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비, 여러분은 얼마나 내셨습니까?
학회비, 여러분은 얼마나 내셨습니까?
  • 박상준 기자, 천정우 기자
  • 승인 2014.03.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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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회비, 어떻게 쓰일까?

 A 씨는 영남대학교 입학 소식을 듣고 난 며칠 후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학회비를 납부하라는 문자였다. 금액은 15만 원. 그 당시 동기들 사이에서는 내야한다는 의견과 안 내도 된다는 의견이 나뉘었다. 그러나 막상 납부 기간은 다가왔고, 학과 생활을 하는 데 불이익이 생길까 겁이나 큰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납부했다. 그러나 입학식 당일 버스 안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이 다가와 물었다. “혹시 학회비 내셨나요?”A 씨는 당연하게 냈다고 답했으나, 그는 앞으로 학회비를 납부한 것에 대한 기억을 지우라는 말을 남겼다. 학부(과) 생활을 하지 않는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사물함 하나였다.
 B 씨는 1학년 때 4년 치 학회비를 모두 납부했다. 학회비를 납부하고도 매번 행사가 진행될 때면 추가로 학과에 회비를 납부해야 했다. 행사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납부를 강요받았다. B 씨의 선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B 씨는 1학년을 마치고 전과를 하게 됐으나 4년 치 납부한 학회비를 돌려받지 못해 억울해 했다.
 디자인미술대에 재학 중인 C 씨는 매년 학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다른 단과대학은 4년 치를 한 번에 납부하지만, C 씨의 경우 1년 마다 다른 단과대학과 비슷한 금액을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C 씨는 납부한 학회비가 어디에 쓰이지는 지도 모르고, 딱히 학과에서 하는 것도 없는데 학회비를 많이 걷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 학회비가 남을 것 같은 의심도 한다.
 위의 경우는 학회비를 납부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본지는 우리들의 학회비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일반 학생들과 학생회의 입장을 들어봤다.

