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오늘 당신은 한숨을 몇 번이나 쉬셨나요?
[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오늘 당신은 한숨을 몇 번이나 쉬셨나요?
  • 성유진 사회부장
  • 승인 2014.07.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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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있겠죠?’일요일 저녁, 필자가 애청하는 다큐멘터리에는 하루 평균 200여 개의 짐을 지고 2만 5천 보를 걷고 달리는 사람들. 1분 30초에 한 곳씩 200곳에 택배를 전달하는 택배기사들의 하루가 담겼다. 봄추위가 장독도 깬다는데 그들은 입김을 뿜으면서도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들은 고된 업무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아침에 가득 차있었던 탑차 안을 다 비우고 텅빈 차 안을 보면서 자신의 노동을 되돌아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이었다. 특히 퇴근길에 택배기사가 부르는 노래 ‘Bravo my life’는 힘들고 어려워도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물건이 온다는 설렘에 택배가 기다려졌던 적은 많았지만 부끄럽게도 택배기사님의 노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부끄러운 점이 있었다. 나의 하루에 대한 마음가짐이었다. 하루에도 수차례의 한숨을 쉰다는 것.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어딘가를 급하게 가야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적이 많았던 필자였다. 그래서인지 택배기사의 하루는 꽤나 충격적이었으며 그 하루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어서도 너무도 불만이 많았고, 안일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난 해, 작가 손미나 씨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 힘들어서 자신을 학대하기도 하는데 내가 방황할때 잡아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그 말을 들으며 ‘힘들어도 힘들다 생각하지 않으리라.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지키겠는가’하며 돌아오는 길에 각성하고 또 각성했던 내가 또 어느새 무뎌져 있었다.

 물론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필자가 한숨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곳은 신문사였다. 신문사 내부에서 한숨소리는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신문사에서는 취재과정에서나 기사를 하는 도중에 말 못할 답답함이 있을 때마다 후배기자와 동기들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어대기 일쑤다. 그럴 때면 답답함이 내게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 한숨의 의미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한숨의 깊이만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숨을 쉬는 이유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한숨을 쉴수록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만다.

 필자의 경우에도, 틈만 나면 한숨을 쉬는 ‘한숨병’때문에 더 무기력해졌던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 한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할 때마다 그 순간은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오랜 시간 힘들어하기 보다는 ‘이런 결과에는 이유가 있을거야’하고 빨리 극복하려고 노력하게 됐던 것 같다. 수많은 텔레비전 광고, 취업을 위한 강연, 자기계발서 등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취업과 성과가 중요시 여겨지는 퍽퍽한 생활 속에서도 ‘긍정적 마인드’가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하나의 중요한 자질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나왔던 사람들 중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흔하지 않았다. 보통 20대에 이러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인생을 즐긴다’, ‘오늘 하루를 즐기고 사랑한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그의 인생에 대한 후회나 한탄을 듣다보면 불안정하고 고독해 보였다.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사회초년생이고 거쳐야 할 난관도 많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배가 있었던 몇몇 분들에게서는 욕심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 ‘누구보다 잘 되자’하는 의지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하루를 사랑할 줄 아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진심으로 스스로 만족하고 자신에게 힘을 북돋아줄 수 있다면 좀 더 젊은 나이에 더 큰 발전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먹기에 따라 오늘이 소중한 발걸음이 될 수도, 그저 고되기만 한 하루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오늘은, 둘 중 어느 쪽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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