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손울 잡다! - 디지로그(digilog)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손울 잡다! - 디지로그(digilog)
  • 홍윤지 기자
  • 승인 2007.03.0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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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인 D사의 박모 대리(30). 최근 인터넷에 새로 오픈한 전자상거래장터 발표회를 앞두고 업계관계자 60명에게 e메일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런데 발표회 당일, 초청장을 받은 관계자 60여 명 중 겨우 15명만 참가 했으니….박 대리를 지켜보던 한모 부장(45)은 혀를 끌끌 차며 그 자리에서 친한 사람들 20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네, 박 대리가 보낸 초청장 받았지?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사람 중 17명이 ‘자리를 빛냈고’ 자칫 ‘망가질 뻔’했던 행사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클릭 한 번으로 60여 명에게 동시에 초청장을 보낼 수 있다는 매력. 박 대리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이 움직여주는 대로 빈틈없이 일처리를 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뱉어 낸 결과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는 깜박한 것. 컴맹이어서 은근히 무시해 왔던 한 부장이 끈끈한 정과 오랜 연줄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본 박 대리는 “아날로그 세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적인 힘’도 키워야 하다는 깨우침을 얻었다”고 반성했다. 사람 있고 컴퓨터 있지! - (「디지로그 선언」 중. 이어령 지음)


 정보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는 디지털시대로 진입했다. 디지털의 상징인 인터넷만 봐도 그렇다. 인터넷 뉴스로 아침을 맞이하고, e-mail로 우편을 받아보며, 화상채팅으로 친구들과 인사를 한다. 컴퓨터가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할 정도다. 분명 우리는 디지털의 덕을 보며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만 존재하고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단절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로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 인터넷의 이런 단절된 세상을 이어주기 위해 아날로그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인 ‘디지로그’ 선언을 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인터넷 시대의 디지털 정보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아파트의 생활이 사막처럼 황량하면 할수록 따뜻하고 행복한 시루떡 돌리기와 같은 아날로그 정보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라며 디지로그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출판계와 신문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책 대신 e-book이 나오고, 신문도 인터넷으로 공개되면 누가 책과 신문을 사보겠으며 출판사와 신문사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려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책은 ‘책’으로 여전히 살아있다. 디지털은 인터넷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책을 직접 구입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만들었던 것이다.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디지털에 비기술적인 측면, 내면적 접촉을 만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덧붙여진 디지로그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사람인 것이다. 기술만이 존재 했던 세상.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디지털이 기계적이지만 화려한 삶을 상징한다면, 아날로그는 수동적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삶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아날로그의 인간적인 정서와 교감을 느끼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 결국 아날로그인 인간이 디지털 세상을 창조했으니,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함께 어우러진 세상을 꿈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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