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내 인생의 또 다른 홈런, 금연!
[특별기고] 내 인생의 또 다른 홈런, 금연!
  •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 승인 2014.07.0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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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미 넘치고 잘생긴 카우보이가 담배를 물고 있는 말보로 담배 광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말보로 광고모델로 활약했던 배우 에릭 로손이 지난 1월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에릭 로손 외에도 말보로 광고 모델을 맡았던 네 명의 배우도 이미 폐암 등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윈스턴 담배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앨런 랜더스 역시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이유는 담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월트 디즈니, 율 브린너, 게리 쿠퍼 등 수많은 국내외 스타들이 흡연으로 사망했다.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고 이주일 씨는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했고, 중견 여배우 고 이미경 씨도 팬들과 가족들에게 담배를 끊으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무서운 담배지만 대학 신입생이 되면 가장 큰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이 담배가 아닌가 싶다. 금기였던 흡연이 허용되는 스무 살에는 동기와 선배들이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권하기도 하고, 수업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동기의 무리를 보고 있자면 소속감 때문에라도 담배가 물고 싶어진다. 또, 담배 피우는 모습이 왠지 멋있기도 하고, 어떤 맛일까 호기심도 발동해 쉽게 담배에 손이 간다. 하지만 담배를 몇 대 피우다 보면 높은 중독성으로 인해 십중팔구는 어느새 애연가가 돼 버린다. 나 또한 수없이 담배의 유혹을 받았고, 상당수의 야구 선수들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담배를 멀리하고 있는데, 꾸준히 금연한 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01년에 나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프로야구 사장단에서 나를 서로 영입하지 말자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당시 삼성구단의 김응용 감독이 나를 영입했는데, 무엇보다 담배와 술을 하지 않는 자기관리 노력을 영입이유로 밝혔다. 그 후 나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인 42세까지 현역선수로 뛰며,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개인 통산 2천 안타를 기록했고, 도루를 제외한 공격 9개 전 부문에서 최다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내가 과연 담배를 피웠다면 어땠을까? 선수로 못 뛸 수도 있었고, 선수로 뛰었다 해도 선수생명이 짧아져 영광스러운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내 인생의 또 다른 홈런은 금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내 얘기를 했지만 흡연은 건강과 신체에 해롭고, 나아가 인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젊음이 막 시작되는 학생 여러분께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담배에는 4천8백여 종의 화학물질과 발암 및 발암 의심물질 69종이 함유돼 있으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한해 5만8천 명이 사망하고, 흡연자는 암에 걸릴 위험이 2.5~6.9배나 높다고 한다. 이에 따라 추가로 지출되는 진료비 또한 한해 1조7천억 원에 이르러 담배소송까지 제기한다고 한다.

 담배는 기호식품이고, 흡연권도 분명 존중받아야 할 권리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최근 10년간 청소년과 대학생 등 젊은 세대의 흡연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50.1%가 19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했고, 89.5%가 24세 이전에  담배를 배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흡연자도 24세 이전에 담배를 배운 비율이 60.8%에 이른다. 또 작년 보건사회연구원의‘청소년 흡연으로 인한 질병부담’보고서에 의하면 18~85세 누적 사망자 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28.2%에 달했다. 흡연에 따른 개인과 사회의 손실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흡연 때문에 건강을 잃거나 세상과 아쉬운 이별을 한 사람들의 한결 같은 생각은 '후회한다'는 것이다. 후회는 후회를 하게 하는 행동의 기간이 길수록 더욱 커진다. 젊은 시기야 말로 담배와 인연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시기다. 모쪼록 젊은 여러분들이 하루라도 일찍 담배를 끊어 후회할 일이 없고, 건강한 인생이라는 또 다른 홈런도 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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