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 읽어야 산다
독자생존 : 읽어야 산다
  • 이수진 준기자, 주은성 준기자
  • 승인 2014.10.13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 선조들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반딧불과 눈 빛으로 책을 읽었다는‘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손엔 책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독서는 낯선 단어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안중근 의사는‘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다. 독서의 계절 가을 맞아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어보는 건 어떨까. 읽어야 살아남는 시대, 독자생존(讀者生存)의 시대가 오길 바라며 독서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생각하는 독서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들은 독서에 대해 다양한 의미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책을 읽는 이유는‘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책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등 다양했다.

시간강사 A씨(국어국문학과): 나에게 독서는 시공의 경계를 넘어 수많은 저자들과 대화하고 배우는‘밀도 높은 영혼의 고양(高揚)이 이뤄지는 시간’이다.

남소희 씨(중국언어문화1): 책을 읽으면 다양한 인물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함으로써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 있어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독서가 넓은 시각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다.

류형렬 씨(국어국문3):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무료한 삶에 마치 긴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긴장과 설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진 씨(사회4): 나에게 독서는‘쉼터’이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안정을 찾기 위한 수단도 될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적고 편중된 대학생의 독서=지난 8일 본지는 우리 대학교 구성원 217명을 대상으로‘한달 독서량’에 대해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1~2권을 읽는다’는 구성원이 46.6%(101명),‘0권을 읽는다’는 구성원이 30.8%(67명)의 수치를 보였다. 우리 대학교 구성원을 포함에 현대인들의 독서율이 낮은 것은 잡지, TV, 휴대전화 등 독서를 대체하는 외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얻는 정보도 짧은 호흡의 문장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들을 취사선택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독서 편식’도 이젠 신조어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자기계발서와 취업전략서 등 실용적 범위에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다. 권영찬 중앙도서관 전자자료팀장은“독서는‘인성’이라 생각하는데 요즘의 독서는‘지성’에 더욱 가깝다. 이렇다 보니 사람을 지식수준으로 평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모든 길은 ‘취업’으로 통한다. 이에 신태수 교수(교양학부)는“취업이 안 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취업과 관련 없는 고전이나 철학 등의 인문학 서적을 읽지 않는 것”이라며 취업에 급급해 인문학을 도외시하는 독서 편식을 꼬집었다.
◆독서, 느림의 미학=왜 우리는 책을 읽지 않는 걸까? 아니, 애초에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이에 대해 메토도스 학술원장인 박세욱 교수(중국언어문화학부)는“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방향’을 정하는 사회의 시스템이 시험이나 스펙과 같은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학생들은 그것을 무작정 쫓아가기에 급급하다”며 사회의 결과지향적 세태를 비판했다.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박 교수는“현재 상황에서는 대학에서 읽어야 할 책을 정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최고의 명언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잃은 삶의 방향은 누구도 찾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책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고, 이런 이유로 독서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는 항상 시험, 취업, 토익 등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에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강요받아 왔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마라톤이다. 그 방향은 누군가가 정해줄 수도 없다. 그래서 눈앞에 목표만을 보고 달려간다면 그 길의 끝에서 다시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이게 된다. 이를 무한 반복하게 되면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박 교수는“독서는 삶의 길에서 가장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독서를 사랑한 우리 선조들=신라 시대 관리를 등용하기 위해 독서삼품과를 설치했다. 독서삼품과는 그 사람의 독서범위와 수준을 헤아려 임용에 참고한 제도다. 또한 고구려에서는 대학이라는 고등 교육기관을 둬 경학·문학 방면의 책을 강독하게 했다. 이처럼 과거에도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독서가 삶이나 마찬가지였던 조선 시대에는 선비들은 어떤 모습으로 책을 읽었을까? 퇴계 이황은 여택상자(麗澤相資)의 독서법을 추구했다. 여택상자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연못이 서로 물을 채워줘 못이 마르지 않으며 윤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친구 간에 서로 도와 독서 후 학문을 강론하며 수양에 힘쓰는 일이라 볼 수 있다. 현대에서 여택상자의 독서법을 찾자면‘독서토론 동아리’,‘명저 읽기와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신태수 교수는“책을 읽을 때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말고 읽어야 한다. 하나의 책을 읽어도 그 안의 의미를 모두 파악하고 읽어야 하며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는 것은 좋은 독서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책을 읽고 난 후에는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택상자 독서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조선 시대에는‘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라는 제도가 있었다. 사가독서제는 1424년 인재양성을 위해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한 제도이다. 현재의 안식년과 비슷한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1483년에는 용산의 빈 사찰을 수리해 국왕이 독서당을 만들어 사가독서 하는 장소로 쓰기도 했다. 사가독서에 뽑힌 자를‘사가문신’이라고 불렀는데 상당한 영예로 간주됐다. 그만큼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을 엿볼 수 있다.
◆중앙도서관, 우리대학교 독서 장려 활동 잇따라=우리 대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천마 독서 장학생 선발’이 있다.
중앙도서관 측은 다양한 장서 구비뿐만 아니라 전자책과 오디오 북을 지원하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 북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권영찬 전자자료팀장은“전자책과 오디오 북의 시장은 아직 협소하다. 그러나 이용자가 많은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전자책과 오디오 북이 인기를 얻으면 중앙도서관의 활용도는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웃음)”라고 했다. 또한 중앙도서관에서는 구성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권 팀장은“다양한 책들의 서평이 담긴 노트를 제작해 배부하는 작은 활동뿐만 아니라 저자를 초청해‘저자와의 대화’를 기획해보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참여를 원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문학 기행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의 독서 증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을 당신의 청춘. 독서는 당장 당신에게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 못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식을 채우느라 뻑뻑해진 머리에 한 권의 책은 윤활유가 되어줄 것임은 확신한다. 깊어가는 가을, 손에 무엇을 들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경학(經學): 사서오경을 연구하는 학문

나는 이렇게 독서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 혹 봄·여름에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가을을 맞아 중앙도서관에서 책 한 권쯤 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혹시 독서를 하는 것이 낯선가? 그렇다면 나의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독서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 중 중앙도서관 측의 추천으로 선정된 다독자와 독서 전문가,  출판인 등을 통해 그들의 독서에 대해 들어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