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에 생명을 더하다
글씨에 생명을 더하다
  • 강신애 준기자, 추송이 준기자
  • 승인 2014.12.01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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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서체와 같은 딱딱한 삶 속에서 벗어나 우리는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캘리그라피를 만났다. 손 끝에서 탄생한 글씨는 당신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이를 글씨에 애정을 담는 이들과 얘기를 나눴다. 

글씨, 흐르는 물결처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미생’을 본적이 있는가? 독자들도 한번 쯤 접해 보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이 시작하기 전 타이틀을 눈여겨 본 사람은 몇 사람 없을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 ‘미생’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의 분위기를 제목만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캘리그라피’이다. 그렇다면 캘리그라피는 무엇이고,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일까?

 ◆캘리그라피란?=캘리그라피의 사전적 의미는 서사적 예술로서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다. 이는 규격화된 기계식 활자를 벗어난 글씨로, 유연하고 동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 캘리그라피는 서예(書藝)를 번역한 뜻으로 사용됐다. 또한 캘리그라피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서예로 통용됐다. 하지만 최근 캘리그라피는 서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붓, 연필 등과 같은 필기도구뿐 아니라 나뭇가지, 젓가락 등 잉크를 찍어 쓸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캘리그라피를 완성할 수 있다. 강병인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부회장은 “도구의 질감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 진다”고 했다. 캘리그라피는 글자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글이 주는 의미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이에 정재완 교수(시각디자인학과)는 “캘리그라피는 도구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화된 표현을 하는 것이다”고 했다.

 최근 캘리그라피가 사용된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드라마 등의 제목이나 책의 표지를 보면 캘리그라피는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카카오톡’이모티콘에서도 캘리그라피를 찾을 수 있다. 이토록 캘리그라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의 리포트, 회사원의 문서 작성 등 워드프로세서를 통해 글을 작성하는 것은 일반화 됐다. 또한 길거리를 다니며 간판을 봐도 디지털 서체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우연히 손으로 휘갈긴 것 같은 자유로운 서체를 보면 눈길을 끈다. 디지털 서체와 같은 획일화 된 모습과 달리 자유분방한 서체가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캘리그라피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캘리그라피는 글자가 단순히 기능적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가 품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며 “이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 등 그것들의 분위기를 글자의 이미지로 읽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캘리그라피에 더 가까이=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는 2008년 3월에 설립돼 캘리그라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협회는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운영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11개의 교육기관을 설립해 캘리그라피의 교육을 이끌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 회원들의 작품들로 꾸려진 정기 전시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정기전시회는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0일까지 15일간 진행됐다. 강 부회장은 “글자의 의미와 글꼴을 생각하며 작품을 보면 더 재미있게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캘리그라피가 관심을 모으면서 이를 취미로 삼는 일반인들이 늘어났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도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는 좋은 글씨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해 완성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우리 대학교에서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는 학생인 함동길 씨(정치외교1)는 “어떠한 도구이든 상관없이 많이 써보고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많은 연습은 글자의 획을 느끼고 공간들을 조정할 수 있게 하며 글자를 쓰는데 자신감을 생기게 한다.

 글자에 생명을 불어 넣는 캘리그라피는 익숙했던 한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똑같은 기능을 하는 글자이지만 어떠한 것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연말을 맞이해 펜과 종이가 있다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를 독자들도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글씨, 감성이 살아있는

 광고에서부터 영화까지, 우리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캘리그라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캘리그라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취미로 삼는 사람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생겼다. 기자가 전문가에게 ‘캘리그라피만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들은 모두 ‘글씨에 감성을 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지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손 글씨에서 꿈으로=현재 한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다는 하은지 씨(27)는 어릴 때부터 낙서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느 날 술을 마시러 식당에 갔다가 벽에 붙은 소주 광고포스터에 쓰인 독특한 캘리그라피를 보고 직접 캘리그라피를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는 ‘만두몽키’라는 닉네임으로 손 글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연습한 글씨를 게시하거나 타인들과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문구업체 졸리비(jollybee)와의 공동 작업으로 본인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가 새겨진 텀블러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하은지 씨는 “이렇게 빨리 꿈이 이뤄질 줄 몰랐다”며 “지금은 병원에서 근무 중이지만 조만간 직업을 바꾸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취미로 시작해 직업이 바뀌기까지=하은지 씨처럼 직업을 바꾸는 꿈을 가진 이도 있지만, 이미 직업을 바꾼 사람도 있다. 바로 캘리그라피 교육업체인 ‘쓰임새 캘리그라피’의 김형균 대표(34·캘리그라피 강사 및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노트필기를 좋아했다던 그는 설계사무소에 다니던 엔지니어였다. 그러나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글 패션쇼 다큐멘터리를 보고 캘리그라피를 접한 이후, 취미로 시작했다가 한 캘리그라피 회사의 인턴으로 전업했다고 설명했다. 

 경력을 쌓은 후에 그는 현재 ‘쓰임새 캘리그라피’를 운영하며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금성제면의 ‘국수마을’, 함소화제약의 한방화장품 ‘결’등에서 의뢰를 받아 제품에 캘리그라피를 새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형균 씨는 “사소한 작업까지도 참여를 해 기억에 많이 남고, 오랜 시간동안 참여해 글씨를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며 “결과물이 나왔을 때 다른 제품보다도 더 애정이 많이 갔다”고 만족을 표했다.

 ◆느낌과 감성을 담는 작업=제품 작업 분야뿐만 아니라 캘리그라피 작가 김희영 씨(28·캘리그라피 강사 및 작가)는 최근 학습지 전문업체인 구몬 학습 광고 두 편을 촬영했다. 국어 학습지는 배우 김성령 씨의 대역으로 손 모델인 동시에 궁서체로 붓을 이용해 ‘국어가 안돼서’라는 글씨를 썼으며, 수학 학습지는 어린 아이들이 쓴 것 같은 삐뚤빼뚤한 글씨를 연출했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글씨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질감의 고체 형광펜으로 작업했다. 김희영 씨는 “광고에 1초도 안 되는 장면이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고, 다양한 도구의 활용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시 ‘나 하나 꽃피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희망글씨>전에 전시하는 등 평소에 꽃을 소재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김희영 씨는 “언젠가 인생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싶어 꽃에 대한 글귀를 좋아하게 됐다”며 “인생에 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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