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고 싶었는데, 빚쟁이가 됐다
빛나고 싶었는데, 빚쟁이가 됐다
  • 장보민 기자, 문희영 기자
  • 승인 2015.03.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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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춘들에게 사회로 나가는 문은 좁다. 그 문을 열어보겠다고 학점경쟁, 스펙 쌓기 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는데, 뒤돌아보니 남은 건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주 IVY 기술 전문대에서 등록금 폐지 계획을 설명하고 대학 학자금을 갚는데 10년이 걸렸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자금 대출자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는 학자금 대출액이 3조 7천억 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무려 약 2.8배 증가한 10조 7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왜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있는가=정부는 2010년 1학기부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Income Contingent Laon)’를 도입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대학 재학 중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 없이 학업을 수행하고 졸업 후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등록금 마련에는 용이하나 졸업 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취업을 할 수 있는 현실도 아니다. 취업시장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만큼 대출금 상환도 늦어지고 있다. 2010년 학자금 대출로 인한 학생 1인당 대출액은 525만 원이었으나 2014년에는 약 34% 증가한 704만 원이다.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대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학생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대학생 594명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금 납부 방법’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과반수가 넘는 54%가 대출 받아 납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국가장학금제도를 통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3분위 까지만 반값 등록금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실적으로 4분위부터 7분위까지는 장학 혜택을 받긴 하지만 ‘반값 등록금’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그러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머지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내 마음대로 대출 받기도 힘들어=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어 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와도 내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대출을 받지 못한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은 직전학기 평점평균이 C학점(70/100)을 넘어야 한다는 성적 제한을 두고 있다. 임 연구원은 “돈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경우 성적뿐만 아니라 생계와 관련된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성적 제한을 없애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적으로 인한 개인의 대출 제한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학생들이 동시에 대출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그룹에 속한 대학의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의 제한을 받는 것이다. 대학 평가 이전에도 부실대학 선정을 통해 대출을 제한했다. 백 교수와 임 연구원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는 것은 학생의 책임이 아닌 학교 운영자의 책임이기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자금 대출,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문제=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의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으로 전공과 적성에 맞춘 질적인 부분보다는 당장 돈을 벌어 단기간이라도 취업을 해야 하는 양적인 부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 수는 2만 명 이상이다. 임 연구원은 “대학생 신용유의자가 생겨나는 이유는 과도한 등록금 때문이고 이런 대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경제적으로 올바르게 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했다. 당장의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쉽지만 졸업 후 부채에 대한 부담이 실제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황이 점점 더 어려운 구조로 이어질 우려도 적지 않아 보인다. 백 교수는 “학자금 대출도 결국 언젠간 갚아야 할 빚이므로 심리적인 압박감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임 연구원은 “학자금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다”며 “학생들이 연대를 통해 힘을 합쳐 개선의지를 보여야 하고 정부차원에서도 채무 관리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자금 대출자의 증가가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지금 학생, 학교, 정부가 힘을 합쳐 합의점을 모색해야 한다.

 ※신용유의자: ‘신용불량자’를 순화한 말


빚 갚는 청춘


 우리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청춘’이라고 한다. 그만큼 ‘청춘’은 젊고, 가능성과 기회가 많다. 하지만 요즘 청춘들은 이러한 가능성과 기회를 ‘꿈’과 ‘미래’를 위해서가 아닌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학자금 대출 미상환으로 법적 조치를 받은 누적인원이 전국 총 7,337명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빚더미에 쌓여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학자금 대출로 심적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업하기도 전에 빚을 지고 있다는 심적 부담감 힘들어”=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A 씨(언론정보2)가 1년 동안 받은 학자금 대출금액은 약 843만 원이다. 계속해서 A 씨가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면, A 씨의 학자금 대출액은 3,000만 원이 넘는다.

 학자금 대출금 상환을 위해 A 씨는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대학 입학 전부터 모으고 있던 적금이 만기되자마자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런 A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약 300만 원의 대출금이 남아있다. 대출금 상환을 위해 보낸 시간 속에서 A 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빚이 있다는 압박감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 없는 현실과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업에 영향이 간다는 것”이라 했다. 취업을 하기도 전에 빚을 지고 있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A 씨는 국가장학금과 교내 장학금 등으로 등록금납부액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학자금 대출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A 씨는 “요즘 취업난도 심한데, 취업이 되기도 전에 빚이 있다는 생각에 직업선택에 있어 원하는 진로보다는 취업을 우선시 할 것 같아 씁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A 씨는 “등록금 자체가 높게 책정된 것 같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대출금 상환이 가능한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자금 대출도 결국 빚이다”=대학생 아들,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B 씨(49세·직장인)는 2011년 큰아들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6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수입은 일정한데, 늘어나는 지출에 학자금이 부족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현재 B 씨의 가장 큰 고민은 “큰 아이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만큼, 결국 둘째 아이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빚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B 씨는 “빚이 느는 것도 고민이지만, 공부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빚을 쌓으면서 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것 같다”며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까지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자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B 씨는 지금까지의 학자금 대출금 상환과 다른 자녀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일자리를 더 알아보고 있는데 보수를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의 이직도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B 씨는 “아이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더 많이 보장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등록금은 인하되고, 장학혜택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출, 이건 꼭 확인하세요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대학생 3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이 54.5%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출을 하기 전에 학생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 대출 후에 대출금 상환을 위한 효과적인 제태크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박선호 한국자산관리개발원 대표를 통해 들어보자.

대출 전

 ◆낮은 금리의 청년층 대출상품을 이용해라=대출을 경험하는 대학생들 중에서 연 30% 정도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이들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한 경우인데, 이들은 신용유의자로 전락하기 쉽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찾아온 29세 이하 청년층에게 한국장학재단 든든 학자금과 청년햇살론 같이 낮은 금리의 청년층 대출상품을 반드시 안내하도록 했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알아봐라=문제의 핵심은 대학생들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대출을 알아본다는 데 있다. 학자금 대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우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학내 여러 장학제도를 알아봐야 한다. 학교의 정식 장학금이 아니더라도 졸업한 대선배 개인이나 동문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장학금도 꽤 된다. 기억하자. 급하게 알아보다보면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낮은 금리의 상품이 있다 해도 심사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장학재단을 부지런히 살피자=마지막으로 한국장학재단을 부지런히 살펴보자. 최소한 한국장학재단과 SNS 친구라도 맺어두자. 장학금뿐만 아니라 재테크와 소소한 대학생활의 팁도 쏠쏠히 얻을 수 있다.

 대출 후

 ◆이자를 낮추자=대출을 하기 전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이자율인 만큼 대출금을 갚는 데 있어서 부담되는 것 중 하나가 이자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올해 2월 17일부터 5월 11일까지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저금리 전환대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행복기금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번 정해진 이자를 계속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산관리 방법, 오해하지 마시길=1월부터 연이자 4%로 매월 10만 원씩 1년 동안 120만 원을 적립했다면 이자는 얼마일까? 대개 4만8000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오답이다. 1월에 적립한 10만 원은 연이자 4%를 받지만 2월에 적립한 10만 원은 총 11개월만 맡기게 되기 때문에 연이자 4%의 11/12만 받게 된다. 나머지 3월, 4월, 5월…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년 총 이자는 이자소득세를 제외하고 은행에서 제시한 이자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4% 적금에 저축하더라도 3% 정도의 인플레이션율이라면 결국 1% 정도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저금리 시대인 요즘 원금보장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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