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에게 따뜻한 관심을
시간강사에게 따뜻한 관심을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12.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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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학교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지방 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전에는 경영학부 교수의 1인당 외부지원 연구비가 전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교육부의 5대 재정지원사업에 모두 선정되고, 삼성전자가 뽑은 이른바 ‘최우수대학’에 선정되는 등 영남대학교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의 천마인으로서 실로 뿌듯하다. 이제 모두 축배를 들자. 우리 대학교를 밑에서부터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모든 소외된 이들을 뒤로 한 채로 말이다. 사소한 돈 걱정은 필요 없다. 약 1천645억 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한, 전국 156개 사립대학 중 열세 번째 부자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이게도 소외된 이들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는 듯하다. 영남대학교라는 좁은 사회 안에서, 뛰어난 실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만 그럴수록 더욱 좁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이들은 먼발치로 밀려날 뿐이다. 구성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소외된 이들의 중심에는 ‘비정규교수’, 또는 ‘시간강사’가 있다. 우리 대학교에서 그들의 거처는 제2인문관 뒤 구석진 곳에 있는 컨테이너다. 애써 찾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물리적·심리적으로 이미 비정규교수와 시간강사들은 학생들의 시선 밖으로 벗어나 있다.

 대학 당국은 시간강사들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 정규교수들에게는 1인 1실로 지원되는 연구실과는 대조적으로 채 10개도 되지 않는 공동연구실, 학교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고용불안 문제 등은 이미 예전부터 시간강사들을 옥죄는 족쇄다. 적립금은 두둑이 쌓아놓으면서도 시간강사들에게는 최소한의 삶의 질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이 정규교수로의 진입을 포기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생활고로 인해 자살을 택하기도 하는 것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학 당국은 시간강사라는 피해자를 양산하는 ‘피의자’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규교수들 역시 대학 당국에 대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신 역시 석·박사 과정을 거쳐 비슷한 경로를 밟아 왔음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간강사를 마음대로 부리기도 한다. 흔치 않을 테지만 지도교수가 논문대필을 요구했다는 사례도 간혹 들린다. 실제로 이는 지난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강사의 유서에서 명백히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많은 학생들이 시간강사의 존재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가 정규교수인지 또는 비정규교수인지 알지 못한다. 사실 알지 못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는 것이고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해당 교수가 성적을 잘 주는 ‘꿀강’교수인지 아닌지 만이 중요하며 이들에게 교수는 스승이 아닌 돈 몇 푼에 지식을 파는 장사꾼일 뿐이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학생들은 시간강사들이 잡고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조차 끊어버리는 ‘방관자’들이다.

 시간강사들이 국회 앞에서, 교육부 앞에서 또는 대학 본부 앞에서 시위를 할 때마다 매번 외치는 것이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는 것이 또한 그것이지만 결국 정답은 두말할 것 없이 관심이다. 학생들은 스승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바른 스승은 그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을 때만이 탄생할 수 있다. 소외된 시간강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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