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지단백질과 건강 그리고 미용
혈액 지단백질과 건강 그리고 미용
  • 조경현 단백지센서연구소장(생명공학부)
  • 승인 2015.06.0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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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액과 지단백질=사람의 혈액은 붉은 색이지만, 적혈구를 제외하면 사람의 혈청은 노란색을 띠며, 많은 단백질이 존재하여 우리의 건강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중에 지단백질 (lipoprotein)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혈청이 노랗게 보이는 것은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라는 영양물질이 늘 필요하며, 이들은 매우 소수성이라 피 속에서 잘 녹지 않으므로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수송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수송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단백질이라는 특별한 구조물을 사용하는데, 이들은 아래 그림과 같이 둥근 공의 형태이며, 바깥은 친수성 인지질과 단백질 (대부분 아포지단백질), 안쪽은 소수성 리피드로 가득 차있는 형태이고, 안쪽의 콜레스테롤이 많을수록 입자 크기가 증가하게 된다.  마치 공에 바람이 들어가면 부풀어 오르듯이.

 콜레스테롤, 해롭기만 한 것인가?=혈청 총콜레스테롤은 150-220 mg/dL 가 정상 수치인데, 우리는 콜레스테롤을 안 좋게만 생각하고 무조건 낮추고, 기피하려고만 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혈청 콜레스테롤은 낮을수록 건강에 좋은가? 답은 “절대로 아님” 이다. 혈청 콜레스테롤 150 mg/dL 이하에서 영아사망, 영양실조 등 후진국형 사망률이 증가하고, 선진국에서도 우울증, 정신장애, 폭력, 자살 등이 낮은 콜레스테롤 농도와 연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정상범위보다 높으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적정 콜레스테롤 농도를 유지해야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콜레스테롤의 농도 높낮이 보다 그것이 혈액내에서 어디에 분포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이론이 강한 힘을 얻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원래 필수영양분이라 세포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물에 잘 녹지 않아 혈액에서 지단백질에 의해 수송되며, 밀도와 크기에 따라 크게 저밀도지단백질(low-density lipoprotein, LDL)과 고밀도지단백질(high-density lipoprotein, HDL)로 나뉜다.  LDL의 주된 역할은 우리가 섭취 혹은 합성한 콜레스테롤을 세포로 공급하는 역할이고, HDL의 주된 역할은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수거하여 간으로 되돌려 배설되게 한다. 그래서 LDL이 가는 기차라면 HDL은 오는 기차이다. 기차역의 플랫폼에서 상행과 하행 열차가 만나듯이 혈관 안에서는 늘 HDL과 LDL 이 만나게 된다. 이때

 HDL에 콜레스테롤 (HDL-C) 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HDL-C가 남자는 40 mg/dL, 여자는 50 mg/dL 이상이 되어야 정상이다.  HDL-C 가 높아야 하는 이유는  HDL은 매우 유익한 단백질로 항산화, 항염증, 항감염, 항당뇨 활성 등의 좋은 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이 HDL-콜레스테롤 (HDL-C)의 수치가 높다. 2011년 설날에 방송에서 여자 아이돌들 중에서 HDL-C 가 높은 사람을 비교하는데, 티아라의 효민이 80 mg/dL로 혈액미녀로 선정되는 것을 보았다.  당연히 HDL-C가 높으면 미인이다. 

