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함] 무상급식과 민주주의 교육 사이에서
[청춘고함] 무상급식과 민주주의 교육 사이에서
  • 김병래(국제통상2)
  • 승인 2014.12.04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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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뜨거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던 무상급식은 지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적인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초등 교육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먹는 밥 만큼이라도 집안 형편에 차이 없이 같은 것을 먹게 하자’는 무상급식의 감성적 논리는 일견 우리 사회의 정리(情理)에 부합하는 주장으로 보인다. 게다가 급식을 교육 활동의 연장으로 본다면,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는 우리 헌법 조항에 부합하는 일이니 헌법 정신에도 합치되는 정의로운 일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그러나 무상급식으로 인해 우리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촉발되는 현실적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부족한 예산을 갈음해야하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교육 기자재 등에 대한 예산은 삭감되거나 아예 편성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실제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9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국 연합학력평가 실시를 취소하였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 20여만명의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학업 성취도를 판단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 게다가 11월에 시행되는 학력 평가 또한 예산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할 지경까지 이르게 되어 서울 시내 1·2학년 고등학생들은 2학기에 2차례 시행되는 학력 평가 응시 기회를 전부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학력평가 취소도 모자라 무상급식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교육 기자재, 냉·난방 비용, 원어민 교사 채용 예산까지 삭감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 쾌적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는 각 시도 교육청이 무상급식에 얽매여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러나 단순히 예산 차원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무상급식에 대해 되짚어봐야할 본질적인 문제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무상교육 논란이 우리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함양해야할 기본적 자질을 망각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은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되는 기존의 급식비 지원 방식으로 인해 저소득층 학생들이 느끼게 될 소외감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상급식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자는 격의 주장으로 합리적이지도 않거니와, 자유민주주의 교육의 기본적 특성을 몰이해한 주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사회구성원인 개인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만족’을 개선해나가려고 시도하면서 개인이 발전하고 이로 인해 사회가 발전하는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교육 또한 마땅히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여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야할 것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학급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지원되는 보충교재, 체육복 등을 나누어 주었던 적이 있었다. 한달 뒤 그 학생들의 책이 쓰여지지도 않은 채 교실에 널부러져 있어 이름이 적힌 학생에게 왜 쓰지를 않냐고 물으니 “어차피 나라에서 공짜로 나눠주는건데 내맘대로 해도 큰 상관없지 않나”하고 웃어 넘기는 것이었다. 그 때 이러한 물질적 지원이 장차 저소득층 학생들이 성장하여 사회인으로서 자립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고, 무상교육이 가진 문제점 또한 심각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원 못지 않게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그 현실을 개선해나가려는 의지를 키워주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학생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일생을 살아가는데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 교육계가 깊이 고찰해본다면 무상교육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 또한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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