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함] 힐링이라는 단어의 불편함에 대하여
[청춘고함] 힐링이라는 단어의 불편함에 대하여
  • 안희진(사학2)
  • 승인 2014.12.04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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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니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힐링’이라는 단어가 우리들 삶의 한 부분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다. 게임을 즐겨 하는 아이들 외에는 거의 쓰지 않던 힐링이라는 단어가 어찌해서 우리들의 삶에 자리하게 된 것일까.

 Healing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의 치유’다. 그렇다면 치유의 뜻은 어떨까. 치유라는 단어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힐링은 병이 걸린 사람에게 치료한다는 의미로 쓰여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모든 부분에서 힐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데 이 현상은 젊은 사람들이 가진 일종의 피해의식과 과시욕의 결합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상처를 받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서점에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는 책들이 전면에 나와 있으며, 곳곳에서 힐링 마케팅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힐링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곳에 다녀왔다거나 혹은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써 호화로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표적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를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득달같이 올려 알리기에 바쁘다. 사실 이것들은 힐링을 빙자한 사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신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공개하고 그에 걸맞은 동정을 얻어내기에 최적화된 TV 프로그램 ‘힐링캠프’가 그 유행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으로 현 안철수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침체기를 겪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일명 스타로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데 현재 그 역할을 ‘힐링캠프’가 넘겨받은 상황에서 그것을 굳건히 쥐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 지니는 영향력은 가히 꽤 크다고 할만하다.

 그런 프로그램이 힐링을 전면에 내걸고 군림하고 있으니 힐링이란 단어가 일파만파 퍼지기엔 충분했다. 또한 불과 2~3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요즘엔 그 어떤 관광지, 휴양지를 가도 힐링이라는 말을 떡하니 써 붙이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외국어가 우리의 언어생활 전반에 자리를 틀어잡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썩 보기 좋지는 않다. 기존의 관광지가 갖고 있던 특색 있는 다른 홍보 문구를 쓰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오히려 관광지에 어울리지 않는 힐링이란 단어를 떡하니 내걸고 있으니 차라리 힐링을 빼버리고 소개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애초에 모든 관광의 목적이 힐링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힐링이란 단어가 싫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힐링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외국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말을 해치는 현 상황이 싫다. 예전엔 이런 현상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동조했던 적도 있지만, 깊게 생각을 해보니 오히려 우리말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 일이 되는 것만 같았다. 국제적인 감각이니 세계화니 이런 가치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부분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때에만 적용해야 하고 우리는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인임으로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를 더 많이 즐겨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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