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맞춤형 통일교육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통일한국, 맞춤형 통일교육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김정수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5.04.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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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기가 되어 ‘분단과 통일시대의 삶’을 강의하고 있다. 교양과목으로 전체 59명이 수강신청한 상황이며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하였다. ‘통일에 관심 없는 학생 있나요? 손들어 보세요’ 했다. 그랬더니 꽤 여러 명이 손을 들었다. 의외였다. 통일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수강신청한 통일론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당혹스러웠다.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이 수업을 듣고 종강 때 쯤이면 자신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약 3주가 지날 무렵인 지난 20일, 학생들에게 통일한국이 갖는 민족사적 의미와 남북교류협력이 왜 중요한지, 통일 이후 우리사회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그냥 한 학기를 기다려 주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통일한국의 꿈과 나는?’ 라는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여 특강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강의는 이론이나 역사적 사건의 맥락보다는 주제에 대한 팩트 위주로 전개하였다. 금방 이해되니 흥미를 느끼는 눈치였다. 강의 전후의 앙케이트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강의 시작 하기 전에 ‘통일에 관심 없다’는 학생이 7명,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학생이 25명, ‘통일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학생이 7명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결과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 ‘통일에 관심이 없다’를 고수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으며, ‘통일을 바란다’가 45명으로 큰 변화를 보였다. 그리고 ‘통일이 안 되길 바란다’는 여전히 7명으로 변화가 없었다. 이들의 논리는 통일된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가 예상되므로 분단된 채 이대로 지내는 게 오히려 좋을 것이란 의견이었다. 

 강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북한의 존재 의미를 설명하였다. 북한은 ‘이중적 존재’로서 ‘화해·협력’은 물론 ‘경쟁·갈등’의 상대이기도 하다. 아울러 북한 당국에 대해서는 전쟁·군사, 독재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약 80%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지원․협력 등의 긍정적인 인식이 약 73%로 강하다는 것을 기존 연구와 수강생들의 의견을 비교하여 흥미를 유도하였다.  

 둘째, 남북한이 당면한 주요 과제를 설명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는 남북한의 화해협력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남한의 주요 현안을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 그것은 (1)국가 경쟁력이 하락 추세에 있다. 남한은 2007년 11위, 2009년 19위, 2011년 22위, 2014년 26위로 7년 연속으로 경쟁력이 하락하는 추세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질 좋은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사회적 갈등이 매우 높다. 남한의 5대 갈등으로 계층, 노사, 이념, 지역, 세대갈등을 꼽는다. 가장 대립적이라 할 수 있는 이념 및 지역 갈등의 기저에는 남남갈등이 자리하고 있으므로, 남북화해협력을 통한 갈등 해소방안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3)저출산 문제 역시 빠르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13년 현재 남한의 평균 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다. 더구나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84년엔 지금 인구의 절반으로, 2136년엔 일천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통계도 있다. 통일한국은 남북한 약 8천만 명, 해외동포 약 750만 명으로 약 9천만 명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내수 중심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4) 남북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크다. 통일은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민 등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가족끼리 헤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남북한 화해협력은 북한이 안고 있는 다양한 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1)북한 주민의 삶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더라도 1인당 약 1천불 수준으로 남한의 약 2만 8천불의 28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필자가 수차례 평양 등 북한지역을 방문하여 체감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은 이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느껴졌다. 세계에서 북한에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실시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국가는 남한이 유일무이하다. 남한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실현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북한의 의료수준 또한 매우 열악하다. 북한의 각종 의료 지표들은  세계 180여개 국가 가운데, 하위 수준이다. 기대수명의 경우 2012년 북한은 전체 69.5세 (128위), 여성 73세(123위), 남성 66.1세(131위)를 기록하였다. 이에 비해 남한은 같은 기간 전체 81.4세(17위), 여성 84.8세(8위), 남성은 78.1세(28위)를 기록해 세계 장수 국가 반열에 들어섰다. 5세 이하 영유아사망률의 경우 2012년 북한의 경우 28.8명(117위), 남한은 3.8명(18위)을 기록하였다. 특히 북한의 경우 후진국 질병의 상징으로 알려진 결핵환자의 수가 약 14만 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더구나 다재내성환자(MDRTB)의 수도 약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재내성환자 치료는 기간(2년)이 서너 배 길어지고, 비용도 약 100배(460만원) 정도 더 소요된다. (3)북한 청소년은 남한의 청소년과 비교할 때 키는 약 20㎝, 몸무게는 10㎏ 이상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남북한은 분단 이전까지는 같은 민족적 역사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분단 이후의 현실은 동일한 민족으로 보기 힘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북한의 ‘산림황폐화 지수(2011)’ 는 180여개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심각하다는 발표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남북한이 안고 있는 다양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협력이 필요하다. 남한이 안고 있는 인도적 현안을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는 북한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고, 북한이 안고 있는 전반적인 열악한 조건들 역시 남한의 도움이 절대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골드만 삭스는 2009년, 남북한이 화해협력을 원만하게 추진하여 ‘사실상의 통일’ 단계로 진행되고 난 이후 40여년이 경과하면 국민 총생산 측면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국가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어 놓은 바도 있다. ‘통일대박론’이 현실화된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정착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여 주가 총액은 급상승할 것이며, 군대는 모병제로 약 30만명 규모를 강군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되고, 청년 일자리는 급속하게 늘어나 ‘청년 실업’의 문제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 특히 이북지역의 건설부문 수요는 살림집만 600만 채 정도 수요가 예상되는 등 건설경기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극복해야 되는 문제들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독일 국민들에게 통일이후의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통일이전으로 되돌아가길 희망하는가? 질문한다면, 절대 다수는 ‘노(No) 라고 답하리라 예상된다.  

 관건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부분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은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다. 우선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먹고사는 문제를 통일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청중의 눈높이에서 현안의 본질을 이해할 때 비로소 해답은 보인다. 통일한국의 건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식의 당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압량벌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형성될 때 가능하다. 대학생들의 눈과 귀를 잡을 수 있는 ‘맞춤형 통일교육’이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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