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연좌농성 마무리 모두에게 교훈으로 남아야
본관 연좌농성 마무리 모두에게 교훈으로 남아야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05.12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학생회의 대학본부 연좌농성이 나흘만에 마무리됐다. 이번 농성은 총장과 학생처장이 농성 장소로 직접 찾아와 사과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학생회가 본부에 요구한 안건 4가지는 앞으로 협의가 필요한 일부 사항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용됐다.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연좌농성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택했던 학생회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번 연좌농성이 시작된 결정적 이유는 학생 대표자들의 성명서에 의하면 ‘본부 측의 소통 없는 학과 통합’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학생회와 대학 본부의 간담회에서 본부 측은 학과 구조조정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여러 가지 소문만 무성하다가 갑작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날치기 통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부터 본부의 학과 구조조정이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며, 통합 대상 학과의 학생들조차 학과 통합 소식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학과 구조조정 안건에 대해 본부 측에서는 교무·기획·입학·학생팀장 4인과 학생대표 4인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학과 구조조정과 관련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통합이 결정된 학과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하고, 학과 이름이나 트랙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심의위원회에서 협의한다는 것이다.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우리 대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교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폐과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듯 피할 수 없는 추세 속에서 농성을 진행한 학생회 역시 학과 구조조정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당사자인 학생들을 배제한 채로 학과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본부 측에게 그 부당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 내부의 큰 틀이 바뀌는 일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개입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다만 연좌농성의 당위성이 충분했다 하더라도, 학사 업무가 진행되는 본부를 학생들이 차지한 채로 농성을 한다는 것은 교직원들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일이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이번 학생 대표자들의 농성에 대해 ‘폭력 행위’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또한 학생 중 누군가 본부 측으로부터 신체적 위해를 입을 뻔했다거나 하는 등의 말도 있었다. 농성의 성격상 신체적 접촉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또한 실제로 접촉이 없었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일이 과장되고 부풀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연좌농성과 같은 집단행동을 하기 전 대화와 타협 등을 통한 좀 더 안전한 방법은 없는지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농성 행위에 대해 학생들의 여론은 어떠했는지도 확실히 파악했어야 했다. 아무리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학생대표자들의 결의로 진행된 일이라 해도, 이처럼 적극적인 집단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연좌농성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과격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흘간의 연좌농성은 다행히도 큰 충돌 없이, 그리고 적절한 타협을 통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 지어졌다. 이번 농성을 통해 본부와 학생회 모두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듯이, 이와 같은 갈등이 양측 모두에게 커다란 교훈으로 남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