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비 사용내역 모두에게 공개돼야
학회비 사용내역 모두에게 공개돼야
  • 이형선 편집국장
  • 승인 2014.03.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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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철이 되면 일부 대학교의 단과대 사무실은 종종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항의 전화의 내용은 자신의 자녀가 소속 학과의 학생회로부터 회비를 내라는 말을 들었는데, 액수가 적은 것도 아닐뿐더러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돈을 낸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알 수 없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닐 듯하다. 학생들은 매 학기 초마다 등록 시에 낸 학생회비 외에도, 각 학과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거두는 ‘학회비’를 내라는 ‘권유’또는 ‘강요’를 받는다. 보통 재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학회비 납부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입생의 경우는 학회비를 당연히 내야 하는 것으로 알거나 또는 내지 않을 시 자신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돌아올 것이 걱정돼 어쩔 수 없이 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설마 그럴 리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주변, 아니면 지금이라도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있는 새내기 한 명을 붙들고 물어보라. 본지의 이번 호 대학 기획의 경우에도 학회비를 소재로 다뤄 기자들이 새내기 여러 명을 인터뷰했지만, 학회비 사용내역에 대해 명확히 알고 납부한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학과에서 학회비를 거두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나아가 자신의 학과에 대해 애착이 있고 학과 주최의 행사를 위한 재원 마련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학회비를 납부하는 행동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학과에서의 학회비 납부가 강제성을 띠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학회비 사용 내역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학회비 납부가 종종 강제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은 이미 기성 언론에서도 여러 번 보도된 적 있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지만, 학회비 사용 내역이 불분명하며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밝히고자 한 보도는 거의 없었던 듯하다. 실제로 타 대학교의 일부 학과에서는 학회비가 학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입금되며,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고 한다. 학생회는 학회비가 학과 운영을 위해 쓰이며 각종 행사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하지만, 그 돈이 실제로 투명하게 집행됐는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서 언급한 대학 기획의 취재를 위해 기자들이 우리 대학교의 모 학과에 연락해 학회비 사용 용도를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해당 학과 학생회에서는 학회실을 직접 찾아와 묻는 학생들에게만 사용 내역을 공개한다고 했다. 만약 당신이 해당 학과의 신입생이라고 생각해보라. 학회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위해, 학과 선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학회실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겠는가? 몇십만 원의 돈을 위해, 자신의 학과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을 감행할 학생은 아마 몇 없을 듯하다.

 학회비는 학생들이 자신이 소속된 학과 학생회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납부하는 것이다. 일부 소수 학생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 대학교는 학회비가 투명하게 집행되는 학과가 훨씬 많을 것이지만, 학생들의 혹시 모를 의심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학과 학회비의 사용 내역이 숨기는 것 없이 철저히 공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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