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치는 우리에게 돌아온 ‘열정페이’
열정 넘치는 우리에게 돌아온 ‘열정페이’
  • 문희영 기자, 장보민기자, 주은성기자
  • 승인 2015.03.1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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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울리는 ‘열정페이’

 

 ‘열정이 있다’, ‘재능이 있다’, ‘재주가 있다’, 결국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열정페이 계산법’이다. 정말 열정 있는 청년이라면, 좋은 경험을 위해선 부당한 대우라도 ‘열정페이’라는 명목 아래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 말하지 못하고 ‘열정’이라는 포장 아래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던 걸까? ‘열정페이’, 열정에 대한 댓가에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이 무너지고 있다.

 ‘노동력 착취’를 ‘열정페이’로 포장하다=“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는 현재 ‘SNL코리아’의 작가로 활동 중인 유병재 씨(가수·작가)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 북에 남긴 글이다. 요즘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열정페이’를 꼬집는 말로 큰 화제를 낳았다.

 현재의 사회적 배경을 배제하고 ‘열정페이’라는 단어만 떠올린다면 ‘열정에 대한 댓가’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적 배경이 들어간 ‘열정페이’는 정 반대의 의미이다. 전문직종의 인턴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훗날의 ‘꿈’을 위해 땀 흘리고 받는 자원봉사 수준에 가까운 적은 보수를 꼬집어 ‘열정페이’라고 한다. 기존의 인턴·견습 제도의 취지는 청년들에게 능력개발, 취업기회를 주고 기업들에게는 유능한 인재 발굴의 기회를 주기 위함인데,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청년들의 절박한 심정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열정페이’가 만연하는 사회에 대해 정지은 사회평론가는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일들이 언론화되기 시작하고 있다”며 “요즘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할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것들이 터진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송유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은 “노동력 착취라는 도덕적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취업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노동시장, 기업, 경제의 주축이 되는 청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개선을 위해 근로감독 등으로 청년인턴제도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열정페이’에 동의하다?=‘열정페이’가 어떤 의미에서 사용되는 단어인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페이’에 동의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실제 구인·구직 정보 제공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2030세대 구직자 1204명을 대상으로 ‘인턴 열정페이 현황’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중 7명(65.2%)이 ‘열정페이에 동의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턴 ‘열정페이’에 대해 30대(54.8%)보다 20대(67.7%)가 더 강하게 동의했다. 이유로는 ‘힘든 일도 경험이라 생각한다’, ‘취업난 시대에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등이 있었다. 30대 보다는 비교적 취업의 문턱에 서있는 20대들이 이력서에 추가될 한 줄을 위해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0일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103명의 학생 중 23명(22%)의 학생이 ‘열정페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예림 씨(영어영문4)는 “경험을 쌓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돈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경험과 배움이 중요하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열정을 보여야 한다”,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면 80명(78%)의 학생은 ‘열정페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태규 씨(언론정보4)는 “‘열정’이라는 표현을 가장한 임금착취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열정페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청년들의 열정을 모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은 평론가는 “막상 ‘열정페이’의 상황에 놓이면 내가 좀 참고 한줄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그만큼 근로기준을 준수하는 기업이 없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업, 열정을 헐값에 사다=‘열정페이’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현재,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어떤 입장일까? 지난 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에 따르면 한 회사에선 열정페이 논란에 대해 “굳이 인턴을 쓸 필요가 없는데, 구직자들이 일을 배우겠다고 한사코 찾아와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정식으로 채용하지 않은 인턴이며, 사전에 무급임을 알고 근무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 정지은 평론가는 “사회적으로 열정페이에 대한 인식, 정책이 보편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는 이런 행위를 관행처럼 해왔기에 충분히 그런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되는 일자리가 적은 상태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인원은 많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기업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많지 않으며, 부당한 대우임을 알면서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처우가 이뤄지지 않는 기업이라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가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 총 동원할 것=현재 이런 청년고용문화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인턴·견습 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업종에 대해 고강도 근로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차적으로 3월까지 전국 150개 기업 내에서 인턴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호텔, 리조트, 패션업계 등에 대해 전국적으로 감독을 실시하고 있고 4~5월정도 분석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에는 시정명령이 있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송유나 사무관은 “먼저 청년층이 마음껏 원하는 일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불필요한 스펙을 쌓을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다”며 노동시장근로개혁을 통해 안정적으로 좋은 여건의 일자리 생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열정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 고용주들은 청년들의 열정을 싼 값에 사들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예 값을 매겨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꿈을 위해 달려온 청년을 평가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30초뿐인 경우도 있다. 누구보다 값진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제 3자의 잘못된 잣대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옷 만드는데 내 신체 치수가 중요한가요?=오마이뉴스(2015년 1월 22일자)는 패션디자인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A씨의 열정페이 경험담을 소개했다. 대학 시절부터 디자이너를 꿈꿔왔던 그는 면접장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실력도, 수상 경력도, 학력도 아닌 그의 몸매였다. 대학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했던 그에게 면접관들은 ‘실력이 좋아 아쉽지만 피팅이 안 되니 다른 곳을 구해야 되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헬스장을 다니며 몸매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B 씨의 면접은 30초 만에 끝이 났다.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B 씨에게 돌아온 말은 ‘됐어요’가 전부였다. 옷도 한 번 못 입어보고 대충 곁눈질로 B 씨를 훑어보더니 면접이 끝난 것이다. 이에 B 씨는 “의류회사는 학력, 학과와 상관없이 정비만 되고 잡일만 할 수 있으면 뽑는구나”고 생각했다.

