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문화상 심사평
천마문화상 심사평
  • 영대신문
  • 승인 2013.12.2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심사평

올해 시부문 응모작은 양과 질의 면 모두에서 예년에 비해 나은 성취를 보여주었다. 최근 대학문학상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던 차라 천마문학상 응모작이 보여준 이러한 성취는 의외의 것이었다. 부문별 심사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대상과 우수작, 가작을 결정한 뒤 수상자들의 출신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재삼 생각하게 되었다. 응모작들의 다수가 전국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작품이었다. 예년에 비해 일정 수준에 이른 작품이 많은 이유가 해명되었다.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겨루는 대학문학상의 현실과 점점 더 특수한 전문 집단이 되어가고 있는 시단의 현실이 겹치는 대목인 셈이다. 이와 같은 지점은‘지금-이곳’에서 문학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해준다.
많은 응모작들 중에 선자의 손에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모두 4편이었다. 그 중에서『의자』는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의자의 형상이 불러일으키는 사유를 그윽하게 해석해주었다. 의자의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유의 품을 갖추고 있었지만 후반부에 집중력이 부족한 것이 큰 흠이었다.『복숭아 익는 순간』은 시적인 언어의 결과 맛을 잘 알고 있는 이의 작품이었다. 주된 소재를 서사와 이미지 속에 웅숭깊게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돋보였지만, 이 능력이 돌올한 개성인가 하는 점에서 다소 회의적이었다.『눈밭 아수라장』은 가장 개성적이었다. 이 시의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언술들은 서로 충돌하며 묘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깃듦으로써 시적인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어를 다스리려 하지 않고 그것에 몸을 맡기는 이 시의 상상력은 언어의 바깥에서 시적인 것을 길어올리는데, 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었다.『25시 역』은 200여 편의 응모작 중에 가장 잘 만들어진 시이다. 역사 안의 풍경을 한편의 시로 구조화하는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拔群)이다. 풍경이 어떻게 보는 이의 내면과 만나 한편의 서정시로 축조될 수 있는가를 교과서처럼 잘 보여주었는데, 이 점은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이면서 동시에 아킬레스이다.『눈밭 아수라장』과 『25시 역』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다.
대학문학상 심사의 자리에서 여러 편의 좋은 작품을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선자를 설레게 한 4명의 학생들, 이 미래의 시인들에게 큰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

소설 심사평

이번 천마문화상 소설 부분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7편이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고르고 좋았다.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묻어있었다. 시나리오와 소설, 시와 소설, 가상과 현실, 그리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 수법이 흥미로웠다.
『나는 물속에 산다』는 신화적 상상력이 모던한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탈바꿈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신화적 상상력에 기초한 포스트모던이 너무 익숙한 탓이리라, 신선감이 떨어졌다.『머나먼 은하 저 너머에』는 신비와 일상이 교차한다. 새로운 일상과 신비의 교차가 상상력을 작동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아마도 식상함 때문일 것이다.『클라우드 나인』은 21세기적 글쓰기환경을 가장 잘 스케치한 작품이다. 작가적 실험정신이 돋보였다. 하지만 형식의 새로움이 내용의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험정신이 형식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푸른 의자』는 10대 소년의 성장통을 의자를 소재로 멋지게 그려냈다.『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10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혼 되살리기는 자유로운 정신을 상실한 오늘의 어른에게 보내는 반성문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너무 쪼개어진 단락이 서사전개의 느슨함을 초래하여 긴장도를 떨어뜨린다는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압축미의 결여와 어색한 단어 선택은 완성도를 반감하고 있다.『별천지 모텔』은 따분한 일상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모텔 관리자와 그녀의 만남이 만들어낸 또 다른‘자아’를 섬세하고 화려한 묘사로 그려주었다. 습작기 예비작가들에게서 보이는 문장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글쓰기가 오히려 서사의 단단함을 방해한 것 같다. 숨겨진 자아를 발견해가는 서사는 좋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바늘구멍 난 풍선에 바람 빠지는 듯한 미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이유들로 제외하고 나니『마지막 한 방울에 관하여』와『라식수술』두 편이 남았다.『마지막 한 방울에 관하여』는 영상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금주령과 기어코 그 법을 넘나들며 밀주를 만드는 일반 백성, 그리고 그들을 단속하려는 관리자의 이야기가 작가의 뛰어난 창작력에 의해 생명을 부여 받았다. 참신한 상상력이 화해와 관용이라는 키워드와 잘 버무려져서 반전을 낳았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문장의 결락이 단점이었다.『라식수술』은 체험적 글쓰기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전개하는 방식이 조화로웠다. 새로운 의식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일종의 성장서사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방식이 성장서사의 나른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전통적인 글쓰기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읽지 않도록 배려한 작가의 정성을 높이 샀다. 다만 곳곳에  뿌려놓은 오타는 상상의 날개를 자주 꺾게 만들었다. 단어나 문장을 꿰매고 보듬고 아끼는 수고로움을 기꺼워할 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영화평론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세 편의 영화평론들은 모두 나름의 미덕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 비해 부족한 점도 명확하다. 먼저『펀양의 소영웅, 영화를 인민의 것으로 돌리다 - 지아장커 영화론』은 지아장커(1970- )의 장편 영화 <소무>(1997), <스틸 라이프>(2006), <무용>(2007)을 중심으로 그의 영화 세계의 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보여주는 글이다. 이 글의 저자는 지아장커의 영화 뿐 아니라 영화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특히 <소무>와 네오리얼리즘, 누벨바그의 연관성을 자신 있는 문체로 풀어나간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이 글의 가장 큰 문제는 <소무>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를 비교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논의의 비중과 맞지 않을뿐더러, 두 영화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우리 사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야 -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 관하여」는 발표하는 영화마다 논란을 불러온 김기덕 감독의 신작을 다루면서, 그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편협함을 고발하는 글이다. 일단 자신의 주장이 처음부터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에 글에 통일성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글은 평론이라고 하기 보다는 감상문에 가까운 글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글의 전체적인 구조를 미리 생각하고, 논리 전개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집단 난교 장면의 분석을 통한 개인의 영적 성장 이해 - 시각적 대비 효과를 중심으로』는 영화의 핵심 시컨스 분석을 통해서 전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세 편의 평론 중에서 유일하게 장면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 즉 초점, 조명, 속도, 편집 등 영화 형식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해야한다. 장면 분석은 어느 정도 기계적인 작업이기도하기 때문에 독자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장면 분석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글의 도입부에서 자세히 밝힐 필요가 있다. 오타와 (참고문헌 기재 등의) 형식 상의 오류가 눈에 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이처럼 세 평론문에는 장점만큼이나 뚜렷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대상작은 선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수작으로『펀양의 소영웅, 영화를 인민의 것으로 돌리다 - 지아장커 영화론』를 선택했다. 세 편 모두 나름의 개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자신의 분석 및 글쓰기 방식을 연마한다면 더 좋은 글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
윤종욱 교수(독어독문학과)

