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이야기] 나는 왜 사람이 힘들까
[이유있는 이야기] 나는 왜 사람이 힘들까
  • 여현정 대학부장
  • 승인 2014.07.05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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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이는 생택쥐 페리의『어린왕자』의 한 대목이다. 어린왕자가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또 한 번의 새 학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총 5천233명의 신입생을 맞이했고, 신입생들은 새로운 선배들을 만나게 됐다. 이 때문인지 수업이 끝난 저녁이면 개강파티와 대면식 등의 (학과)행사로 학교 앞 오렌지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내가 보는 이 상황, 술 한 잔으로 더할 나위 없는 막역한 사이가 되는 대학가의 풍경이 모든 대학생의 상황은 아닌가 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대학 생활 친구 없이 가능해요?’라는 질문부터 밥 먹을 사람이 없어 혼자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진이 업데이트된다. 또한 ‘아싸(아웃사이더)라서 힘들다’, ‘대학생활, 생각과는 너무 다르다’는 글이 올라오면, 많은 사람들은 이에 공감한다. 생각과는 많이 다른 대학생활에 힘들다는 고충을 함께 털어놓기도 하고 마음 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이러한 글을 쓴 사람은 입학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아직 대학생활의 반의반도 경험하지 못한 풋풋한 새내기들의 글이다.

 물론 이러한 스트레스가 갓 입학한 14학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대학생들이 ‘새 학기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새 학기 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70.4%가‘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때문이라 답했다.

 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우리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6년의 과정을 겪었다. 12년 동안 ‘1+1=2’라는 것은 배웠지만, 한사람과 한사람이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 뚜렷한 공식도 없다. 이런 게 바로 ‘인생공부’혹은 ‘세상살이’라고 하는 걸까.

 필자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 어렴풋이 캠퍼스 생활을 그려보곤 했다. 결국 걱정 반 설렘 반 속에 타지로 대학을 왔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이었을까.‘ 대학은 이런 곳일까’, ‘사회는 바로 이런 곳일까’, 준 사회인 신분의 대학생임에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데 진짜 사회는 얼마나 험난하고 힘들까 하는 등의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현재 필자는 이런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힘들다! 힘들다!”하면 더 힘들어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걱정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낯을 조금 가리지만 웃으며 얘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잘 들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또 가끔은 혼자인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참 힘든 말이다. 옆을 돌아보면 가장 쉽게 볼 수 있지만, 가끔은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을 수도 있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 괜찮다고 말을 건네고 싶다. 모두가 그렇다고.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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