 실제 한 패션디자인 업체의 인턴 모집공고의 담당 업무 및 상세조건란에는 ‘재기발랄하고 끼 많은 디자이너’라고 명확히 명시돼 있다. 더불어 어깨너비, 허리둘레, 키, 가슴 둘래, 엉덩이 둘레가 함께 기재돼있다. 청년들의 오랜 꿈은 디자이너였으나 고용주에 의해 현실은 의상모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일할수록 빚은 쌓여가=이런 일은 패션디자인 업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 다른 실례로 C 씨는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인턴 생활을 했다. C 씨는 한 달을 꼬박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장 잔고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는 친구들의 연락도 일부러 피하는 중이다. “돈 없어서 못 만난다는 소리는 자존심상해 차마 내뱉기 힘들다”며 “교통비와 식비 때문에 오히려 일 할수록 마이너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버스비 천원을 아끼기 위해 꽤 먼 거리를 걸어 다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 씨가 계속해서 인턴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턴 경력이 대학교 졸업요건으로 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인턴 경력’ 없이는 도무지 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C 씨는 하고 있던 아르바이트 까지 그만뒀다.

 활동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됐다=우리 대학교 학생 D 씨는 지난해 E 회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회사의 주요 행사와 새롭게 시작하는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서포터즈로 활동하면 그에 맞는 교육도 받고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안고 서포터즈에 지원했으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활동에 대한 교육이 없었던 것은 물론 활동 후 피드백도 없었다. E 사 측 관계자는 ‘회사에 대해 홍보를 해 달라’는 것처럼 두리뭉실한 말만 할 뿐이었다. D 씨는 “을의 처지에서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며 “내가 잘못하고 있으면 어쩌나!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D 씨의 불만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E 회사의 주요 행사를 홍보함에 있어서 불만이 터진 것이다. E 회사 측은 행사를 홍보해 주길 원했지만, 홍보에 쓰이는 교통비나 식사비 등 각종 경비를 일절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활동 경비는 당연히 지원해 주리라 생각했던 D 씨는 “고정적 수입이 없으니 활동하기에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D 씨와 함께 활동하는 다른 서포터즈들은 E 회사의 정직원이면서 서포터즈를 겸하는 사람이 대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정적 수입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다. D 씨는 “경비에 대해 요구를 하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갑과 을의 관계이다 보니 활동을 더는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돼 그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또 D 씨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갑이 을에게 ‘너 말고도 일 할 사람 많으니 그렇게 요구할 거면그만두라’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이 나에게 적용될까 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D 씨는 활동이 무척이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D 씨는 이번 3월을 끝으로 이 활동을 더 이상하지 않을 예정이다. 