인터뷰

■ 당선소감

안용찬: 시를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행운이자 불행이다. 시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불행하지만, 시가 완성됐을 때는 행복하다. 지인이 마약보다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진 것이 시라는 말을 했었다. 어려운 퍼즐을 맞췄을 때와 같은 행복감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혼자서라도 시를 썼는데 이러한 결과물을 받게 돼 감사하다.
노은미: 소설은 처음 써보는 장르라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이은비: 평소 영화 평론에 관심이 많아 미리 써뒀던 글을 냈는데 수상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한상균: 당선자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분뿐이다.
김지섭: 감사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안준현: 시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 동안 혼자서 고생했던 것이 보상받은 느낌이다. 쟁쟁하신 분들과 함께 상을 받게 돼  전율이 느껴지고 영광스럽다.

■ 앞으로의 계획

안용찬: 어릴 때부터 특수교육에 관심이 있었다. 이번 시에서도 벙어리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특수교사를 꿈꾸고 있다. 앞으로 글은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친구’로서 항상 함께할 것이지만, 직업적인 부분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노은미: 곧 학부를 졸업한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직업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대학원 입학을 고민하고 있다. 인문학 공부를 좀 더 해 볼 계획이다.
이은비: 대학원에 입학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학부 전공을 살려서 중국 영화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한상균: 계획 없이 사는 것이 내 삶의 계획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삶은 없다. 계속 쓰고싶은 글 쓰면서 살고싶다.
김지섭: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직업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 출판사 또는 신문사 등에 취직할 생각은 있다.
안준현: 어릴 때부터 기업에 취직해서 평범하게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대학원까지 가서 계속 사학을 공부할 생각인데, 나는 일본 사학을 공부할 계획이다. 박사 과정을 위해 유학도 다녀올 계획이다. 사학에 대해 논문같은 경우는 딱딱한 글이 되겠지만, 역사적인 일에 대해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차선책이다.

응모현황 : 시 부문 : 172편(47명)
                소설 부문 : 7편(7명)
                문학 평론 부문 : 5편(5명)
                영화 평론 부문 : 3편(3명)

 

제44회 천마문화상은 9월 25일부터 11월 4일까지 접수받았고 총 62명의 학생이 187편의 작품을 응모해주셨습니다. 응모해주신 작품들은 각 부문의 담당 교수들이 모여 협의를 통해 우선적으로 가작과 우수상을 정하고 그 중에 대상을 뽑았습니다. 이로인해 시 부문의「25시 역」이 대상으로 우수상으로는 소설 부문의「라식수술」과 평론 부문의「펀양의 소영웅, 영화를 인민의 것으로 돌리다- 지아장커 영화론」이 각각 선정됐습니다.
시 부문 심사에는 김문주 교수, 소설 부문 심사에는 노상래 교수, 평론 부문 심사에는 윤종욱 교수, 세 분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