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청춘은 웁니다
오늘도 청춘은 웁니다
  • 성유진 기자
  • 승인 2014.12.0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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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아파하는 20대

소개서 한 통에 발목 잡힌 취업준비생

 지난 호(1604호) 사회면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의 현황과 실태를 보고하며 ‘어떻게 하면 취업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이번 호(1605호)에서는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의 고민과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생의 애환을 들어보기 위해 연재를 기획했다. 

 ‘청춘불패’, ‘젊을 때는 두려운 것이 없다’던 말은 온데간데없고 청춘은 취업에 아파하고 있다. 20대 청춘들이 모여 있는 대학가에서는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학 문화가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고 대신 취업에 필요한 취업 동아리, 스터디가 생겨나고 있다. 학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산성이 낮은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있으며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전망 없는 인턴십에도 뛰어들고 있다. 

 지원하는 기업의 입맛에 맞게, 자기소개서를 100번 고쳐 써도 취업은 쉽지가 않다. 이 모든 것을 각오했음에도 쉬 얻지 못하는 것, 바로 ‘취업’이란 말이 가져다주는 현실이다.

 어느 취업포털에서 신입 구직자 4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평소 ‘구직활동 중 우울함을 느끼나?’라는 질문에 91%에 해당하는 구직자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어서 ‘별로 그렇지 않다’는 7.7%,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0.9%)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에게 우울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정수 학생상담센터장은 “취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기소개서를 100장 이상 쓰면서 끊임없는 후회를 하거나 구직 활동에 실패해 자신감을 잃고 좌절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구직 활동으로 인해 우울함을 호소하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계속 취업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62.2%)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는 ‘가족과 친구, 지인의 눈치가 보여서’(16.2%)도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아서’(11.5%), ‘취업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부담 때문에’(3.3%), ‘어학 성적, 대외 활동 등 스펙을 쌓는 것이 힘들어서’(2.8%)와 같은 이유를 꼽았다. 이에 대해 조 센터장은 “좋은 직장이나 높은 곳에 지원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적성을 생각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업 준비생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좋은 결과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취업 준비생입니다

 금융권의 하반기 공개 채용이 시작됐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상반기 공개 채용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하반기 공개 채용의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는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교 학생을 만나봤다.

 커피 한 잔도, SNS도, 친구 만나는 것도 모두 ‘취준생’에겐 사치

 박민지 씨(경제금융4)는 금융 관련 공모전 경험과 경제 뉴스를 즐겨 봤던 것이 금융권 취업 준비에 발을 들여 놓는 계기가 됐다. 3년간 학부 사업단, 은행권 스터디 모임, 논술 대비 등 취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온 그에게도 취업은 하루하루 불안의 연속이다.

 박 씨의 하루는 자기소개서로 시작해 자기소개서로 끝이 난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자기소개서 작성 및 교정을 시작하는데 자격증, 성적, 날짜를 다른 곳에 똑같이 입력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오탈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신경이 날로 예민해 진다. 예민해 지는 이유에 대해 그는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해소 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라며  속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기소개서 준비로 수업은 발표과제가 있을 때만 출석한다. 수업보다 자기소개서에 더욱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박 씨가 필수적으로 학교에 들러야 할 때는 취업에 필요한 서류 구비와 자기소개서 첨삭을 할 때이다. 그는 학교에 들러 취업에 필요한 것들만 하고 곧장 집으로 향한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내가 마치 학교의 유령이 된 듯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취업 준비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그의 수면 시간은 평균 3~4시간 웬만한 수험생 못지않은 시간이다. 친구들과의 만나지 못함을 SNS로 위안삼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취업 준비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각종 축제로 다른 사람에겐 즐거웠을 9월이 박 씨에게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취업 준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크다. 취업 증명사진을 찍는 사진관이 따로 있을 정도인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 간단한 복장 대여까지 포함하면 3장에 무려 15만 원이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박 씨는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긴 하지만 너무 부담스럽다”며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더 조급해진다”고 했다. 

 어쩌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취업 준비 기간에 가장 힘든 점은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무엇보다도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주변에서 자신보다 먼저 합격 소식이 들려오면 의욕을 잃는데 괜찮은 척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친구는 이 나이에 취직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열등감의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이런 박 씨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여유를 갖고 조금 일찍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일찍 준비했다면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 빠듯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늦게 시작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전했다.

 자신이‘하고 싶은 일’을 쫓는 정재식 씨

 모두가 취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시점에서 정재식 씨(화학공2)는 2학년 2학기에 군 복학 후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오늘도 노력 중이다.

 정재식 씨(화학공2)는 현재 자신의 학과와 다른 금융이나 경영 컨설팅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과와 다른 진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성격상 영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판단했고, 자신에게 맞는 기업도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고 답했다. 현재 그는 낮에는 학과 공부를 하고 강의가 빈 시간이나 방과 후에는 경영 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빠듯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른 취업 준비생들처럼 정 씨도 현재 가족들의 눈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고민 때문에 현재 그는 빠듯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가장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또한 몇 백대 일이라는 기업의 높은 취업 벽에 대해서도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정 씨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을 지니게 됐다고 했다. 신입생 때는 돈이 있으면 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거나 놀러 가곤 했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은 돈 쓰는 것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또한 “요즘은 하루하루 취업 걱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힘든 심정을 털어놨다. 
정 씨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구분해서 정말 본인에게 잘 맞는 진로를 찾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취업률에만 연연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류전형 올 패스(All Pass) 맨 홍심훈 씨

 대구은행, 부산은행, 국민은행 등 현재까지 응시한 금융권 공채 서류전형에 모두 합격한 홍심훈 씨(경영4).

 위 한 문장만으로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서류전형 올 패스(All Pass)’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홍 씨의 취업 준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홍 씨는 제대 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취업에 대한 스펙을 쌓고자 장기적으로 계획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 대외 활동(대구은행 홍보대사, 한국거래소 금융교육봉사단, JA코리아 형제봉사단), 학점 관리, 토익 900점, 자격증 취득(금융3종, AFPK, 테셋1급, 한국사1급), 봉사활동(한국거래소 금융교육봉사단과 JA코리아 형제봉사단 100시간, 정평동 지역아동센터 50시간, 비산동 천사의 집 50시간)이 바로 그 계획이다. 현재 홍 씨는 토익 점수가 875점으로 900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이를 제외하고 계획했던 목표를 모두 이룬 상태다. 면접은 취업스터디를 통해, 논술은 신문을 매일 읽으며 준비했다.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로 본인의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기 때문일까? 이를 말하는 홍 씨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현재 서류 전형에 모두 합격한 홍 씨는 부산은행의 면접을 본 상태이다. 부산은행 면접은 토론 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이하 PT면접), 인성 면접으로 진행됐다. 홍 씨는 면접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질문으로 대구은행 홍보대사로 활동한 이력을 보고 면접관들이 대구은행에 원서를 썼는지 확인한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거짓말보다는 솔직하게 답변했다고 했다. 면접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면접 당시 우리은행이랑 농협의 자기소개서를 쓰던 중이라서 PT면접 준비를 거의 못하고 갔다”며 이 부분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홍 씨는 곧 취업 전선에 뛰어들 후배들에게 “취업 준비생이 되고 나니 시간은 너무 없고 그에 비해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 본인이 정말 취업을 하고 싶은 곳을 잘 생각해서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단순히 취업 준비에 대해서만 생각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무를 하고 싶은 것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그에 맞게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희영 준기자 mhy0323@ynu.ac.kr
현승엽 준기자 hsy0131@ynu.ac.kr
장보민 준기자 jbm3905@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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