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니가 아파서 학교에 못 나왔다는 예기를 들었어. 감기 낳아서 빨리 보면 좃겠다. 걱정을 않할 수가 없네. 곳 볼 수 잇겠지?”
틀린 맞춤법에 속이 답답해져 온다. 이는 비단 필자가 국문학도이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탈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617명을 대상으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맞춤법 실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감기 빨리 낳으세요’가 1위(26.3%)로 꼽혔다. ‘낳다’와 ‘낫다’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그 뜻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감기가 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낳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혹자는 “맛춤법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 뜻만 통하면 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9일은 한글 반포 568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첫 문을 열었으며, 전국 국어문화원과 지자체에서 각종 한글날 행사가 진행됐다. 해외 소재의 세종학당에서도 글쓰기와 말하기 대회, 한글 전시를 개최하는 등 한글 반포를 기념하기도 했다.
15세기 당시 세종이 우리의 문자‘훈민정음’을 만들었으며, 근대 이후 ‘한글’이라 불리게 됐다. 그 이전에는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는 글자라 해서 ‘언문’이라 불리기도 했다. 익히 우리도 많이 들어 왔듯이 세종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를 불쌍히 여겨’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다. 세종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민국은 문맹률 1%로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가 됐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업적에 1989년 유네스코(UNESCO)는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해 전 세계에서 문맹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고 그 정신을 드높이고 있다. 그만큼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자가 됐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한글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날 한글은 한자와 한문에 뒷전이었고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어에 밀리기까지, 한글은 오랜 풍파를 거쳐 왔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영어에 뒷전으로 밀려 한국어 능력보다는 영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말하고 쓸 줄 아냐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낳다’와 ‘낫다’조차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서 그리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또한 한글이 혹자에게는 그리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PT’, ‘텀블러’, ‘슬로건’, ‘더치페이’. 이러한 외래어를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이를 우리말로 바꾼 ‘일대일 맞춤운동’, ‘통컵’, ‘구호’, ‘각자내기’가 더 어색할 정도다. 또한 우리가 심심찮게 쓰는 멘붕(멘탈붕괴)’, ‘버카충(버스카드충전)’,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등 정체불명의 신조어도 10대와 20대 사이에서는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우리 언어가 점점 외래어와 신조어로 물 들어가는데, 이러다 순수 우리말이 잠식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사용을 보면 정작 한글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당신은 한글을 홀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글과 말은 쓰는 사람이 더욱 이를 사랑하고 아름답게 써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