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안에 있는 그대에게
교문 안에 있는 그대에게
  • 영대신문
  • 승인 2013.12.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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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이 끝난 지 일 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당시의 많은 이슈가 정치권에 표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였는가?’라는 여부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본교에서도 최근 총학생회를 비롯한 각 단과대학 선거를 단행하였다.
하지만 몇몇 당선인들은 축하보다는 의혹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여기서 그러한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진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기자들의 몫이다. 다만 가장 정의롭고 순수해야 할 상아탑에서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내고 싶다.
학창시절 나는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서 본 적도 없다. 말 그대로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다 고3 시절 처음으로 학급 부반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 적이 있다. 애당초 반장선거에 등 떠밀려 출마하였다가 낙선되자 다시 부반장 선거에 추천돼 어렵게 뽑힌 기억이 난다. 당시는 고3 시절이다 보니 학급임원이 된다고 해서 별다른 역할을 맡거나 특별한 것 없이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생활했던 것 같다.
부반장이 되고 나서 담임선생님께서 딱 한 가지 부반장의 업무를 주셨다. 바로 청소구역을 스스로 배정하도록 시킨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 친구들을 내가 직접 지정된 청소구역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를 악용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평소 나에게 도움을 주고 오래 알아왔던 친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쉬운 곳으로 배정하고 어색하거나 다툰 적이 있는 친구들은 화장실이나 특별구역으로 보낸 것이다. 당시에는 부끄러운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부끄럽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권력이란 원래 약간의 비린내가 나는 법이다. 깨끗한 권력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제아무리 깨끗하고 청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특권 앞에서는 잠시 이성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살아온 나도 당시에도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난 뒤에는 일부러 귀찮고 힘든 청소구역에 그 친구를 배정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나는 권력이란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었다. 요즘도 TV만 틀면 나오는 특권층에 대한 부당한 비리사건을 보면 이해는 되지만 용서는 안 되는 심정이다. 비리에 연루되는 사람들이 모두 악(惡)한 사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가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어 결코 넘어선 안 될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체면중시 문화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성공해서 권력과 명성을 얻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이를 과시하고 자랑해야 인정받는 잘못된 문화이다. 더불어 각종 연고에 얽혀‘누이 좋고 매부 좋은’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없어져야 하지만 없어지기 힘든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준비되지 않은 리더는 반드시 동티가 나기 마련이다. 리더를 꿈꾼다면 스스로 공부하고 준비된 자세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칙과 편법을 통해 얻은 권력은 후과(後果)가 따를 것이다. 또한 권력을 잡은 후에도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넘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4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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