교육3): 평소 일상생활에서 혼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소셜 다이닝은 좋은 기회였다.

 이수진(경영2): 혼자 밥먹는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것도 색달랐고 함께 식사하면서 소통하는 분위기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본지는 혼밥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10일 ‘영대신문 소셜 다이닝’을 열었다. 이에 소셜 다이닝에 참여한 기자의 체험 후기를 들어봤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에 익숙지 않다. 이전에 혼자 밥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리자면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고 시간은 원망스러울 만큼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을 했던 나에게 A군은 내가 평소 혼밥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남들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타인의 시선에 매여 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밥 먹는 시간동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오래 본 사람인 것처럼 편안했다. 이번 소셜 다이닝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신선한 경험이었다. 혹시 혼자서 외로운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셜 다이닝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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