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골목으로
골목에서 골목으로
  • 조민주 기자
  • 승인 2014.09.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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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는 특색 있는 골목이 많다. 대구 골목 중 중구에 위치한 근대 골목은 이상화 고택을 중심으로 계산 성당과 약전 골목을 잇는 근대 골목투어 코스로 유명하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지역 전통문화브랜드’에 뽑히기도 했다. 그리고 방천시장 골목의 경우 쓰레기로 가득 찼던 길이 ‘김광석 거리’로 되살아나면서 지금은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안지랑 곱창 골목이나 동인동 찜갈비 골목 같은 경우 먹거리 골목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오토바이 골목이나 공구 골목, 약전 골목, 양말 골목과 같은 독특한 골목도 있다. 이에 기자는 대구 도심 속에서 특색 있는 골목들을 살펴보고 근대 골목을 직접 탐방해보았다.

대구 근대 골목 투어, 도심에서 역사를 되짚다

 대구 중구청에서는 해설사와 함께 9가지 테마로 여행할 수 있는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대구 도심 속 역사의 흔적을 찾아 문화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는 지난 8년간 진행된 도심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현재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돼 잊혀질 위기의 근대 문화를 다시 살려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대 골목의 곳곳을 둘러보고, 대구 광역시청 도시재생과 박영홍 과장과 함께 근대 골목의 특색과 근대 골목 투어 프로그램이 형성된 과정 등에 대해 알아보자.

 ◆1코스 경상감영달성 골목

 경상감영공원: 경상감영공원은 조선 시대 때 경상도를 관할하던 관청이었는데 현재 터를 보전하기 위해 공원으로 조성됐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과 그 뒤에 관찰사 처소로 쓰이던 진청각이다. 또한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종각 뒤편으로는 관찰사와 대구판관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백성들이 세운 총 29기의 선정비가 있다. 이는 향교 등 대구 곳곳에 위치했던 것을 감영공원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대구근대역사관: 르네상스 양식을 차용해 지어진 대구근대역사관은 원형이 잘 보존돼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있다. 근대역사관 1층에는 근대 태동기 때부터 일제강점기 때까지의 당시 여러 유물이나 애국운동과 관련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1층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에 들어서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학습실과 문화 강좌실이 마련돼 있어 사진전이나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다.

 ◆2코스 근대문화 골목

 계산성당: 1900년대 화재가 발생해 1918년에 종탑을 2배로 증축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성당의 위로 쌍탑이 우뚝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가톨릭 중심지인 이곳은 100년이 넘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290호로 지정돼 있다. 또한 계산성당은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은 곳으로 유명하다.

 약령시한의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 약령시의 전통 한의약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박물관에서는 한의약이나 약전골목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들을 볼 수 있으며 한방 비누 만들기, 한방 미스트 만들기 등 한방문화체험을 해볼 수 있다. 또한 박물관 야외에서는 한방 족욕을 체험해볼 수 있는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3코스 패션한방 골목

 동성로: 1906년까지 대구읍성으로 불리던 성(城)의 네 벽을 동서남북 4방향으로 허물고 낸 도로가 동성로와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다. 그중에 동성로는 주로 일본인이 거주했던 곳으로 근대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대구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

 ◆4코스 삼덕봉산문화 골목

 김광석 길: 지난 2010년 그가 태어난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에 그를 기리기 위해 ‘김광석 거리’를 조성했다. 이 거리는 350미터로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작은 길과 어우러진 갤러리와 작은 가게들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방천시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 또한 김광석 거리가 생겨나면서 문화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5코스 남산 100년 향수 골목

 반월당: 반월당(半月堂)은 대구에서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 점포명으로 현재 백화점은 사라지고 인근의 지명으로 통용되고 있다. 반월당 네거리 주변은 현재 교통의 요지며 지하 쇼핑몰이 있어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또한 반월당 네거리의 삼성생명 옆 영풍문고 지하 입구에서 2·28민주운동 집결지 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관덕정 순교 기념관: 중구 남산동에 위치해 천주교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조선 시대 때 군관을 선발하던 연병장 근처에 처형장이 존재했다. 천주교 신자 박해가 이뤄졌던 처형장에서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도 처형됐다. 현재 순교 기념관 지하에는 성당과 희생된 천주교 성인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대구 시청 도시재생과 박영홍 과장과 근대 골목에 대해 알아보자

 Q1. 근대 골목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1. 전국에 있는 골목 중 대구 근대 골목은 역사적 산물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따라서 근대 골목은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을 걸으며 대구 지역의 문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골목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상권이 생겨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므로 자연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또한 도심 속에서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근대 골목만의 특징이다.

