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혼밥현상 |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빈 강의실, 창가 등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진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사진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이기도 하다. 가족, 친구가 모여 매끼 밥을 먹었던 식탁의 분위기는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되고 있다. 혼밥족이 증가하는 사회=통계청에 따르면 90년대에 전체 인구 중 9%를 차지했던 1인 가구 수가 2013년 기준 25%까지 증가했다. 2014년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6.5%으로 2035년에는 이 비율이 34.3%로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1인 가구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이제 전체 인구의 1/4이 1인 가구에 해당한다. 또한 해마다 느는 1인 가구 중 특히 20·30대 1인 가구 증가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이에 1인 손님을 위한 가게, 상품도 늘고 있다. 이제 ‘혼밥’의 경험은 특정 개인이 아닌 다수가 겪는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혼밥족의 급격한 증가 현상에 대해 ‘개인화’가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광동 교수(사회학)는 “이미 개인화는 선택이 아닌 시대의 운명이다”며 “개인과 사회가 상호이해의 관점에서 연계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공동체 중심의 생활을 강조했던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가 결합되는 사회로 변화한 것이다. 김지원 씨(교육3)는 “5년 전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혼자 밥 먹는 학생이 많지 않았다”며 “복학하고 나니 학생식당만 가도 혼자 먹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이제 혼자 밥을 먹는 일은 대학가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과거엔 혼자 밥을 먹는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으나 이젠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학생상담센터 황지영 연구원은 학생들이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첫 번째는 서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어렵고 학업, 동아리 등 개인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자발적 혼자’를 자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요즘 대학 내에는 스펙, 학업 준비 등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발적 ‘혼밥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타인과 시간을 맞추고 메뉴를 정하는 등 한 끼 식사를 위해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밥족의 대부분은 식사를 할 때 상대방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일종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혼자 식사를 하는 동안 정보를 찾고 SNS로 사람들과 대화도 한다. 작년 9월 29일에 혼밥과 관련해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에서 한 교수는 “사람들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식성을 맞추는 것은 싫지만 혼자 밥 먹는 것은 외로워한다. 따라서 맺어야 하는 많은 관계는 SNS로 충족하고 현실에서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혼밥족’의 영양 섭취 불균형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 ‘밥심’이란 일상생활에서 힘의 원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밥은 영양보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혼자 식사할 경우 대부분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균형 있는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이 혼밥족의 단골메뉴다. 하지만 이것들은 혼밥족의 영양을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황 연구원은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끝내기 위해 찾는 음식들로는 대부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
혼밥을 해보다 |
여러분은 어떻게 식사하십니까?=영대신문이 우리 대학교 남녀 355명을 대상으로 ‘혼밥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55명 중 62.7%(210명)가 혼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주 1~2일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은 34.9%(117명)에 달했다. 혼밥을 하는 이유로 41.9%(88명)의 응답자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30.5%(64명)가 ‘편하고 익숙해서’를 꼽았다. 이처럼 대학 내 혼밥 현상은 우리 대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
혼자가 모여 '함께' |
혼밥족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소셜 다이닝을 아는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이란 고대 그리스 식사 문화인 ‘심포지온’에서 비롯된 것으로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한 끼를 해결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들이 관심사를 공유하며 뭉치게된 것이다. ‘소셜 다이닝’은 생겨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인기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체험후기 |
김지원(교육3): 평소 일상생활에서 혼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소셜 다이닝은 좋은 기회였다. 이수진(경영2): 혼자 밥먹는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것도 색달랐고 함께 식사하면서 소통하는 분위기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
본지는 혼밥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10일 ‘영대신문 소셜 다이닝’을 열었다. 이에 소셜 다이닝에 참여한 기자의 체험 후기를 들어봤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에 익숙지 않다. 이전에 혼자 밥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리자면 사람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고 시간은 원망스러울 만큼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을 했던 나에게 A군은 내가 평소 혼밥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남들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타인의 시선에 매여 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밥 먹는 시간동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색함은 사라지고 오래 본 사람인 것처럼 편안했다. 이번 소셜 다이닝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신선한 경험이었다. 혹시 혼자서 외로운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셜 다이닝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