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를 지나 경칩을 눈앞에 두고 세상 여기저기엔 새 생명이 움터오는 부푼 설렘으로 가득하다. 경칩이 되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겨우내 빗장을 꽁꽁 걸어놓고 한 치의 곁도 내주지 않던 압량벌의 드넓은 대지도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아지랑이를 전령사 삼아 온갖 생명들을 힘차게 키워낼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이 천마가족이 된 사천 구백 십 이명의 새내기들의 함성과 힘찬 발걸음은 압량벌의 봄을 더욱 활짝 피울 것이라 믿으면서, 천마 새내기들에게 입학의 축하인사와 함께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해본다.
먼저, 자신의 생애에 이루고 싶은 눈부신 꿈 하나는 갖고 살도록 하자. 몇 년 전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입학당시에 자신의 꿈과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 대한 동기가 분명한 학생일수록 졸업이후에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는 명문대학 입학 그 자체가 성공적 삶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편, 자신이 가야할 길을 스스로 알고 가는 사람과 자기 앞에 있는 길을 그저 따라만 걷는 사람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번 학기에 입학하는 천마새내기들 중에서 아직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생애의 꿈이 무엇인지,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과를 왜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학생이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 꿈이란 생애라고 하는 항로에서 나침반이기도 하고, 건강한 청춘을 견인하는 힘이기도 하고, 삶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부푼 기대와 설렘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한 꿈을 찾는 노력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 서울 명문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혹은 열등감을 과감히 버려주었으면 한다.
제도사적 관점에서 교육이 인간사회의 여러 제도중 하나로 정착된 궁극적인 목적은 구성원들의 ‘생존능력의 신장’과 ‘문제해결능력의 증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감성 그리고 신체적 발달의 균형성을 이미 깨뜨려버린 채, 인지적 능력만을 강조해 온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영남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입시에 실패한 실패자가 아니라,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승리자임을 스스로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믿고, 지방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의 덫에 스스로 갇히기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자기 각성과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참으로의 ‘대학인’이 되는 새내기들이길 바란다. 그리하여 오늘 이 순간에도 각계에서 우리 사회와 민족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십만 동문 선배들의 노고와 헌신의 정신을 본받아서 영남대학교의 눈부신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성찰을 통한 아름다운 인성의 향기를 갖도록 하자. 명문대학을 나오고, 학력과 지식의 수준이 높다고 해서 품격이 높거나 인성의 향기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부처, 예수, 공자, 마호메트 등 세상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이 분들은 그 누구도 근대화된 교육의 혜택을 받거나 대학을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오로지 자기 각성과 성찰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도록 존경받는 ‘인류의 스승이자 지성’이며, 큰사람들이다. 따라서 값비싼 화장품이나 향수로 연출하는 인위적인 향기가 아니라, 자기 각성과 성찰을 통해 여러분 자신만이 간직할 수 있는 순도 높은 ‘인성의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새내기이길 당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