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대학인가?
무엇을 위한 대학인가?
  • 주은성 기자
  • 승인 2015.06.0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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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중앙대학교의 강압적 구조조정이 논란이 되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학과, 수요자가 없는 학과는 축소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논란이 됐다. 대학이 취업양성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사회적 수요가 적은 학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의 대립이 팽팽하다. 대학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까. 무엇을 위한 대학이 돼야 할까.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며 해답을 생각해보자.

대학은 상아탑? 취업의 발판?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 돼야 할까, 아니면 취업의 발판이 돼야 할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무엇을 좀 더 우선시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르다.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대학의 본질은 학문이다=“대학의 본질은 학문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대학’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들은 취업양성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도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줄어들기는커녕 그 몸집을 늘려가고 있다. 취업시장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학과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도 자연자원대학이 통합되면서 생명공학전공 일부와 미생물공학전공이 생명공학과로 통합되고, 의생명공학과가 신설됐다. 또한 상경대학 내의 한 학부였던 경영학부가 분리되고 경영대학이 신설됐다. 일반적으로 학교의 취업률 위주 운영을 이야기할 때 경영대학을 예시로 많이 든다. 응용가능한 실무위주의 교육을 가르치기 때문에 기업에서 선호하고 타과에 비해 취업시장에서 유리하므로 학생들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문학의 경우 주로 통·폐합의 대상이 된다. 교육부도 이를 우려하고 구조조정의 목적이 순수학문의 축소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의 구조조정 방향으로는 취업률이 낮은 순수학문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창언 교수회 의장(문화인류학과)은 “사회적 수요에 따른 학과 통·폐합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며, 순수학문의 경우 당장의 사회적 수요가 부족하더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앙대학교의 광역화 모집의 경우도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의 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탁 학생역량개발처장(모바일정보통신공학과)은 “광역화 모집의 경우 80년대에 시도한 정책이지만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다시 학부제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선택의 자유를 너무 펼쳐놓은 상태라 결국 전공 공부가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본지는 ‘대학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 166명이 참여했으며 59%(98명)가 ‘학문의 탐구가 우선’, 41%(68명)가 ‘취업이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과반수가 대학의 본질은 ‘학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김대권 씨(외식산업4)는 “이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흐름에 따라 대학에서도 취업위주로 구조개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미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는 학문 위주의 교육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장부진 씨(기계공2)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학문의 탐구가 우선적이고, 취업은 그것이 이뤄졌을 때 생기는 부가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학문의 탐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문대”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취업이다=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취업이란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아니 우리에게 가장 와 닿는 요소일 것이다. 점점 낮아지고 있는 취업률은 대학생 입장에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대학 전체 평균 취업률은 55.7%로 올봄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이 96.7%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대학교의 취업률도 59.6%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1월 1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고, 첫 직장을 가진 청년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입장에서는 암담한 수치이다. 대학생들은 취업을 못한 채 사회에 나가기보다 대학에 좀 더 남아있기를 원해 졸업유예자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소리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과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다. 사회적 수요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거의 모든 대학들이 사회적으로 경쟁력 있는 학과위주의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탁 학생역량개발처장은 “사립대학이 사회적 수요에 따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당연한 것”이며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국립대와는 달리 빠른 사회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말을 전했다. 실제로 앞으로 최우수, 우수 ,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나눠 대학을 평가하고 미흡, 매우미흡 등급은 정원 감축과 더불어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도 제한시키는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이 어쩔 수 없이 취업률 위주의 경영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취업과 가장 맞닿아 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위의 앙케이트 조사에서도 학문의 탐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학생이 더 많았지만, ‘취업이 우선’이라고 하는 학생도 41%(68명)로 적지 않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정병천 씨(정치외교4)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대학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대학을 발판으로 취업을 해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기에 대학은 취업의 발판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학이 대학생들에게 사회에 나갈 발판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다. 사회적 수요를 따라야한다는 말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다만 대학의 본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항상 생각해 봐야한다. 구조조정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금이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취업VS학문
취업과 학문, 대학은 어느 쪽을 더 우선시해야 할까. 무엇이 최선일까. 교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학은 어느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김영탁 학생역량개발처장
(모바일정보통신공학과)

