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이야기] 난장이의 달나라를 위하여
[이유있는 이야기] 난장이의 달나라를 위하여
  • 여현정 대학부장
  • 승인 2014.12.04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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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난장이 가족에게 급작스러운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새 아파트를 얻을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입주권을 하나둘씩 팔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난장이네 집 또한 형편이 어려워 입주권을 팔아 전셋돈을 내줘야 했지만 직접 지은 집에 대한 애착심으로 팔지 못한다. 그러나 입주권 가격이 계속 치솟자 난장이네 가족은 25만 원에 결국 입주권을 팔게 된다. 그리고 난장이는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이는 조세희의 소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내용이다. 소설은 난장이 가족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1970년대 당시 도시 빈민층의 삶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잘 드러냈다. 조세희는 소설에서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열악하고 처참한 생활상을 담아냈고, 바람직한 노사관계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당대에서 소외되고 외면받았던 사람들의 상황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소외되고 외면당하며 주류에서 비켜서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가?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취업을 당장 걱정해야 할 나이이며,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진 탓일까. 남보다 나 자신이 우선시 돼야 하며, ‘나의 인생’에 대해 많이 고민 한다. 물론 맞다. 필자 또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하며, 남보다는 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주인공은 내가 맞지만, 타인의 인생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며, 나를 먼저 고려해야 함은 당연한 말이나 나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2년 12월, 우리 대학교에서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성적 입력 거부사태가 일어났다. 2학기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정정기간 내에 제대로 성적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학생들은 답답해했고, 학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정규 교수의 처우나 왜 이런 사태에 이르렀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우리 대학교 캠퍼스에는 ‘1일 8시간 임금을 지급하고 따뜻한 점심 한 끼는 먹여주세요’라는 제목의 현수막이 붙었다. 우리 대학교에 근무하던 환경미화원들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일은 그들의 일이었을 뿐, 학생들의 동요는 없었다. 

 대학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는 왜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게 되었을까. 이는 비단 대학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냉혹한 사회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물만 파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학점, 공인영어성적, 대외활동, 봉사활동시간뿐만 아니라 외모까지도 요구하는 차가운 사회 앞에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바쁘다. 아니, 바빠야만 한다. 그렇기에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얼마 전 영화감독 박찬욱은 한 강연에서 “우리는 관계의 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곧 나에 대한 관심이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절대 무관심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개인은 사회라는 큰 집단에 속해있으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혼자서는 삶을 꾸려갈 수 없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난장이들이 있다. 그들은 그들만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들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들은 계속 난장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소설 속 난장이처럼 달나라로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의 달나라를, 그들의 처우를, 그들의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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