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장 와보이소
대구 시장 와보이소
  • 강신애 기자, 현승엽 기자
  • 승인 2015.03.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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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을 갔던 기억이 있는가? 노릇노릇하게 구운 호떡 냄새, 온 동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뻥튀기 소리 등 시장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박한 경쟁 사회 속에서 정겨운 시장의 분위기는 이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

 ◆점차 쇠퇴하는 지역시장들=지역마다 특색 있거나 오랜 전통이 있는 시장들이 있다. 대구에는 서문시장, 칠성시장, 불로시장, 평화시장 등 총 60여 개의 특색 있는 시장들이 있다. 특히 서문시장의 경우, 먹거리나 볼거리가 많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몇몇 소수 시장들 외에 대부분 시장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는 기업형 마트들이 곳곳에 많이 들어서면서 소비자들이 시장보다는 편리한 마트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북대학교 지역시장연구소 장흥섭 소장은 “지금 대부분 지역시장이 제 기능을 잃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시장, 옛 문화를 엿보다=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장소이다. 장흥섭 소장은 “시장은 지역 상인들의 거래 장소이자, 옛 문화와 전통이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시장에서 옛정서와 풍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시장에는 손님에게 물건을 더 얹어주는 ‘덤 문화’라는 것이 있다. 이처럼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한 기업형 마트에 비해 시장은 정이 묻어나는 곳이다.  

 ◆지역시장을 활성화하려면?=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을 지켜온 사람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고, 패기 있는 젊은이들은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곳곳에서는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칠성시장은 매년 가을마다 칠성종합시장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시장을 이용하는 주민과 상인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경훈 칠성종합시장연합회 회장은 “젊은 소비자층이 시장에 방문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장흥섭 소장은 “모든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활성화되기 힘든 곳은 공원이나 다른 것으로 지역을 활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상인 교육 기관을 마련해줘야 젊은 상인들이 많이 육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그 속을 살피다


 서문시장

 신남역 1번 출구를 따라 올라오니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서문시장이 펼쳐진다. 동산 병원 맞은편 도심 중간에 자리 잡은 서문시장은 대구의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서문시장은 조선 중기에 형성된 시장으로 대구가 영남지방의 중심도시가 되면서 태평로 일대에서 서문 밖인 교동 근처로 이전됐다. 그곳이 감영 서문 밖이기 때문에 대구서문시장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서문 밖으로 이전한 대구 서문시장은 1923년부터 오늘날까지 200여 년 동안 그곳에 정착해 발전하여, 조선 후기 우리나라 3대 시장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번창했다. 지금은 약 5천여 개의 점포에서 약 3만 명 상인들이 시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오늘날 기업형 마트로 인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서문시장은 예외다. SNS에서 서문시장 관광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문시장은 대구의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또한 대구 근대골목투어 제3코스에 서문시장이 포함되면서 대구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령시, 동성로, 주얼리 타운 등을 구경한 후 서문시장을 찾아와 허기진 배를 채운다면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시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지만 그곳은 왁자지껄 한 기분 좋은 소리로 가득하다. “일로와~먹고 가” 여기저기 칼국수 집 사장님들이 기자들을 붙잡는다. 서문시장은 씨앗호떡, 손칼국수 등 상인의 정이 담긴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서문시장에 한 줄로 늘어선 수많은 국숫집은 항상 만석으로 골목 곳곳에서 ‘호로록, 호로록’ 소리가 가득하다. 줄이 길게 늘어선 호떡집 사장님은 호떡을 만들어내느라 정신없고 줄 선 손님들은 사장님의 호떡을 굽는 손놀림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그들 사이론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 납작만두를 나눠 먹는 커플들도 보인다. 또한 서문시장은 직물, 의류 등 섬유 관련 품목이 주를 이룬 유명 원단 시장으로 매년 패션대축제를 개최한다. 패션대축제는 기성의류, 한복 패션쇼와 더불어 상인 노래자랑 등 시장을 찾은 손님들을 위한 행사다. 서문시장 상가번영회 김영오 회장은 “이뿐 아니라 글로벌 명품시장 축제를 추진 중이다”며 “k-pop 공연처럼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번개시장

