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이야기]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이유있는 이야기] 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 여현정 대학부장
  • 승인 2014.09.19 0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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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혹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본 경험이 있나? 혹 망망대해에서 표류해본 적은? 아니면, 230여 일 동안 벵골 호랑이와 배에서 함께 지내본 적은 있는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필자에게 연락을 달라. 당신의 이야기로 작품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위 물음의 대답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에 있다. 태평양에서 캐나다를 향해가던 화물선이 침몰했다. 가족들 중 혼자 구명보트에 탑승하게 된 주인공 파이 파텔은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한 마리와 하이에나 한 마리, 오랑우탄 한 마리, 그리고 벵골 호랑이 한 마리와 함께 표류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는 차례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결국 파이와 벵골 호랑이 단둘만의 표류가 시작된다. 혹시 태평양에서 파이와 벵골 호랑이의 우정을 기대하는가? 하지만 내륙으로 살아 돌아온 파이에게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사건 조사자들의 요구에 파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리가 부러진 선원과 난폭하고 야만적인 요리사, 자신의 엄마, 그리고 이기적이게도 혼자 살아남은 파이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먼저 이야기했던 소년과 벵골호랑이의 이야기, 227일의 험난하지만 신비로웠던 여정,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온데간데 없다. 

 영화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제시하고는‘무엇을 믿던 당신의 자유’라는 말을 남긴다. 진실은 파이와 벵골호랑이의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인지, 혹은 아주 잔혹한 현실을 담아낸 이야기인지 당신이 믿기에 달렸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겠는가? 사실 필자의 일터(?), 아니 이제는 제2의 거주지라 할 수 있는 신문사에서도 믿음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항상 금요일 밤에서 새벽까지 기사 마감을 하는데, 부장인 나는 후배에게 묻곤 한다. “오늘 우리가 빨리 집에 갈 수 있을까?”그러자 후배는 “네”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다시 “정말?”이라 되물으면 “아니요…”라는 힘없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마감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우리는 밤에 별도 보고 달도 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아침에 해가 뜨는 것까지 보고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무엇을 믿는다’혹은 ‘믿음’이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포함된다. 어떤 이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신앙심을 떠올릴 테고, 혹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의 믿음, 가족에 대한 믿음, 친구에 대한 믿음까지 다양하게 생각을 뻗칠 수 있다. 필자는 다른 어떤 믿음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퍼센트로 나타내자면? 다양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그리 높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온전한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좌우명을 ‘나는 나를 믿는다’로 정했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주문처럼 왼 적도 있다. 무엇보다 용기를 갖고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믿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믿음’에 대한 회의를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이 신이든, 가족이든, 혹은 친구이든. 하지만 ‘나’자신을 온전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며 삶을 찾아 나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혹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거나,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거나,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을 앞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을 못 믿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당신의 비밀스런 몽상 속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문제를 잘 다루게 만들어 졌다’”고 말하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당신만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가장 뒷받침 돼야할 듯하다. 

 당신을 생각하는 온전한 마음이, 혹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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