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共存)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공존(共存)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09.19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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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유기체’다. 흔히 말하듯 대학의 3주체, 즉 교수·직원·학생이 학문의 연구를 목적으로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조직이다. 신체 내부의 갖가지 장기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 중 대학에서 ‘입’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대학언론, 그중에서도 지금 독자 여러분이 손에 든 바로 영대신문이다.

 침묵이 곧 미덕이라는 말은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옛말이 됐지만, 대학언론은 오히려 반대 노선을 타고 있다. 사회는 갈수록 시끄러운데 대학언론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지만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다. 목소리가 작아진 대학신문은 설 자리를 잃는다. 최근 들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대학언론의 위기’다.

 본지 1600호(2014년 4월 9일 자)에 따르면 우리 대학교 학생 4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영대신문을 알지만 읽은 적은 없다’고 답한 학생이 47.8%(225명)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영대신문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만 살펴봐도 교내에 신문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다른 대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학 당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기도 한다. 취재비나 편집비 등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에서부터 심한 경우 폐간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는 본부 측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뜻으로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또한 성균관대 학보 ‘성대신문’의 경우 지난 2012년 편집권 갈등으로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역시 대학언론의 힘이 약해진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필자를 포함한 대학신문사 기자들이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들이다. 앞서 말했던 대학을 구성하는 주체들이 대학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으니, 자기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고 있는 모습이다.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다.

 지난 7·80년대 대학신문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학보사의 기자는 그 대학의 ‘지성’이었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담론에 의해 그리고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대학신문의 기자는 말 그대로 학생들을 ‘계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예전처럼 대학생들은 사회적인 담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또한 관심사도 달라졌다. 더 치열해진 취업 경쟁, 더 바빠진 일상 속에서 학생들의 지향점은 뚜렷이 바뀌었다. 이제 대학신문의 기자들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옛 향수에 빠진 채로 고루한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독자 없이는 신문도 없다는 것을 자기반성적 태도로 되뇌어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와 같은 문제를 기자 개개인의 노력을 통해서만 극복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대학신문 독자의 대다수를 이루는 학생들이 교내 문제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독자 여러분들이 발을 딛고 있는 영남대학교 캠퍼스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것들 중에는 우리를 웃게 만드는 일들이 있는가 하면 울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그 웃음을 더 밝게, 울음은 엷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학신문이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올바른 시선으로 정확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 대학신문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가끔 영대신문에 대해 일견 투정에 가까운 일방적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본지에 가져주는 관심 자체는 고맙지만 그러한 행동이 결국에는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입을 때리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대학신문은 대학의 입이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 싫으면 싫다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영대신문 창간 60주년을 자축하며 독자 여러분께 본지에 대한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리고 또한 공존에 대한 가능성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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