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도서관
커피와 도서관
  • 영대신문
  • 승인 2014.09.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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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로고가 중앙도서관 1층 라운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정표가 되었다. 1971년에 시작된 이 커피 체인은 미국의 소설가 허만 멜빌이 쓴 소설『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Starbucks)라 이름 지어졌고, 그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인 사이렌(Siren)을 모델로 하여 꼬리가 두 개 달린 인어 사이렌이 되었다. 영어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 그리고 글 쓰는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커피 체인인 만큼 그 이름과 로고가 문학적이고 신화적이다. 더욱이 태평양을 접하고 있어서 전통적으로 항해와 어업이 발달한 워싱턴 주에서 시작한 만큼 그 이름과 로고 모두 항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에서 거론한 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스타벅스가 중앙도서관에 입점하지는 않았을 테고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중에서 이런 점을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학적이고 신화적인 이름과 로고를 가진 커피 전문점이 우리 대학의 중앙도서관에 들어섰으니 박수를 쳐야 할까?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빵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안이나 가까이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카페 마운틴, 던킨 도넛츠, 투섬 플레이스, 엔제리너스, 코페아 커피, 카페 리코, 카페 나미, 커피 명가 등 수 없이 많다. 이러한 수많은 커피 브랜드 중에서 스타벅스가 중앙도서관에 입점했는데, 9월 1일자 영대신문을 보면 입찰 심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되었다고 총학생회가 항의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중앙도서관 안에 카페가 입점하는 것에 대해서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같은 기사에서 알 수 있다.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이미 입점했으니까 혹은 고가 커피 브랜드니까 또 굳이 학교 밖으로 귀찮게 걸어 나가지 않고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 또 넓은 캠퍼스의 중앙에 위치하여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스타벅스의 중앙도서관 입점은 잘 된 일인가?

 우리 학교 “도서관은 국내외의 각종 도서관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여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교육, 연구 및 학습 자료로 제공, 열람하게 한다”고 그 임무를 명시하고 있다. 교육과 연구를 능가하는 대학의 임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여”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교육, 연구 및 학습 자료”를 “제공, 열람하게”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앙도서관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대학의 가장 핵심적인 기관이다. “자료를 수집, 정리, 보존”하고 “열람”하려면 당연히 그러한 공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공간이 바로 자료실, 서고, 열람실이다. 자료를 정리, 보존하기 위한 자료실과 서고는 당연히 해를 거듭할수록 자료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 공간을 확충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만일 그 공간을 늘이지 않는다면 슬프지만 자료를 정기적으로 폐기하여 포화를 막는 차악의 길 밖에 없다. 수집, 정리, 보존된 자료를 열람하는 공간은 학습의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여야 한다.

 자료실과 서고 공간을 끊임없이 확충하고 재정비해야 하며 열람실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중앙도서관에서 가장 왕래가 빈번한 1층 로비의 상당한 공간을 이전에는 취업상담실과 셀프면접실로 사용하다가 이제는 카페로 사용하게 되었다. 중앙도서관이 그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모든 가용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위 원칙이 아닐까? 만일 학교의 중앙에 위치하여 모든 구성원들의 접근을 편리하게 하는 접근 용이성이 사람의 왕래가 잦아야 하는 카페 입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사소한 원칙에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전 세계에 있는 2천 300개가 넘는 스타벅스 가게 중에서 과연 몇 개가 대학교 중앙도서관의 1층 중앙 현관 로비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을까? 중앙도서관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 역할과 연관하여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상업 시설인 카페가 그것도 비싼 로열티를 받아 챙기는 외국 업체가 중앙도서관 1층 로비에 자리 잡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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