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담론을 읽다
사진 속, 담론을 읽다
  • 강신애 준기자, 추송이 준기자
  • 승인 2014.10.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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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평소에 전시회를 자주 찾는가? 친구들과 영화관은 쉽게 찾지만 어느새 전시회장은 비싸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됐다. 그러나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영화 한 편보다 더 싼 값으로 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많은 인파 속에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 현장으로 가봤다. 

대구사진비엔날레, 그 현장을 찾아서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짝수 해가 돌아왔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찾아서=비엔날레(biennale)는 이탈리아어로‘2년마다’라는 뜻으로, 미술 분야에서는 2년마다 열리는 전시 행사를 말한다. 비엔날레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데 2014년도에는 SEMA비엔날레(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광주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끝으로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올해 동시에 개최된 4개의 비엔날레는 각각의 특성이 강하지만,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오로지 사진으로만 비엔날레를 개최해왔기 때문에 이는 대구만의 예술 특색을 보여준다. 대구는 전국에서 사진학과가 가장 많은 도시로 예전부터 사진의 전통을 이어 왔다. 그 열기를 살리자는 의미에서 2006년부터 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됐다. 
올해 5회를 맞이한 대구사진비엔날레는‘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3곳에서 전시를 한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31개국 25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사진 전시로 전시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리뷰, 국제사진심포지엄, 부대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전시관을 찾은 박세영 씨(한국회화2)는“학교에서 사진 수업을 수강 중인데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직접 작품을 관람하니 사진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3곳의 전시장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주전시인‘기원, 기억, 패러디’와‘만월’의 작품, 이탈리아 현대 사진전, 2012년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작가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가장 큰 규모로 전시를 진행 중이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국내·외 30명의 사진작가들이 바라본 대구 이미지를 전시한 다큐멘터리 사진전과‘전쟁속의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 중이다. 그리고 봉산문화회관에서는 재래시장을 조명하는 전시와 국내·외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Photographic Narrative=대구사진비엔날레는 개최될 때마다 전시 주제가 달라진다. 2012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는 ‘사진다움’이란 주제로 21세기 현대의 사진을 소개했다. 또한 2010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는‘tru(E)motion’으로‘우리를 부르는 풍경’을 주제로 전시가 이뤄졌다. 당시 전시회에서는 작가가 어떤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사진뿐 아니라 비디오 작업을 통해 사진과 비디오의 경계를 보여줬다.
반면 올해 사진비엔날레에서는‘Photo graphic Narrative’를 주제로‘사진을 담론하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담론이란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와 이로 이뤄지는 모든 관계를 뜻하는데, 이번 사진비엔날레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아름답다’라며 단순히 감상에 젖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이에 구자호 운영위원장은“하나의 담론으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면서 관람했으면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의 설명을 읽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한편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사진이 아닌 구조물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표현한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장에 전시된 Bo Mu 작가의 작품과 같이 페인트칠이 돼 있거나 모래가 뿌려진 것처럼 다양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은 사진만 보는 전시를 넘어서 다양한 방면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 전시에 대해 구 운영위원장은“시민들이 전시회를 통해 사진을 보는 안목을 높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작가‘석재현’을 만나다

작가 석재현은 현재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 기획자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전쟁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기획을 했다. 그는 현재 대구미래대 교수, 큐레이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에 석재현 작가를 만나 사진 인생에 대해 들어보고 또한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대구사진비엔날레에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어떤가요?
2006년 제1회 사진비엔날레 기획을 맡았었기 때문에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도 애정을 갖고 기획에 임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올 초부터 바쁘게 움직이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언론 매체에서 사진비엔날레가 많이 보도됐고 관람객 수도 많아 기쁘게 생각한다. 
Q2. 2006년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비엔날레를 기획하게 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에 기획한‘전쟁속의 여성’이라는 주제와 올해 비엔날레의 방향이 일치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5회까지 사진비엔날레가 진행되는 동안 두 번 참여한 기획자는 나밖에 없다(웃음). 사진비엔날레는 규모나 그 의미가 큰 행사이기 때문에 기획을 지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전시 기획자가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더라도 당해 비엔날레 전시 방향과 차이가 나면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전시 행사가 될 것이다. 