 최근 대학이 취업 중심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평가를 비롯해 취업률 지표도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이 취업 중심 구조로 바뀌고 있는데, 그렇다면 학문의 발전, 취업의 발판 중 대학이 우선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과 대학원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대학원은 전문성을 가지고 학문의 탐구를 위주로, 학부의 경우는 취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사회는 그렇게 두 축이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회적 수요에 맞춰 학과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역시 취업률에 따라 경쟁력이 낮은 학과를 경쟁력이 높은 학과와 통합시켜 학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립대학의 경우는 특정분야의 인력을 유지하고 전략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반면에 사립대학은 사회적 수요에 맞추고, 변화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졸업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시기에 사회적인 수요가 없어 취업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과연 기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합리적일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학령인구감소로 2023년에는 입학자원이 입학정원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정원감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원조정을 위한 평가 지표에 취업률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평가 지표에 취업률‘만’이 포함된 것이 아니다. 교수들의 연구실적 등 다양한 지표가 포함돼있고 취업률은 그 중 일부기 때문에 중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대학뿐만 아니라 학생들 역시 현실적으로 취업을 우선시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보다는 현재의 학과 공부와 스펙을 쌓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열정페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인턴 경험을 하며 스펙을 쌓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에 있어서는 대학생들이 시야를 넓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이 현재 취업난으로 인해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에서 취업을 강조한다고 해서 넓은 시야와 사고력을 키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미리 소질과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학생들도 미리 진로를 준비하고 적성을 파악하되, 넓은 시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학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에서도 말했지만 대학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요소인 학문은 대학원 중심으로 한 축을 담당하고, 학부생의 경우 사회적 수요에 맞춘 전문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구분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대학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본인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에 맞춰서 경력을 쌓아가고, 자기주도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야한다.

이창언 교수회의장(문화인류학과)

학문의 발전, 취업의 발판 중 대학이 우선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칙적으로 대학은 가급적 많은 이론, 생각들과 같은 학문적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보편적 지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이다. 이와 같은 부분이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발휘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현실적인 부분과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수요에 맞춰 학부(과) 통폐합과 같은 구조조정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사회적 수요에 따라 통합·폐합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위험한 생각이다. 물론 사회적인 수요를 무시할 순 없다. 다만 그것이 우선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 학부(과)가 인기가 좋다고 해서 미래에도 인기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사회적 수요는 구조조정 시 일부일 뿐, 대표적인 요소가 아니다.

 정원조정을 위한 평가 지표에 취업률 지표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형적인 행정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취업률만으로 평가하지는 않고, 계열특성별로 조금씩 평가점수배점 방식도 다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문계열이나 예체능 계열은 취업위주의 교육이 아니므로 현재 취업률 지표가 포함된 구조조정은 학문 자체의 특성을 무시한 적용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의 특성을 살릴 때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학문의 발전은 대학원 위주로, 학부생들은 취업위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학문을 할 학생과 취업을 할 학생이 처음부터 구별되어 입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원도 요즘은 좀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원이 학문의 발전만을 위한 곳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애초에 취업위주, 학문위주를 구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만 지금은 예전과 시대가 달라졌다. 좀 더 전문성을 요구하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부분 대학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업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도 게을리 할 순 없다. 이 경우도 학문을 통해 가능성을 더 열어주는 것이 그 해답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이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분을 나쁘게 볼 순 없다. 다만 길게 보아야 한다. 앞으로는 인생설계가 복잡해질 것이다. 하나의 직업만 가지고 평생을 살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자신이 무엇에 열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뒤따라야 되고 자기실험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취업만을 위한 노력이 아닌 다양한 인생설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며 인재양성을 하고, 새로운 논의와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조정과 같은 경우에도 보편적 기준에 맞추기 보다는 대학의 특성에 맞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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