 HDL의 모습은 건강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데, 심각한 질병의 진행, 감염 등으로 갑자기 감소할 수도 있고, 꾸준한 운동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많은 연구에서, HDL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지거나, HDL 형태에 변형이 생기면 당뇨, 동맥경화, 종양뿐만 아니라, 치매, 뇌졸중 등의 노화 질환, 여드름, 건선, 주근깨 등의 피부질환, 심지어 불임과 정자발달장애 까지 발생 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운동과 HDL=필자의 연구에서 HDL-C의 농도뿐만 아니라 HDL의 모습 변화로 노화 정도를 진단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는데, 좋은 예로 70대의 노인들은 20대의 청년에 비해 HDL의 숫자와 크기가 감소하고, 형태가 부서지고, 찌그러져 있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같은 20대초반이라도 올림픽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은 대조군에 비해 HDL의 숫자가 훨씬 많고, 크기가 증가하고, 총콜레스테롤에서 차지하는 HDL-콜레스테롤의 비율이 높다. 평균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총콜레스테롤의 25% 정도만 HDL에 있다. (예를 들어 총콜레스테롤이 200 mg/dL이고, HDL-콜레스테롤이 50 mg/dL이면, 25%가 HDL에 존재함). 그런데 유산소운동을 많이 하는 선수들은 이 비율이 38% 까지 증가하고, 100세 장수인들은 32%이상을 보였다. 그러나, 당뇨, 심혈관질환, 비만인들은  HDL의 비율이 20%이하로 감소하며, 각종 감염, 염증, 피부질환 등에 의해서도 HDL이 감소하고 좋지 않게 변형된다. 

 결론적으로, 건강관리, 몸매관리, 피부관리를 위해 HDL을 잘 유지해야함을 강하게 제시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혈액검사 기록을 다시 보고, HDL의 농도와 비율을 계산해 보자!

 중성지방: 단맛이 몸 에 쌓일 때=중성지방(triacylglycerol)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액속의 지질을 구성하는 성분이며, 영어이름 의미대로 지방산 3개가 글리세롤 구조로 묶여 있는 형태인데, 원래 지방산은 약한 음전기를 가지지만 글리세롤과 결합하면서 전기적 성질과 극성을 잃어버려 중성지방이라고 부른다.    

 혈액내의 중성지방 농도는 50-130 mg/dL가 적당하다. 높은 중성지방 농도는 염증 유발과 밀접하고, 150 mg/dL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 중 하나 이므로 반드시 정상범위로 낮추어야 한다. 우리 몸에서 잉여 에너지는 중성지방의 형태로 저장되므로 과도한 중성지방의 저장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이란 결국 남는 에너지가 지방세포에 저장된 것이다. 중성지방의 체중당 저장량은 정상인 21%, 비만인 57%로 대부분의 체중증가량이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 증가에 있다. 따라서 비만을 해결하려면 저장된 중성지방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기름기가 아니라 잉여 탄수화물이 중성지방으로 저장된다. 따라서 빵과 면 탄산음료가 나의 지방 덩어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고 기름기 있는 고기를 피하려 하고, 몸의 수분을  없앨려고만 하기 때문에 감량에 실패한다. 가장 위험한 다이어트가 굶기만 하는 것인데, 포도당이 완전히 고갈되면 혈액의 pH 가 산성화 되므로 매우 위험하다. 고갈된 포도당을 신속히 얻기 위해 근육의 단백질이 분해되어 장기손상 등이 우려된다.  

 높은 중성지방은 비만 이외에 여러 가지 대사적인 문제도 발생 하는데, 특히 고밀도지단백질 (HDL)의 기능이 훼손된다.  HDL 내에 중성지방의 함량이 높아지면 HDL의 긍정적인 기능이 훼손되어 많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혈청 중성지방이 1,000 mg/dL 이상이면 췌장염의 발병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임신중 췌장염의 50% 이상이 고중성지방혈증과 연관 있다.  더 나아가, 중성지방의 증가는 기분장애와도 연관있는데, 우울증 환자들은 혈청 총콜스테롤이 정상인에 비해 12% 감소하였지만, 중성지방은 오히려 20% 증가하였다. 따라서, 정상 범위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농도 유지는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혈청 중성지방과 임신 능력이 연관 있는데,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가 임신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고 하며, 대사증후군은 발기부전과도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의 HDL: 늙으면  HDL 도 변하는가?=노화에 따라, 우리 피 속의 HDL도 바뀌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평균 71세 노인들의 혈청과 22세 청년의 혈청에서 HDL을 분리하여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노인들의 HDL이 항산화 능력이 현저히 감소되어 있고, 당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고, 동맥경화의 세포 위험이 증가해 있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50년의 세월동안 그 정도의  HDL 기능쇠퇴는 예상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HDL의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한 결과, 노인들의 HDL은 입자의 수가 현저히 감소해 있고, 크기도 작고, 모앙도 찌그러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또한 노인들에게서 HDL을 구성하는 아포지단백질들이 50% 이상 부러져있고, HDL의 입자 수와 크기도 청년들에 비해 1/3 이하로 많이 감소했음을 알수 있었다. 