Q3. 이번 사진 전시에서‘전쟁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셨는데, 그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일본에서 고노 담화에 대한 부정,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즉 일본은 전쟁 당시 저질렀던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중동지역 가자지구에서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분쟁으로 인해 황폐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싶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여성들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고 전쟁에 대한 여성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더 직설적으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실제 전시에 참여한 사진작가들은 모두 여성작가로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고 대변하고자 노력했다. 
Q4. 평소 필리핀과 몽골의 슬럼가 광부들, 한국의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사진의 모델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나는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의 삶의 터전에 가서 그들을 직접 만나면서 인간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뉴욕 타임즈에서 취재를 할 당시 느낀 것인데, 대통령 후보보다 빵 조각을 새들에게 나눠주는 노숙자의 삶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Q5. 사진작가라는 직업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80년대 후반에는 사진전공 학과가 적었고 전공자도 흔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진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가 사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 하나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일대학교 사진학과로 진학했다.  
Q6. 평소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피사체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상이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상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그것을 사진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Q7. 대학생들이 전시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보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중 전시회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다양한 전시회에 가서 경험을 쌓으면 그 경험이 자기 성장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비엔날레 200% 즐기기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는‘사진을 담론하다’라는 주제로 사진의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성돼 있다니,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본격적으로 즐겨보도록 하자.  
◆1전시장부터 4전시장까지‘골라보는 재미’=2년 만에 돌아온 대구사진비엔날레가‘Photographic Narrative’라는 주제로 다시 찾아왔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주전시와 3가지의 전시로, 제1전시장부터 제4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제1전시장은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진 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에 의해 기획됐다.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 기획자는 전시를 통해 사진의 기원부터 기억을 남기는 사진, 예술과 이미지로 승화된 사진까지 현대사진예술의 양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제1전시장의 주제는‘기원, 기억, 패러디’로, 그 주제에 걸맞게 특색 있는 사진을 구경할 수 있다.‘기원’은 전통적인 사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의미한다. 또한‘기억’은 기억하고 기억이 되는 부분, 그리고 그런 기억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매체를 의미한다.‘패러디’는 사진을 통해 현대사진의 주요 양상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관람객이 각자의 시각과 판단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제2전시장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만월-하늘과 땅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제2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천장에 걸려있는 만월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2전시장 관람을 마친 김다미 씨(경영12졸)는“‘만월’전시에서 이정록 작가의‘꿈의 나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나무에 전구를 달아 작가가 직접 작업한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제3전시장은‘이탈리아 현대사진전’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의 대표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이탈리아 현대사진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진기법이다.‘3인의 이탈리아 현대작가전’에서<Colosseo+street>, <Last New York> 등 다비데 브라만테의 작품은 다중 촬영기법을 사용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제4전시장은‘ENCOUNTERⅢ’로 2012년에‘포트폴리오 리뷰’라는 프로그램에 우수 포트폴리오 작품으로 선정된 신인 작가 4명이 전시를 열었다. 올해는 권지현 작가, 김인숙 작가, 류현민 작가, 임형태 작가가‘2012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작가전’인‘ENCOUNTERⅢ’를 열었다. 기획 취지에 대해 대구사진비엔날레 기획팀 소속 허유경 씨는“우리나라의 작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대구사진비엔날레를 통해 마련했으면 했다”고 기획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개인적으로 류현민 작가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은데, 행위의 개념으로 사진에 접근해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시를 즐기고 나온 김내원 씨(대구예대 사진영상4)는“사진을 전공하기 때문에 전시회에 자주 들러 관람을 하는데, 이번의 기획은 사진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전시 관람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
◆모두가 즐기는 비엔날레=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진행하는 부대행사들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 중‘만인소 -소(笑)소(笑)한 행복 사진관’프로젝트와‘행복한 나무’프로젝트는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비엔날레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행사로, 현재도 진행 중인‘행복한 나무 프로젝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전시장 안에 설치된 소(笑)소(笑)한 행복사진관 포토존에서 웃는 얼굴을 촬영 후 즉석에서 출력해 사진을 나무 조형물에 매다는 행사이다. 김성훈 대구사진비엔날레 기획팀장은“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 보고자 이러한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며“올해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근심과 걱정을 떨쳐버리고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중 촬영기법: 한 필름에 두 개의 피사체를 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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