 아침에 와서 물건 팔고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상인들이 있다.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남은 곡식들을 팔러온 부모들이다. 이것은 바로 김천이나 청도 등 여러 지역에서 아침에 통근열차에 농산물을 싣고 와서, 저녁이면 열차를 타고 사라진다는 1960년 ‘번개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번개시장은 대구역 바로 옆으로 시내 중심에 자리한 전통시장이다. 대구역과 롯데백화점, 중앙로에 둘러 싸인 번개시장은 도심 속에서 옛 향기를 지켜내고 있다. 고요한 길을 지나 시장의 안쪽으로 들어가니 시장의 한쪽 옆에는 열차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한 번개시장은 특이하게도 롯데백화점 바로 옆에 위치한다. 전통시장을 위협한다는 기업형 마트라 할 수 있는 백화점이 바로 옆에 위치하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이에 화은경 상가번영회 회장은 “롯데백화점은 번개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시장과 상호 협력중이다”며 “어버이날, 새해 등 각 행사 날 시장에 찾아와 상인들과 교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공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어려운 실정인데도 서로를 도우며,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번개시장은 규모가 큰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에 비해 먹거리나 즐길만한 것들이 적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볼 법한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선 대가리를 무섭게 내리치는 할머니, 쌀 포대를 옮기는 아저씨 등의 모습을 보면 80년대 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번개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상인들의 모습이다. 몇 십년간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의 모습에는 서민들의 고된 삶의 흔적이 느껴진다. 시장을 찾은 이실순 씨는 “시장에 오면 상인들과 흥정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덤까지 챙겨주니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들 대구역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자. 인정이 가득한 번개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칠성시장

 대구에 사는 학생이라면 칠성시장역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칠성시장역, 이름부터 지역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의미가 돋보인다. 칠성시장역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장을 보러 가시는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은 대구 재래시장의 양대산맥이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큰 2대 재래시장이다. 그중 칠성시장은 청과시장, 대성시장, 삼성시장 등 7개의 개별시장이 모여서 생겨난 것이다. 칠성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이것 좀 더 넣어줘요” “에이, 이 정도면 남는 것도 없는데…” 채소가게 할머니와 장을 보러 온 아줌마 간의 정겨운 대화 소리가 들린다.

 칠성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손만 뻗으면 옆 가게와 닿을 것 같은 시장 구조 때문인지 칠성시장은 친근하고 옛 전통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 두 손 가득히 무거운 봉지들을 들고 바삐 걸어가는 아주머니들. 그들의 뒷모습에서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느껴진다. 요즘 가까운 곳에 마트가 많은데도 시장을 꾸준히 찾는다는 한 아주머니는 “시장은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문화이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마트보단 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장경훈 칠성종합시장연합회 회장은 “사람들이 칠성시장을 찾는 이유는 신선한 제품과 값싼 가격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옛 풍습을 느끼고 싶어 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칠성시장은 값싸고 신선한 식자재를 도매와 소매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완구류와 문구류 시장은 전국에서 손꼽을 만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장난감을 사기 위해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있다.
 

시장 속 그들
 

여기 전통시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수 십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상인과 시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젊은 청년 상인이다. 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동상회> 백순이 씨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일을 해오시면서 무엇이 가장 좋았나요?

 지난 40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좋았다. 지난 세월동안 시장에서 스쳐갔던 인연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그들과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

 오랜 시간동안 서문시장을 떠나지 않고 지키신 이유가 있나요?
 대구에서는 서문시장이 제일 큰 시장이기 때문이고, 이 자리를 우리가 지키고 있어야 옛날에 다녀갔던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점점 기업형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줄었다고 느끼신 적이 있나요?
 서문시장 같은 경우는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식구 수가 줄고, 외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예전보다 장사가 안 된다.

 <조금남다른커피> 이재건 씨

 서문시장에서 커피가게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창업을 준비할 때 유명 커피가게를 돌아다니던 중 부산 국제시장에서 신기한 광경을 발견했다. 아주머니들이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깎으려고 실랑이하면서도 커피는 유명 프렌차이즈 가게에 가서 마시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니 시장에서 커피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일해 오면서 어려웠거나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게가 지하에 자리하고 있어 햇볕이 들지 않고 환풍이 잘 되지 않는다. 또 지하에 위치해 사람들이 쉽게 찾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행복하다. 또 우리 가게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그들이 은사님이시거나 동창인 경우 뿌듯했다.

 청년 사업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현재 시장에도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하려는 젊은 사업가들이 많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쉽게 포기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3~4개월만 가게를 운영하고 그만두기도 한다. 젊은 사장들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또한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면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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