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나’ 묻지마 범죄
‘그냥 아무나’ 묻지마 범죄
  • 문희영 준기자, 장보민 준기자, 현승엽 준기자
  • 승인 2014.11.19 0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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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회에서는 ‘묻지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란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살인 등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이처럼 특정한 사람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아무나 표적으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의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러한 묻지마 범죄의 사회적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알아보자.

묻지마 범죄 확산, 발생 원인과 예방

 안전불감증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묻지마 범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소도 범행동기도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사회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의 현실이다.

 최근 묻지마 범죄 사례로는 서울 시내 여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이 있다. 범인은 여의도 국회 앞 거리에서 전 직장 동료를 칼로 찌르고 달아나던 중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치자 자신과는 무관한 이들에게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가해자는 전 직장에서 받은 피해가 억울해 동료들에게 보복하고 싶었고 달아나는 중 행인들과 부딪히자 자신도 모르게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한 신용평가회사에 다녔던 김 씨는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서 회사 동료들의 험담을 듣게 되고, 퇴직 후 무직 상태로 지내다가 전 직장 동료들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정신질환을 가진 남자가 반포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도구를 이용해 선생님과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있다. 그 사람의 범행동기는 학생들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표출할 방법을 찾다가  다수가 밀집해 있는 학교를 찾아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를 묻지마 범죄를 살펴보도록 하자.

 ◆묻지마 범죄, 발생 원인은?=전문가에 의하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그들은 경제적인 상황이나 사회 복지적인 자원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범죄자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 밖에도 충동적으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자신을 낙오자라고 판단하고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범죄자들의 심리상태를 2012년 대검찰청에서 실시한 ‘전국 묻지마 범죄 사건 조사’에 따르면 주로 환각이나 망상 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26.5%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그 밖에도 재미·자기과시·이유 없음이 25.0%, 분풀이·스트레스 해소가 23.5%로 나타냈다. 

 그러나 요즘 정상적인 사람들의 ‘묻지마 범죄’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회가 각박하게 바뀌면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압박이 커져가고 이를 극복할 여력이 없거나 울분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현재 사회에는 현대인들의 앞길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그런 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묻지마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된다”고 답했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대인 관계 기술 부족도 묻지마 범죄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예전만큼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옆에서 격려와 위로를 해 줄 사람 없이 혼자 외톨이로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이 묻지마 범죄를 조성한다고 할 수 있다.

 ◆묻지마 범죄, 누가 어떻게 당하나?=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가해자의 연령은 40대와 30대가 각각 33.3%와 31.3%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그 다음은 20대 18.8%, 50대 10.4%, 10대 4.2% 순이었다.

 반면 피해자의 경우는 20대인 피해자는 20.7%, 40대인 피해자는 19.6%, 30대인 피해자와 50대인 피해자는 각각 16.3%로 조사됐고, 10대인 피해자는 14.1%로 나타났다. 이에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은 “20대 후반의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위험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주 타겟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묻지마 범죄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밤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거나 사람 인적이 드문 터널이나 다리 밑과 같은 우범 지역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이나 대로변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묻지마 범죄의 안전지대는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윤 연구원은 “사실상 범죄 현장에 있는 모두가 타겟이 되기 때문에 범죄에 취약한 시간대와 장소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답했다.

 ◆묻지마 범죄 예방, 사회적 제도를 통한 노력 필요해=묻지마 범죄는 범죄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범죄자의 우발적 행동으로 인한 것이므로 구체적인 예방법이 없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킨다면 묻지마 범죄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백 교수는 “사회 보장 제도를 활용해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든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지역사회 주민, 사법 기관 등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길러 범죄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대학가, 더 위험한 원룸촌

 얼마 전 SNS를 통해 우리 대학교 오렌지거리에서 묻지마 범죄를 당할 뻔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신장 180cm 정도의 남성이 글쓴이의 입을 막으며 위협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다행히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소리를 지르며 도망쳐 무사하긴 했으나, 하마터면 더 큰 범죄가 발생할뻔한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건은 우리 주변 대학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우리 대학가는 안전한 것일까?