 Q2. 근대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2. 대구 도심 지역(중구, 서구)에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해 도시 문제가 심각해졌다. 특히 중구는 낮 유동인구가 80만 명인 것에 비해 밤에 도심 인구는 7만 명 정도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며 산업체가 줄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슬럼화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재생사업으로 골목투어를 구상하게 됐다. 근대문화 유산이 잘 보존된 대구의 장점을 살려 지역 주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Q3. 근대 골목 사업이 대구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A3. 2008년 초기에는 약 7천 명의 인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2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30만 명의 관광객이 근대 골목을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대 골목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도심 기능이 강화돼 지역 주민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 질 수 있다. 대구 도심재생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도시 환경 개선, 상권, 교통,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대구 유명 골목을 찾아서

 안지랑 곱창 골목

▲ 안지랑 곱창 골목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

 ◆대구 대표, 안지랑 곱창 골목=대구 대명동 안지랑 네거리 골목길에는 작은 도로를 중심으로 약 700m 길이로 곱창 가게가 줄지어 있다. 곱창 골목이 생겨난 배경은 1979년 우연히 한 가게에서 곱창 구이를 술안주로 내어 놓은 것이 인기를 얻어 이를 시작으로 90년대 10여 개의 양념 곱창점포가 형성됐고 2000년 이후 점포 수가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50여 개의 점포가 형성됐다.
 또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로 지정됐으며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우만환 안지랑곱창골목 상가번영회 회장은 “호객행위를 하면 곱창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부담을 느껴 발길을 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호객행위 적발  시 한 번에 벌금 2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상인회에서 모두 동의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
이 외에도 상인회에서는 식자재와 음주를 공동구매하고 장학금 전달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는 10월 2일부터 3일간 곱창 골목에서 ‘제2회 젊음의 거리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약전 골목

▲ 한약 냄새로 가득한 약전 골목의 모습

 ◆357년 전통이 살아있는 약전 골목=약령시(藥令市)란 국가가 지정해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장으로 약재 채취 및 출하시기에 맞춰 매년 봄·가을에 열렸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약령시는 1658년에 생겨나 전국 약령시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 약령시가 발달하게 된 이유는 약재 재배가 어려웠던 조선 시대에 약재를 구하기 쉬운 소백산과 지리산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경상감영과 가까워 서울에 약재를 전달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들이 이전하면서 약령시는 대구 특화 거리로 변화했다.

 대구 약령시의 규모는 서울 경동시장에 비해 작지만 현재 약 180여 개의 한약국과 약업사, 한의원, 제환소, 제탕원, 한방의료기기판매업소 등이 남아있다. 1960~1970년대까지 서양 의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 약령시가 경제적 쇠퇴를 맞고 있다. 3대째 한약방을 계승하고 있는 이용식 씨(한약업사·74)는 “어린 시절에 골목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또한 1960년대 당시 약재 시세가 좋을 때는 종업원이 7명~10명 정도 있을 정도로 가게가 번성했었고 골목 전체가 장사가 잘 됐었다”라고 했다. 또한 갈수록 약령시에 다른 업종의 업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태다. 이에 약령시 한의학 박물관 박찬조 부장은 “최근 한약재가 치료제보다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보약 개념으로 여겨져 수요가 많지 않다”고 원인을 밝혔다.

 골목 축제

▲ 지난달 17일 공구 골목에서 제2회 물총축제가 개최됐다.

 ◆골목과 지역경제 살리는 골목 축제=골목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골목도 있었다. 그 예로 지난달 17일 북성로 공구골목에서 물총축제가 열렸다. 이번 물총축제는 문화마을협동조합과 문화기업 더스타일게스트하우스 주관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축제다.
 이날 축제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물총 싸움, 물총 사격왕, 댄스공연, 베스트드레스 선발대회, 힙합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또한 당일 축제장에서는 직접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와 개성 있고 창의적인 수공예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글로벌 플리마켓’도 함께 운영됐다. 축제에 참여한 김나연 씨(영진전문대 간호1)는 “골목 발전을 위해 개최된 프로그램이어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1일부터 5일간 약전골목에서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가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매년 5월 초에 개최됐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한방문화축제는 1978년 약령시부활추진회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매년 봄, 가을에 개장행사 형태로 진행됐던 것이 15년 전부터 축제로 바뀐 것이다.
 이에 한의학 박물관 박 부장은 “1970년대에는 타 지역에서 약재를 가져와 파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재 축제에서는 한방체험과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등 한약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축제는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평가에서 대한민국 우수축제에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나눔」이 있는 ‘착한 골목’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착한가게에 지급하는 현관

 ◆착한 골목의 탄생=착한 가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전국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학원, 병원 등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또한 중소규모의 자영업에 종사하며 매출액 일부를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나 거리를 착한 골목으로 선정하고 있다. 착한 가게의 주인들은 개별적으로 월 3만 원 이상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된 기부금은 착한 골목이 위치한 구(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간다. 착한 골목에 가입된 가게는 착한 골목 이름의 현판을 부착할 수 있고, 기부금액만큼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대구에서 올해까지 착한 골목 9곳이나 선정돼=대구 지역의 착한 가게는 709개로 전국 광역시 중 그 수가 가장 많고 착한 골목이 존재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지난해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 처음으로 착한 골목에 가입했고, 이를 시작으로 안지랑 곱창 골목,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 총 9곳이 착한 골목으로 선정돼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경우 1970년대부터 형성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착한 골목에 가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담당 김찬희 씨 “찜갈비 골목 상인들이 고객들의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착한 가게에 지난해 4월 착한 골목 제 1호로 가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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