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삶을 찾는 여행작가 권다현을 만나다
길에서 삶을 찾는 여행작가 권다현을 만나다
  • 조민주 기자
  • 승인 2014.09.18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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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현 씨는 국내 여행지에 관한 10권 이상의 책을 집필한 여행 작가다. 지난해 10월 출판된 그녀의 저서「서울여행 코스 101」가 국내여행서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할 만큼 그녀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한 그녀는 대표 저서「New 내일로 기차로」로 지난 7월 ‘2014 한국관광의 별’단행본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누구나 꿈꾸는 ‘여행’을 소재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삶에 대해 들어보고 그녀가 추천하는 여행지도 함께 들어본다.

 여행을 직업으로 삼게 된 그녀의 이야기

 Q1. 여행 작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

 A1. 어린 시절을 강릉에서 보냈는데 어릴 때부터 혼자 서울로 여행을 갈 정도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다. 또 문학을 전공해서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항상 꿈꾸고 있었다. 우연히 한 여행 작가의 블로그에 관심이 생겨 댓글을 남기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 작가가 좋은 소재가 있다며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해왔다. 당시 나는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 만에 직장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고 여행 작가에 입문하게 됐다.

 Q2. 여행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A2. 여행 작가가 되는 과정은 먼저 자신이 쓴 기획안을 출판사에서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입문한 대부분의 여행 작가들은 블로그 활동을 하는 ‘블룩(blook) 작가’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편집자들이 적절한 글과 사진, 콘텐츠, 테마를 갖춘 블로그를 발견하면 직접 책 출판을 제안한다. 

 여행 작가가 단순히 예쁘고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는 블로거들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여행 작가는 ‘여행하는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공간을 역사적, 문화적, 풍수 지리적,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여행지를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또한 남들과 차별화된 작가로서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예컨대 자전거, 숲, 캠핑 등과 같은 자신만의 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글과 사진을 꾸준히 다듬는 연습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Q3. 어릴 적부터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고, 즐기면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3.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것인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처럼 누구나 택하지 못한 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안정적인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미련이 남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당연하다.

 사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이 휴가도 없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그러나 힘들어도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은 ‘좋아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거나 불행하게 살게 될 것을 미리 염려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다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대라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보고 재능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이 무조건 재능이 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Q4. 해외 여행서를 발간할 계획은 없는지?

 A4. 여행 작가의 활동 범위가 국내, 해외 경계는 없지만 현재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여행이다. 만약 해외 여행서를 발간한다면 현재 발간된 대부분의 책처럼 가이드북 형태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가이드 북 형식은 한 지역을 제대로 알고 모든 부분을 파악해 정보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여행서를 쓰게 된다면 수필이 들어간 가이드 북 형식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서에서 다룬 적이 있는 ‘기차’라는 주제로 해외의 좋은 여행지를 소개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서울을 보고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울에 사는 우리는 ‘갑갑하고 복잡한 도시’라고 말한다. 누구든지 일상의 공간에 대해서는 애정의 시선을 갖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다양한 지형, 계절, 음식,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나라지만 많은 사람이 여행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현재는 국내서에 비중을 두고 있다.

 Q5.「내일로, 기차로」는 주제별 코스뿐만 아니라 티켓 정보, 예산, 교통, 여자들에게 필요한 팁 등 내일로를 즐기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두 담았다. 책 한 권만 들고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책을 쓰게 된 계기는?

 A5. 여행자들의 입장, 독자의 입장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취재하면서 내일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예를 들면 ‘내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어렵다’,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교통편을 찾기 어렵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런 친구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했다.

 책을 통해 처음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친구들이 모르는 것들을 A부터 Z까지 알려 주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여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라든가 여행 중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 등과 같이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내일로: KTX를 제외한 우리나라의 모든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통행권(만 25세 이하만 구입 가능) 

 

그녀가 추천하는 여행은?


 Q1.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나 대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A1. 여행은 주관적이므로 내가 좋았다고 누군가에게 반드시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꼭 가보라고 추천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음이 힘들고 고민이 많은 친구에게 해남의 미황사와 달마산을 추천하고 싶다. 미황사는 육지에서 최남단에 있는 절이고 그곳의 대웅전은 1천 년이 넘었다. 그곳은 다른 사찰과는 다르게 단청이 벗겨진 채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한 나무의 살빛이 그대로 있으며 천 년을 견딘 나무 기둥의 휘어진 모양이 예술 작품처럼 남아있다. 내가 여행작가의 꿈을 안고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땅끝’이라고 해서 찾아온 곳이기도 한데 그곳의 어르신이 “너희에겐 끝이지만 우리에겐 시작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고민이 많은 친구들이 그곳에 와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으면 좋겠다.

 부모에게서 독립을 해야 하는 20대들에게는 강릉 노추산의 모정탑 길이 있다. 두 자식을 잃고 남편마저 정신병을 앓아 고생하던 차옥순 할머니가 꿈에서 산신령의 말을 듣고 1986년부터 26년간 쌓은 천 개의 돌탑이다. 그곳에 가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그곳은 독립하기 전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다.

 Q2. 의미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행하는 것이 좋은가?

 A2. 먼저 여행 작가에게도 테마가 중요하듯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테마를 가져야 한다. 단순히 유명한 여행지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거창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시작한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예컨대 전국의 맛있는 빵집, 인물, 영화 촬영지 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정하는 것이 좋다.

 둘째로는 공정 여행, 책임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공정 여행은 여행자와 여행지의 주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을 뜻한다. 이는 지역민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사 먹는 대신 지역의 전통 시장이나 지역 카페를 이용해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자는 공정 여행을 통해 지역과 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뜻깊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가 아니라 자연이 좋아하는 여행자가 됐으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나중에 다시 오고 싶다면 그곳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자연을 보호하고 건축물도 자연스럽게 보존되려면 본인의 행동을 조심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서 여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Q3. 자신만의 여행철학은 무엇인가?

 A3. ‘우리에게 출발은 누구에게는 도착일 수 있다’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해당된다. 여행객에게 여행지는 새롭고 일탈을 꿈꾸는 공간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공간이다. 만약 여행객이 자신의 일상 공간을 더럽히고 분위기를 흐린다면 매우 불쾌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타인에게는 중요한 일상의 공간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여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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