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회복지사,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독자투고] 사회복지사,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 고재욱(지역및복지행정4)
  • 승인 2014.07.0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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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복지가 대세인가 보다. 지난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으로 발생한 정치권의 파장을 시작으로, 얼마 전에는 기초노령연금의 보편적 지급 실행 여부에 관한 논쟁이 노른자위로 떠올랐다. 최근엔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 동반 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보건복지부에서는 3월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일제 조사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으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복지 요구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정 수준의 국가적인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비스를 전달하는 주체인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지대해지리라는 것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높아져만 가는 국민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복지사는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과도한 업무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는 올해 예산안 가운데 복지 분야가 거의 30%로 최고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관련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매년 공무원 인건비 95% 정도 수준으로 ‘사회복지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하달하지만, 의무가 아닌 이 제도는 각 지자체의 예산 사정에 따른 임의적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사회복지사들은 그렇지 않아도 적은 가이드라인의 임금마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사회복지사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 후 낳은 아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얻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실제로 2012년 한국 사회복지사 기초통계연감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사의 비율은 58.4%로 절반이상 이었으며, 이러한 이직 사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임금수준의 적정성 문제였다. 과도한 업무량에 반비례하는 고착화된 저임금은 잦은 이직을 발생시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하락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복지서비스 품질의 하향으로 이어진다.

 타인에게 자신의 직업을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 문장의 이면에는, 사회복지사는 봉사와 헌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기에 적은 임금을 주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묵묵히 참고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에게 이는 귀천이 없는 직업이며,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 구성원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토록 ‘복지, 복지’를 외쳐댄 우리는, 이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해 왔었다. 복지가 행복한 삶을 뜻 하듯이, 타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해 온 그들은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자격 또한 존재한다. 더 이상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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