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함] 벼랑 끝에 몰린 인문계
[청춘고함] 벼랑 끝에 몰린 인문계
  • 임주석(정치외교4)
  • 승인 2014.07.05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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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 취업이다. 4학년인 나에게도 취업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두 개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심란했다. 하나는 모 신문 1면에 실린 기획기사였고 또 하나는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떠도는 ‘대기업 인사팀 18년차의 조언’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주제는 둘 다 인문계 대학생의 암울한 취업 현실이다.

 얼마 전 모 신문 1면에는 ‘4대그룹 채용 20:80 … 슬픈 인문계’라는 제목의 기획기사가 실렸다. 제목에서 20은 인문계이고 80이 이공계이다. 즉 대기업에서 대졸 신입사원 10명을 뽑으면 그중 이공계를 8명 뽑고 인문계는 2명만을 뽑는다는 소리다. 대기업 인사팀 18년차의 조언 역시 위의 기사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훨씬 직설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방 국립대 공대와 연대 경영학과 어디가 더 취업이 잘되리라 생각합니까? 저는 단언하지만 공대가 이긴다고 봅니다” “문과는 최하가 서강대…… 그 이하는 사실상 대기업은 불가능하다 보면 됩니다.”

 정말 몰랐다. 이공계가 인문계보다 취업하기 더 유리하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불안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그것은 이 사회가 우리를, 우리 인문계 대학생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문계보다는 이공계의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에 서류전형에서부터 인문계 대학생들을 대거 쳐내고, 그나마 면접에 붙이더라도 ‘그 전공으로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런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인문계 전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솔직히 천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전공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행태다. 면접 때마다 이런 식의 질문을 받으면서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날 자기 전공에 흥미와 자부심을 느끼면서 4년간 전공 공부에 매진한 인문계 대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한다. 그 전공이 기업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이 실시하려고 하는 스펙 초월 채용이나 총장추천제 등에 희망을 걸 수도 없다. 이런 정책의 주 대상은 이공계지 인문계가 아니다.

 얼마 전 발생한 세 모녀 자살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이공계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널리 퍼져 있지만 인문계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잉여’로 전락한 인문계 대학생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인문계 대학생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뭔가 다른 각자만의 플랜B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일례로 우리 학교 국제통상학과의 경우 시야를 넓혀 해외 취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에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사회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인문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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