D 씨는 열정페이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열정을 담보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것이 통과의례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고용주 본인들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간 것처럼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열정에 대한 보상, 받을 수 있나요?

 현재 많은 기업들이 청년들의 열정을 악용하고 있다. 불평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본지는 이에 대해 감정적인 방안이 아닌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대응할 방안이 있는지 이인찬 노무사를 통해 알아본다.

 열정페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기업들이 ‘정식 채용하지 않은 인턴이다’, ‘사전에 무급임을 공지했는데, 이제 와 임금을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며 항변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입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인턴, 교육생, 연수생’ 등의 이름으로 교육이나 기술연마, 자격취득 등을 위해 무급으로 일을 배울 수는 있으나 이는 해당 사업장의 통상적인 영리행위가 아닌 별도의 교육과정의 하나로 사용이 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턴, ‘교육생, 연수생’ 등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실제 기업의 통상적인 영업활동에 일반 근로자와 다름없이 고용할 경우는 교육생이 아닌 근로자에 해당되어 노동관계법상의 최저임금은 물론 각종 법적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사전에 무급인턴임을 약속하고 근무할 시에도 임금을 받을 수 있는가?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하는 자이다. 이는 현행법상 최저임금법은 물론 각종 근로관계법의 규율을 받는다. 정식 채용하지 않은 인턴이라 하더라도 그 근로에 대한 대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 규정은 존재치 않고, 사전에 무급으로 공지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을 때는 노동관계법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즉 무급 약속을 하였다 하더라도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주장하면서 사용자에게 임금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취업을 하고픈 사람들을 악용하는 이런 사례들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어떤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법적제재에 관한 규정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다만 사람들이 이를 잘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일반사람들은 그러한 법적인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취업이 어려운 현실과 스펙을 쌓으려는 취업준비생의 상황을 이용한 기업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권리 찾기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야무지게 일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자세가 필요하다.

 

“청년들, 이젠 짜증내줬으면 좋겠어요”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에 창립된 청년 노동조합이다. 열정페이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는 지금 열정페이 문제를 언론화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시키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단체로 ‘청년착취 시상식’, ‘블랙기업 지표개발 설문조사’ 등 누구보다 앞장서서 청년들의 고용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만나 열정페이와 관련한 청년유니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그는 열정페이에 대해 “열정페이를 양산하고 있는 노동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왜 청년들은 제대로 된 임금과 교육이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이며, 왜 기업들은 이런 청년들을 제대로 된 대우 없이 고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지를 알려면 사회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유니온은 이상봉 디자이너의 열정페이 문제로 이슈가 됐을 때 패션업계에 대해 최초로 문제제기를 했다. 현재도 패션노조와 함께 패션인연합회와 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청년유니온이 요즘 열정페이와 관련해서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블랙기업’에 대한 연구이다. ‘블랙기업’이란 한마디로 악덕 기업으로서 법령에 어긋나는 조건의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의도적·자의적으로 강요하는 기업을 말한다.

 청년유니온이 ‘블랙기업’에 대한 연구에 발 벗고 나선 데에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9월,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희망고문을 당하다가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청년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청년들이 이 사건을 단순히 비참하고 슬픈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일 같지 않게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 당시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이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직장내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에 대한 폭력, 저임금 등 부당한 대우가 발생하는 양상들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블랙기업’연구의 일원으로 지난 1월 2~30대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직장인들 300명 대상으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개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는 3월 중순에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간단한 결과를 말하자면, 청년들은 사회초년생이라는 지위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단계의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열정페이 문제와 더불어 사회 환경 때문에 좀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결합된 저임금 문제, 인턴이나 수습 등으로 대체되는 고용불안문제 등이 블랙기업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양상에 대해 “열정페이, 블랙기업 문제들이 청년들이 겪는 새로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동안 계속해서 있었던 문제이지만,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부터 이미 많이 늦었다. 그렇기에 문제를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며 ‘블랙기업’과 관련한 열정페이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열정페이, 블랙기업과 같은 청년들의 노동 문제를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수면위에 올려놓는 것이 올 한해 가장 큰 목표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에게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자신이 무능하다는 등  자신의 문제로 치환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상태에 도달한다”며 문제의 양상을 자신에게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재조명하기 위해, 현재의 문제에 대해 ‘짜증’을 내줄 것을 당부했다.

