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진의 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성숙을 향한 ‘단단해지기’
[성유진의 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성숙을 향한 ‘단단해지기’
  • 성유진 사회부장
  • 승인 2014.12.0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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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졌다. 고3 수험생들은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그동안 쏟았던 노력의 평가지를 받았을 것이다. 가채점을 하고 나서 울고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웃으며 기대되는 대학생활을 꿈꾸고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이 다르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무수한 기회가 그들에게 남아있을 것이고 더 힘든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은‘우리는 모두 미생이기 때문에 완생을 위해 나아갈 뿐이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수많은 사회초년생이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유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갖은 시행착오에 부딪히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보며 신문사가 떠올랐다. 3년전 신문사에 첫발을 내디딘 필자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려웠다.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선배들에게 혼날까’,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까’하는 생각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바쁜 취재 일정도 힘이 들었지만 구성원과의 갈등 때문에 더욱 힘이 들었다. 한 선배는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각자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정말 그랬다. 모두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었고 알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였기에 타인에 대해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우리가 왜 그토록 힘들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겪을 때는 길고도 무겁게 느껴졌던 압박과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신문사 내에서 고참 선배가 되었다. 

 본지에 매호마다 실리는 ‘취재수첩’에는 신문사에 대한 기자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부쩍 신문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글이 많아졌다. 필자와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소리를 하다보면 의도와는 다르게 잔소리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듯 하다. 필자를 보며 듣기 싫은 잔소리를 늘어놓던 선배들의 마음도 이러했을 것이다. 

 필자와 함께 신문사를 들어온 동기들도 시련과 갈등을 겪으며 많이 성숙했고 많은 부분에 있어 발전했다. 힘들고 아파했던 만큼 각자가 성숙해졌다. 후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픈 만큼 많이 성장할 것이고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단단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다만 그 고난을 견뎌내기 나름이다. 후배들이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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