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끝일 거라 생각했다
사교육, 끝일 거라 생각했다
  • 장보민 기자, 문희영 기자
  • 승인 2015.05.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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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도돌이표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은 ‘대입’을 위해 공교육과 함께 사교육을 병행한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문제는 늘 교육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에듀푸어’(edupoor,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며 빈곤하게 사는 가구) 등의 신조어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입’을 목표로 했던 사교육,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끝일까? 아니, 새로운 사교육의 시작이다.

 사교육은 국가가 관리하는 교육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일컫는다. 지난달 28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다수의 청소년이 공교육과 사교육을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입’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사교육을 받던 학생들, 과연 그들이 목표로 하던 대학 입학 후에는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대학에서도 사교육을 받는다?=오로지 ‘대입’을 바라보며 공부를 했기에,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사전문 취업포털 ‘강사닷컴’과 ‘알바천국’이 ‘대학생 사교육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032명 중 35.7%가 ‘학기 중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김일혁 한국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대학 전공과목 공부를 위한 준비가 고교시절 이뤄져야 하는데, 높은 수능성적에 초점이 맞춰져 발생한 문제”라며 대학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중·고교 시절 사교육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후에도 사교육에 기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일혁 소장은 “고교시절 문제를 이해하고 원리를 찾아나가는 것보다 빨리 풀어나가는 것에 익숙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이 대학에 와서도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원인을 진단한다.

 어문계열 학생들, 수준차이 커=어문계열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해당 어학을 전혀 모르는 채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재외국민 출신의 학생, 외고 출신의 학생, 선행학습이 이뤄진 학생도 있다. 해당 언어에 대한 학생들의 수준차이가 상당해 선행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일반고 학생의 경우 전공학점을 위해 사교육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대학교 어문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8%(40명)가 ‘해당 어학 관련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간의 수준차이가 커서 사교육 없이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어문계열에 있어 사교육은 필수가 된 것 같다’는 학생들의 의견도 있었다.

 어문계열 학과 교수에 따르면 학생들의 어학 수준의 정도 차이가 심해 기초수업의 강의도 중·상 난이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기초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미 졸업할 정도의 수준을 갖춰서 입학을 한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전공과목이라고 하더라도 학년별로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개설돼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학생들 역시 자기 필요에 의해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좋은 학점을 위해 불필요한 과정을 선택하면서 엇박자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 줄이기 위해, 대학 어떻게 해야 하나=전공과목에 대한 심도 깊은 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이 아닌 사교육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수연 연구원은 “전공과목에도 수준별로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교수들이 수업 외에도 여러 가지로 학업을 하는 데 있어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며, “학생들도 대학에서 하고자 하는 학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일혁 한국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교육할 기본소양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며 “대학 자체적으로 기초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과목 개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연계 체제를 맺어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대학생들의 사교육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막막한 대학전공, 해결은 사교육?
 

 수능을 위한 정형화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오던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난관에 봉착한다. 지금까지 받아오던 수업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 입학 후 불필요할 것으로 생각한 사교육에 여전히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대학생들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 더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의 상황은 어떠할까? 실제 우리 대학교 학생과 교수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렵다’기 보다 ‘전혀 모르겠다’=류시우 씨(자연자율1)는 고교시절 인문계열이었으나 부모님의 권유로 자연계열에 대입 원서를 접수했다. 학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조금은 예상했지만 대학 입학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어려움이 있다’는 표현 대신 ‘수업을 전혀 따라갈 수 없다’고 전했다. 류 씨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으나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걱정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한 달 전부터 1:1 과외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기초가 다져질 때까지 계속해서 과외를 받을 예정이다.

 류 씨는 과외 외에도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수학 기초 프로그램을 수강 중이다. 그러나 그는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간이나 횟수가 너무 적은 것 같다”며 폭 넓은 기회를 제공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등록금이 비싼 만큼 더 잘해야 될 것 같은 부담도 있어=권지은 씨(중국어통번역2)는 중국어 학과 진학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지난해 12월부터 약 2개월간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한 달에 약 2~30만 원 정도 하는 학원비를 직접 부담하진 않지만 심적 부담은 큰 상황이다. 또한 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니는 만큼 잘 해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 때문에 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된 수업을 할 텐데 걱정이 돼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전했다.

 권 씨의 가장 큰 걱정은 학과 내 재외국민이나 외국어고등학교 출신 학생, 선행학습이 이뤄진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대학교를 다니다가 우리 대학교로 입학한 학생도 있을 정도다. 권 씨는 “그런 학생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권 씨는 “학교와 학생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 측의 지원을 바라기만 한다거나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씨는 계속해서 사교육을 받을 계획이며 우리 대학교에 있는 버디프로그램과 교환학생 제도 등을 활용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방학 때는 모든 학생들이 학원에서 만나=“교수들이 무엇인가 가르쳐 주고 그 안에서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교수들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우리에게 사교육은 필수적이다” 건축학부에 재학 중인 A씨(건축디자인3)의 말이다. 때문에 방학에는 같은 반 학생들이 같은 학원에서 만나는 에피소드도 생긴다. A씨 역시 방학 때마다 사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액수가 만만치 않다. A씨는 두 번의 사교육을 받았는데, 각각 3개월씩 주 5회 60만 원, 35만 원이었다. 부담스러운 액수에 사교육을 포기했을 법도 하지만 방학 동안 하나의 설계 프로그램을 완벽히 익혀야만 다음 학기가 편해지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A씨는 “결과만 중시하는 풍속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사교육을 하면서까지 대학수업을 따라가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는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수업이나 특강이 개설되길 원했다. 사교육의 힘을 빌려 겨우겨우 수업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불안감과 부담은 커져만 간다.

 전공에 사교육이 영향을 줄 줄이야=실제 우리 대학교 어문계열 학과의 B교수는 “전공에 사교육이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운 기색을 드러냈다. 취업을 위한 외국어 사교육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전공수업 때문에 사교육을 받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B교수는 “사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라는 것은 입시제도에서부터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형화된 교육을 받아왔던 학생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 채 학과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학교 측은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지원해줄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생 수요에 맞는 교육제도 마련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B교수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해 교육 프로그램을 빠른 시일 내로 개발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와 학교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사교육은 없다
 

 비싼 사교육이 부담스럽다면 여길 주목해라! 우리 대학교에서는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코칭 프로그램과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무작정 공부하기 전에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알아보자.

 학생들을 위한 5분 대기조, 교수학습부=교육개발센터 교수학습부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한 연구원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다. 그 중 ‘학습코칭 1+1=3’ 프로그램은 학습과 관련된 상담을 통해 동기 부여, 학습 전략수립, 시간관리, 공부법, 실천 방법 등에 대한 코칭을 해 준다. 이는 1:1 코칭, 3~4명의 소규모 코칭, 집단 코칭이 있다. 새로운 공부 환경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취약 과목에 대한 특강도 진행하며, 각 분야의 멘토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한편 ‘셀프러닝스쿨’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는 학과 수업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각자의 잠재능력을 개발해 학과공부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서혜진 교육개발센터 교수학습부 연구원은 “자신의 잠재된 모습을 발견해 학과 공부에 접목시키니 실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작정 세상의 흐름에 쫓아가는 것이 아닌 먼저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교수학습부에서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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