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논단] 강사, 차별받는 비정규교육노동자
[천마논단] 강사, 차별받는 비정규교육노동자
  •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사무국장
  • 승인 2014.12.04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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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는 교원이다. 우리나라에 교육법이 처음 생길 때부터 교원이었다. 비록 박정희 정권이 쿠데타 직후 1962년에 만든 시간강사제도 때문에 법적인 교원 신분을 박탈당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강사들은 교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현실은 어떠한가.

 영남대의 시간강사 수는 677명이다(2014년 학부 기준). 이들이 강의준비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공동연구실(몇 명씩 수용)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배포할 수업자료를 복사할 때도 눈총을 받아야 하고, 강의에 필요한 자료 출력도 어렵다. 머물 곳이 없으니 일찍 오거나 늦게까지 있기 힘들다. 강의 시간이 되면 오고 끝나면 훌쩍 떠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정규교수처럼 1주일에 3시간짜리 과목을 3강좌 담당한다고 가정하여 추정한 영남대 강사의 연봉은 1천755만 원(2013년 주간 전업강사 기준/2014년은 협상 중)으로 월 146만2천500원에 불과하다. 생활임금은커녕 대법원이 정한 2014년 2인 가구 최저생계비 월 154만1천126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영남대가 사립대학 중 시간강사 임금이 높은 편이고 최근 몇 년간 꽤 올랐다고 하는 게 이 정도이니, 전국 대학 시간강사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큰 사회적 문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배 수준이다. 그런데 영남대 정교수 연봉은 1억 원 내외이다. 강사와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정규교수가 학생지도·행정 등에서 약간의 일을 더 한다고는 하지만 ‘진리와 정의를 추구해야 할 대학이 돈에 혈안이 되어 비정한 차별의 왕국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피하려면 차별해소를 위해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강사는 고용불안 문제도 심각하게 겪는다. 학교가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 해고당한 뒤 퇴직금도 없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을 보장받을 기회는 더더욱 없다. 소청심사권 같은 법률적 보호 장치나 제도적 안전장치가 아예 없는 것이다. 

 영남대의 2014년 전임교원확보율은 재학생 기준 70.3%이다. 그런데 이 전임교원 안에는 최근 급증한 교책객원교수 같은 비정규단기계약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대학을 위해서는 이런 편법을 조장해서도 써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정규교수로 뽑혀야 할 사람들 대부분의 미래가 잘 되어봐야 연봉 3천 만 원 내외의 비정규단기계약교수라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의 수가 급감하게 되어 교육자·학자 공급망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지식을 접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도 색다른 사유를 하는 것도 모두 힘들어진다. ‘큰 학문’을 한다는 대학의 존재 근거가 사라진다.
교원이 없으면 학교는 운영될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기 어렵다. 그렇기에 OECD 평균

 수준을 훨씬 밑도는 기준으로 정한 전임교원의 수조차 100% 채우지 못하는 사립대학은 해당 재단을 퇴출시키고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여 대학을 정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올바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강사법과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 피해는 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대부분(대량해고/저임금/정규교수로의 취업통로 협소화), 일부 학문탐구에 전념하려는 정규교수(연구환경 악화/초과강의 증가), 학생(양질의 교육·학생지도 수혜 불가능) 모두가 입고 있다. 강사법과 대학구조조정은 거대한 대학판 지진해일(쓰나미)이다. 이에 대한 대학 주체들의 상생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 사태에 대해 올바르고 세밀하게 진단하여 대안까지 시급하게 도출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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