 ◆대학가의 원룸촌, 묻지마 범죄에 취약해=대학생이 묻지마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학가 주변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윤정숙 부연구위원팀이 최근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와 대응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따르면 2012년 국내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47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묻지마 범죄의 발생 유형인 만성 분노형 가해자에 의한 20대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 중 40%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대규모의 대학가가 형성돼 있는 경산의 경우 대검찰청의 ‘2014 범죄분석’에 따르면 성범죄 발생율과 방화 발생율이 각각 76.8%, 10.4%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방화는 전체 평균의 3.1배나 높다.

 그 중 우리 대학교 앞 원룸촌은 성범죄 특별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범죄에 취약하다. 그 원인을 원룸촌의 환경적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룸은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장소 보다 비교적 피해자를 제압하기에 수월하다는 점에서 범죄자들의 범행 타겟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가스 배관도 외부로 노출돼 있고 작은 건물들이 좁은 간격으로 붙어 있어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다. 무엇보다 원룸촌에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외곽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원룸촌을 피신처로 이용한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 대학교 앞 원룸촌을 순찰하는 자율방범대에 따르면 실제 거주하는 학생들도 이런 불안을 표출하고, 심상치 않은 인상착의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중석 자율방범대장은 “집주인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세를 주어서는 안 되며 정확한 신원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행정기관에서도 관리해야 하고 상가나 원룸촌 주인들이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묻지마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의 대처도 중요하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은 “창문을 잘 닫는 등 평소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은 물론 ‘아무 일도 없겠지’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본인의 불안함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대학가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학생들 스스로가 고민해 범죄 예방을 위한 자치 활동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범죄든 그 예방을 위한 방법은 한 분야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지역 사회의 모든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윤 연구원의 조언에 따르면 “사회적 차원에서 복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사각지대 관리가 필요하다”며 “학생들 스스로가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태도를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나가는 정신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대학가, 누가 지키고 있을까?=우리 대학교 오렌지 거리 원룸촌과 임당 공원에는 2개의 자율방범대가 순찰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북부동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가 원룸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원룸촌을 순찰하다 보면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사람, 어두운 골목을 혼자 귀가하는 여성 등 묻지마 범죄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다. 권 대장의 경험담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행패도 부리고 학생들이 지나가면 겁을 주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는 김다정 씨(정치외교3)는 “새벽 늦은 시간까지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편이라 위험하다”고 전했다.

 지역 경찰들도 범죄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산중앙파출소 이태호 경감은 “우리 대학가는 다른 곳에 비해 CCTV도 많고 방범도 잘 이뤄져 안전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지역 파출소는 ‘여성안전귀가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위해 임당역에서 대학가 원룸촌까지 순찰차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임당역에 하차한 후 경산중앙파출소에 요청하면 된다. 이 경감은 “자율방범대와 합동 순찰을 하고 있고 공원 방범 초소 설치, 자율방범 초소 설치 등 치안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지역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음을 당부했다.

범죄 예방, 작은 것부터 지켜요!

 현대사회에서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그 수법이 더 다양화, 흉포화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범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런 범죄 예방에 대해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를 통해 알아보자.

 Q.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
 A.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가까운 사법기관이 경찰이다. 그래서 경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역할 중에서도 순찰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만큼 경찰들은 순찰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는 CCTV, 가로등 조도 등을 이용하여 범죄율을 줄일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설계를 해야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CPTED’라고 한다.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자율방범대 등 스스로 자신들의 지역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봉사정신을 갖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범죄예방은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기초질서부터 지켜나가는 습관이 중요하다.

 Q. 학생들 개개인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A.
타인이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 휴대전화로 누구와 가상으로 통화를 하는 척 행동하는 것이 좋다. 또 밝은 곳으로 뛰어가든지 근처에 보이는 집으로 뛰어가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위험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해야 한다. 결국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방범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에 가급적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귀가 시엔 항상 밝은 지역으로 다니며 가스총과 같은 호신용품의 경우 구매 후 신고하면 휴대가 가능하니 늦은 시간에 다니는 학생들이 소지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원룸촌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의 경우 절도, 성폭행 등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경우 혼자 살지 않는다는 허위 흔적을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 사회범죄가 증가하는 사회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대학생들이다 보니 특히 성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범죄의 경우 ‘데이트 레이프’라고 해서 아는 상대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평소 자기주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학생들의 경우도 여학생들의 의사표현을 간과하지 말고 강제적인 행위를 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CPTED: 범죄예방환경설계의 준말로 도시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예방기법
 ※데이트 레이프(date rape): 데이트 상대에게 당하는 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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