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독파거(快犢破車)]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쾌독파거(快犢破車)]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 김명아 문화부장
  • 승인 2014.07.05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못난 엄마라서 미안하구나. 사랑하고 사랑했지만 못 다한 사랑 항상 미안한 마음 뿐.” “미안해요. 미안해요. 늘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했어요. 사랑하고 사랑했지만 그 말 못했죠. 내겐 미안한 마음 뿐. 왜 이제서야 엄마 빈 자리를 보면서 우린 왜 이렇게 후회하고 있는지. 우리가 사랑하며 무시했던 바로 그 한 사람 나의 엄마. 어디에 계신걸까.” “이제 나는 너희를 두고 다시는 못 돌아올 길을 떠난다.” “보고 싶고 보고 싶었던 우리 엄마가 저 멀리서 날 부르네.” “밥 꼭 잘 챙겨먹고 늘 차 조심하거라. 사랑하는 내 새끼들아.”

 이는 신경숙 씨의 소설「엄마를 부탁해」뮤지컬의 한 대목이다. 늘 우리들의 곁에서 묵묵히 보살펴주시고 무한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사람. 사랑을 주고 또 줘도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 날 복잡한 인파로 붐비는 서울역에서 실종됨으로써 이 소설은 시작한다.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은 여인. 나는 엄마처럼 못 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부모’라는, ‘엄마니까’라는 이유로 희생만 해야 되는 그런 부당한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엄마도 우리와 같은 여린 마음을 지닌 사람인데. 지금보다 더 이상 마음에 상처받을 곳이 남아있을까?

 요즘 지상파를 보면 KBS2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의 ‘아빠! 어디가?’, SBS의 ‘붕어빵’이 주말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며 텔레비전을 시청할 시간에 동시 방영되고 있다. 사회에 나가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지는, 아이가 성장해갈수록 가족 울타리 속에서 점점 소외돼가는 아빠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방영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아빠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자식들. 그런 우리들의 마음에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뒤에서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아빠. 친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되지만 가정에서는 어른인체를 해야 하는 사람. 이런 아빠의 마음을 우리는 언제까지 모른 척 외면해야 할까?

 독자는 엄마 또는 아빠의 빈자리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는가? 지난 주 필자의 엄마는 자궁에 혹이 생겨 그것을 떼어내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매일 신문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밤늦게 귀가하던 필자는 그 날도 다름없이 집에 늦게 귀가하게 됐다. 매일 밤 ‘어디야? 잘 오고 있어?’라는 엄마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엄마가 입원했던 그 날은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문득 엄마의 목소리가 그리워 먼저 엄마께 전화를 거니 항상 밝으셨던 엄마의 목소리가 뭔가에 콱 메인 듯 너무나 아파서 고통에 일그러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날 필자는 동이 트도록 잠에 들 수 없었다. 이러다 우리 엄마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그 동안 내 일로 바빠 혼자 아프시고 외로우셨던 엄마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을 그때서야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셨던 부모님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드리고 보살펴드릴 시기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  무의식 중의 방어기제로 인해 상대방 탓을 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가 많다. 자신을 탓한다는 느낌에 부모님 또한 기분이 나빠지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시 상대를 향해 화살을 돌리게 된다. 이는 ‘너-전달법’이란 악순환의 대화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나-전달법’으로 전환한다면 대화의 주체가 ‘나’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며, 자신의 의지를 바탕으로 행동의 변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자가 먼저 부모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