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영대신문
  • 승인 2013.12.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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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그녀에게

1123
나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4자리 숫자이다.
1123은 너의 생일을 뜻하니까.
얼마 전에 생일이었지? 축하한다.
이 편지를 네가 읽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담고 있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이번 뿐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쓰고 있다.
고2 때 학원에서 널 처음 만났고, 스포츠를 좋아했던 넌, 여자에 대해 잘 몰랐던 나와 ‘스포츠’라는 매개체로 금세 친해졌지. 아직도 기억난다. 너와 농구 경기를 보고 오면서 택시에서 네가 했던 여자친구 있냐는 말. 너도 알고 있지만 나 그때 너에게 거짓말을 했다. 네가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면서 날 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 기대에 차있던 눈빛에 난 차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다. 아니, 차라리 그때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 나 나쁜 놈이다. 근데 지금까지도 내 안에는 그때의 네가 살고 있다.
그 때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었다면 난 너와 멀어질까 봐, 너의 기대를 져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 아니, 널 사랑하고 있었기에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후에 네가 내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고 화를 냈을 때도 난 쓰레기처럼 화만 냈다. 그랬다. 미안하다. 정말 너무나 미안하다. 그렇게 너와 연락이 끊기고 수능을 치고 너에게 사과를 하려고 어떻게든 연락했지만 묵묵부답이더구나. 그래, 나 같아도 다신 안보겠다.
대학교 1학년 학기 초에 널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던 중에 너와 같은 재수 학원 반에 있던 내 친구가 너의 소식을 전해주더구나. 네가 내 친구에게 나의 존재를 물어봤었다고... 그리고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고... 나 같은 나쁜 놈보다 좋은 사람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런데 제대를 하고 나서 서울권으로 대학 갔을 줄 알았던 네가 우리 학교 국제 홍보대사를 하는 것을 봤다. 당장 너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고 싶었다. 일부러 네가 자주 다닐 것 같은 외국어 교육원, 중도 근처를 서성거렸다.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서, 과거의 못난 나의 잘못을 사과하고 싶어서...
나 참 쓰레기다. 너에게 있는 상처 없는 상처 다 줘 놓고 이러고 있다. 지금 이 편지를 혹시 네가 보고 있으면 역겨울 수도 있다. 그런데 너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보고 싶어서 염치불구하고 쓰고 있다.
혹시라도 이 편지 읽게 되면,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될까? 더 이상은 안 바랄게. 마지막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정말 미안하다.
FROM. 김도연(산림자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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