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세월호 참사, 우리에게 남긴 과제
[내일이면 잊힐 이야기] 세월호 참사, 우리에게 남긴 과제
  • 성유진 사회부장
  • 승인 2014.05.12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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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정지했다’는 말이 옳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온종일 뉴스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사고 후 22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애석하게도 세월호 사건은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듯하다.

 2003년 2월 18일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참사나 이제껏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여느 인재(人災)들처럼 말이다.

 그야말로 생떼같은 자식들을 바닷속에 둔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닷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더딘 구조현장은 그들을 더 애타게 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기자들의 윤리의식과 정치행위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는 모습은 더욱더 그들을 처절하게 만들었다.

 이번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직 실종자들이 간절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힘쓰고, 누구보다 더 간절히 살고 싶었을 그들의 무고한 희생 앞에서 이제는 슬픔에서 벗어나 더 이상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변화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대형참사로 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책임의식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희생자 중 한 명인 박지영 씨는 선원으로서 한 명이라도 살리겠다며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줬다. 그녀의 나이는 필자와 같았다. 반면 세월호의 선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뒤로 한 채 신분을 숨기기 위해 옷까지 갈아입고 탈출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같은 사고를 맞이한 두 사람의 행동이 왜 이리도 달랐을까. 책임의식의 차이 때문이었다. 같은 선원으로서 박지영 씨는 소명의식을 갖고서 끝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선장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들로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 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많은 부분에서 상반됐다. 박지영 씨 처럼 이 배에 탄 모든 선원이 맡은 바 책임을 다 했다면 더 많은 소중한 생명이 구조됐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나던 날은 여느 때와 같았다.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던 배가 사고가 날 줄 누가 알았을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진이나 재난에 대비한 대응 요령에 대해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꾸준히 안전의식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조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참사 때마다, 정부에서는 후속적인 조치로 책임자 처벌과 안전대책 강구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쯤이면 다시 시들해져 다음 사고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형참사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미숙했다.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구조자의 인원도 파악하지 못했고 관제탑인 중앙안전대책본부조차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 당시 사고현장을 지휘한 사람은 인근지역 소방서장이었다. 인근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소방서장에 의해 모든 구조활동이 이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중심이 되어 사고를 파악하는데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갔다.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그날의 아픔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났으며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대처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훈련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이것이 이번 참사를, 그동안의 참사를 헛되이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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