 

진정한 열정페이를 받다

열정페이가 논란이 되고있는 와중에도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회사들도 많다. 우리는 현장실습지원팀을 통해  현장실습 우수사례로 뽑힌 이호영(기계4)와 현장실습 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던 회사인 (주)우성케미칼을 추천받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호영(기계공학4)
- (주)혁신이앤씨에서 현장실습
- 현장실습 우수사례 총장상 대상

 현장실습 시 회사의 처우는 어땠는가?
 다른 기업에 비해 처우가 좋았던 것 같다. 보통 현장실습을 나가면 아르바이트 식으로 나가는데 운 좋게도 근무 시간도 좋았고, 기계과지만 개발 쪽보다는 기계를 만들지 않고 사무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그런 방향으로 진행을 해주어서 많이 배웠다.

 어떤 교육과정을 거쳤는가?
 회사 자체가 지열 에너지 관련 회사였기에 지열에너지 기기의 작동법 등을 일주일 동안 배웠다. 파워포인트 작성 같은 것은 대개 할 줄 아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따로 사무적인 것에 관해서는 교육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현장실습이 끝나고 느낀 점은?
 내가 스스로 원하던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찾아 간 기업이었다. 처음에는 짧은 실습기간으로 인해 큰 기대가 없었으나 잡무가 아닌 실무에 투입되고, 기술개발 과제 프로젝트에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참여한 과제가 선정되기도 해 많은 경험과 도움이 됐다.

 현재 열심히 일하고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인턴들의 ‘열정페이’가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확 와 닿지는 않지만 잘못된 일이다. 대우를 해주는 만큼 인턴들도 열심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들이 먼 곳을 내다보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일만을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업들이 현장실습생이나 인턴에게 이러한 대우를 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신입들이 가면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회사 측에서는 인턴이 큰 필요가 없고, 자기 일 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챙겨주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희생해서 무언가를 한다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턴 또한 회사에서 교육받는 만큼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최은주 차장
- (주)우성케미칼 관리부 

 회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한다.
1995년 1공장 설립 이래 현재의 3공장 및 부설연구소까지 확장을 이어온 고분자 플라스틱 제조 기업으로, 다년간의 연구개발 노하우를 활용하여 고품질의 기능성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을 제조하는 곳이다.

 현장실습을 한 학생들의 평이 좋았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장님 상무님을 필두로 모든 직원들이 학생들을 자녀나 동생 후배처럼 생각했고, 저희  회사에서의 경험이 훗날 사회에 나갔을 때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학생들에게 전해진 것 같다.

 현장실습생이 오면 어떤 교육과정을 거치나?
 실무위주보다는 우선적으로 기업 전반의 생태와 흐름을 파악하여 기업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전공분야의 지식을 실무에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관리부, 연구소, 품질관리부 등의 부서에 순환 배치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한다.

 회사의 모토는 무엇인가?
 세계 최고가 되자. 우리 회사는 창립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구멍가게다. 한시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되며,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가능한 현실이 된다.

 현재 열심히 일하고도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인턴들의 ‘열정페이’가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린 청년들의 꿈을 위한 열정을 미끼로 일부 부도덕한 기성세대가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는 실무와 관련된 교육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취업에 진정한 도움이 될수 있도록 하면서 적어도 법의 테두리는 벗어나지 않게끔 봉급을 지급해야 한다. 작금의 이 행태를 수수방관하면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일한 만큼 봉급을 주지 않는 회사에게, 어린 청년들을 기만하여 아낀 돈으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냐고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얼마 전 손석희 JTBC 사장님이 서강대 강의에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긴다. '네버 다이 영(Never Die Young)' 젊어서 죽지 말라는 것이죠. 육체적 죽음보다는 정신적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저희 상무님께서 늘 되뇌이시는 말씀입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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