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시간’, 그리고 ‘이해’와 ‘배려’
‘약속’과 ‘시간’, 그리고 ‘이해’와 ‘배려’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12.04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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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임승차’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 문제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제는 대학생인 우리에게 더 익숙한 주제인 ‘조별과제’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이제 사회는 대학에게, 그리고 대학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일방적 강의 방식의 수업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 간의 소통을 통해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 대학 강의에서 ‘조별과제’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으며 나름대로 본래의 목적을 이뤄가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그렇듯 조별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그 나름의 폐해가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free riding)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무임승차는 정치경제학 용어로 공공재에 대해 한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편익만을 향유하고자 하는 행위를 규정하는 것으로, 정치경제학 외에도 폭넓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제 이 용어는 대학교 캠퍼스 안에까지 침투해 많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그 결과 ‘조별과제 잔혹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제가 됐다.

 ‘무임승차’는 보통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조원들에 비해 자신의 개인 사정을 내세우며 피해를 주는 한 개인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요즘 신문이나 TV 등 각종 매체를 보면 주로 어린 여자 대학생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는 듯하다. 대개 어린 여자 대학생이 같은 조에 있는 복학생 남자를 구슬려 자신이 해야 할 몫까지 미루는 모습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 경우 보통 피해자가 된 복학생은 온갖 손해를 감수해가며 조별과제를 수행하고 시청자들은 이 남학생 대신 여학생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한다. 아마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제작자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데 성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뤄낼 것이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비슷한 TV 프로그램이나 글을 읽고 일견 공감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쯤에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상황은 TV에서 그려내는 모습들과 같이 극단적이고 또한 극적이었는가? 정말 나는 우둔한 복학생의 모습이었으며 나에게 피해를 준 학생은 조별과제를 내팽개쳐 둔 채로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을까. 필자도 여러 번 조별과제를 겪어봤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결코’아니었다. 많은 경우 그 학생은 말 그대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조별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조원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까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남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여지가 충분히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조별활동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약속’과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 외에도 남을‘이해’할 줄 알고‘배려’하는 모습 또한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조별활동을 통해 고생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그리고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일러두고 싶다. 한 번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나의 행동이 ‘마녀사냥’이 되는 것은 아닐까 돌아봐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조별과제가 당신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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