 
 ◆학부(과)별 학회비 현황=학기 초 각 학부(과)마다 신입생들을 대상으로‘학부(과) 학생회비(이하 학회비)’를 걷는다. 본지는 우리 대학교 전체 학부(과)의 학회비를 조사한 결과, 적게는 1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40만 원대 까지 학부(과) 별로 액수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85개의 학부(과) 중 15개 학부(과)는 비공개를 요청했다.
 각 단과대학에서 소속 학과에 지원하는 ‘교비 지원금’에 따라 학회비의 액수가 차이 났다. 학회비의 액수가 가장 많은 무용학전공의 경우 교비 지원금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최윤정 무용학전공 학회장(무용4)은 “무용학전공의 경우 콩쿨, 창작대회 등 공연히 굉장히 많다. 그러나 학교에서 지원받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학회비로 대부분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군사학과의 경우 단과대학 내에서 학회비를 가장 많이 내는데, 이는 학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두근욱 군사학과 대대장(군사4)은 “승급식, 착복식, 군사학과의 날 등 군사학과만의 행사가 많다. 또한 학생들의 학과 행사 참여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학회비가 조금 비싸 보일 수도 있으나, 분납제로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의 경우도 1년에 6만 원 씩 분납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학과의 경우 디자인미술대에서 가장 적은 액수를 학생들에게 걷고 있다. 이에 대해 신종규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회장(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3)은 “학회비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소 필요한 금액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교수님들로부터 기타 보조 지원금이 나오기도 해서 학생들이 학회비 외에 별도의 돈은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 학회비에 부담을 느끼기도=본지에서 우리 대학교 학생 496명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한 결과 학회비가 ‘많다’고 답한 학생들은 68%(337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부(과) 학생회가 4년 치 학회비를 일괄 납부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백원기 학생지원팀장은 “학부모들이 학생지원팀으로 학회비에 관해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학부(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다”라고 했다.
 또한 학부(과) 학생회에서는 학회비 사용 내역을 개강 총회나 학기 말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은 어디에 사용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납부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익명을 요구한 Y 씨는 “학과 분위기로 인해 당연히 학회비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학 후 학생회 활동을 하지 않아 얻는 게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제용 중앙감사부위원장(생명과학4)은 “4년 치 학회비의 일괄 납부는 학생들에게 부담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과마다 금액 책정 방식에 기준이 있고, 학과 행사의 계획이 있기 때문에 현행으로서는 모든 학과에서 분납제를 실시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타 학부(과)로 전과한 학생들의 경우 1학년 때 낸 학회비를 돌려받지 못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손 씨(기계2)는 “2학년 때 전과를 했으나 학회비를 돌려받지 못했다. 학과에서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회비 책정은 단과대학별로 일정한 금액을 정해 동결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학과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2년 전 본지에서 조사한 단과대학별 학회비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1~2만 원 씩 오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동주 총학생회장(법학4)은 “학생들이 학교의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올랐다고 학과 학생회가 학회비를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며 “총학생회에서 학회비에 대해 관여 할 수는 없지만, 학과 학생회에 학회비 동결을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회비 사용내역, 어디서 확인 할 수 있나?=현재 모든 학부(과)에서는 학회비 사용 후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부(과)가 총회 때 회계장부를 일반 학우들에게 공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5일, 총 485명이 참여한 본지의 앙케이트에서 ‘학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사람이 84%(407명)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부(과) 학생회의 학회비 사용내역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지영 씨(행정3)은 “일반 학생들이 회계장부에 접근이 용이하도록 학교 건물 및 학부(과) 홈페이지에 사용 내역을 세분화해 알려야 한다”며 “‘회비 사용 내역 공개 주간’도 적절하게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두근욱 군사학과 대대장(군사4)은 “군사학과의 경우 학생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인터넷 커뮤니티 혹은 학교 게시판에 사용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또한 단대감사위원회에서는 상반기, 하반기, 방학 중에 학회비에 대한 내용을 기재한 감사백서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백서 발행 예산 문제로 인해 학부(과)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책에 실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신정완 중앙감사위원장(정보통신공4)은 “학회비 감사 중에 문제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학과에 질의를 요청한다”며 “질의응답 내용은 감사백서에 실리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개선점은?=앙케이트 실시 결과, 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사용 내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었다. 학생회는 학회비가 학과 자치 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학생들을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 윤창무 씨(경영2)는 “학생들의 돈으로 학생회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투명성이다”라며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명히 밝힌다면 학생들이 학회비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학생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실제 일반 학우들에게 회계장부를 상시 열람하는 학부(과)들도 있으나, 찾아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제용 중앙감사부위원장은 “학생회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소문에 의해 와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학생들이 학생회 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실질적으로 학회비 사용내역을 감사하는 단과대학별 감사위원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학부(과) 학생회에 대해 단대별 감사위원장들의 지속적인 견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수빈 정치행정대 감사위원장(정치외교4)은 “정치행정대의 경우 매 달마다 학과의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학과 학생회를 찾아가기 힘들다면 언제든 감사위원회실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박제용 중앙감사부위원장은 “학회비에 관해 앞으로 개선될 점은 일반 학생, 학과 학생회, 총학생회, 중앙감사위원회 등이 함께 모여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들의 학회비, 이렇게 써주세요.

 학회비의 많고 적고의 문제는 사용내역을 제대로 공개했을 때 좀 더 확실하게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청렴하게 쓰이지 않으면 당연히 학생들이 낼 의미가 없지 않을까? 감사제도의 공정성을 갖추고, 사용내역의 공개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태규(언론정보4)
 모금과정, 지출내역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면 학생들이 학생회비나 학생회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한 학생회비 중 일부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도 쓰일 수 있다면 좋겠다. 김양희(사학4)
 작은 단위라도 사용내역이 학과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으면 좋겠고, 개인적인 바람은 수업 교제 공동 구입하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 박소희(사회1)
 얼마를 걷든 학생들을 위해서 100% 쓰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학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시설이나 물품 등의 구비와 복지 혜택 등으로 쓰였으면 한다. 이혜진(생명공학1)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그 내역을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여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박민정(국어국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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