 이 결과는 노화에 따라  HDL이 구조적으로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같은 나이라도 운동이나 식생활 등 생활 습관에 따라 HDL의 모습이 젊어질 수도 늙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적절한 식이와 운동으로 HDL이 향상되면 나이보다 젊게 살 수 있으며, 자신의 젊음 정도를 숫자적인 나이가 아니라 HDL의 크기와 농도로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사진처럼 전자현미경으로 HDL을 촬영하면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모되므로, 노화 진단 측정을 좀 더 쉽게 하기위하여 기계공학과의 심재술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랩온어칩(lab-on-a-chip) 분석으로 비교하였다. 노화에 따라 단백질의 쇠퇴가 일어나 부러짐 현상이 증가하고 전하량이 변화함을 알아냈고, 이러한 구조적 기능적 차이 때문에, ‘랩온어칩에서의 이동성이 노화정도에 따라 다르게 검출된다는 것을 입증하여 국제학술지에 게재하였다. 그림과 같이, 청년혈청의 단백질은 이동밴드가 짧고 선명한데 반해, 노인 혈청의 단백질은 이동 밴드가 길고, 밴드 강도가 흐릿하다. 

 위와 같이 HDL의 변화로 노화를 진단하는 기초 방법이 개발되었으며, 이를 용용하여 조만간  노화 정도 뿐만 아니라 노화와 연관된 질병들 (당뇨, 동맥경화, 치매 등)의 진행 정도까지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흡연과 혈액 단백질 변화와 피부노화: 흡연하면 왜 늙어 보이는가?=오래 흡연 하면 더 늙어 보인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논문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재단에서 2013년에 발표되었다.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흡연자 얼굴 사진을 비교하는 결과로 17년을 더 흡연한 흡연자가 얼굴과 목에 주름이 더 길고, 깊고, 선명하며 입술선이 비틀려져 있었다. 

 흡연을 많이 하면 더 늙어 보이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우리 연구진은 젊은 흡연자들의 혈청 단백질을 비교 분석하였다.  

 24세의 젊은 흡연 학생들(n=21, 하루 평균 10개피 이하, 3년 흡연)을 대상으로 혈청 지단백질 분획을 비교해본 결과, 같은 나이의 비흡연자 대조군(n=20)에 비해 모든 지단백질에서 현저하게 70대 노인과 같은 산화와 당화가 많이 일어나 있음을 발견하였다. 

 특히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질(HDL)에 변형이 일어나는데, HDL의 구성 단백질 성분(아포지단백질 A-I, apoA-I)에 산화와 당화 변형이 일어나 전기 영동상에서 단백질 분리대가 흐릿해지면서,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단백질의 응집현상이 보이는 등 성상이 변화함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HDL의 변형은 70대 노인들의 혈청에서 일어난 HDL 변화 양상과 유사하며 (사진 왼쪽), 하루 10개피씩 3년 정도의 흡연으로도 70대 노인과 유사한 혈청단백질 모습을 보였다 

 전자 현미경으로 HDL의 모습을 촬영해 본 결과, 대조군에 비해 입자의 수는 비슷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입자의 모양이 선명하지 않고 윤곽이 흐릿함을 알 수 있었다. 지단백질의 변형이 일어난 것이고, 이러한 변형은 70대 노인의 지단백질 모습과 유사하다. 

 모든 사람의 소망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오래 사는 것일 것이다. 그럴려면  HDL을 높이고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 유산소운동을 매주 4-5회 정도 매회 3-40분간 실시하여 HDL을 증가시키고, 오메가-3 와 비타민 C를 섭취하여 체내 항산화력을 증진시킨다면, 또 가끔 헌혈이나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HDL을 확인하고 관리 한다면, 노화를 늦추고, 젊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체력과 정신력이 강해지고, 몸매 뿐만 아니라 피부도 예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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